Article at a Glance 동서양을 막론하고 ‘친구’를 주제로 한 논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작가들은 친구의 개념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 간의 사랑을 뜻하는 ‘필리아(philia)’를 강조했다. 이 같은 친구 간의 관계나 친구 간의 사랑, 즉 ‘우애(友愛)’는 『논어』에서도 중요하게 짚었다. 『논어』에서 ‘친구’는 두 번째 문장부터 등장한다.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한가.’ 그렇다면 『논어』에서 등장하는 ‘친구’는 누구인가. 답은 문장 첫머리에 등장하는 글자인 유(有)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어법상 논란이 있는 방(方)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해석이 이뤄져야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의 참뜻에 다가갈 수 있다. 사실 『논어』의 ‘친구’는 독자들이 생각하는 ‘일상에서 사귀는 친구’와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시대와 정치사상의 맥락이 담겨져 있다. 이를 알아가는 것이 『논어』를 읽는 재미를 더한다.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가 있으면 즐겁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논어』 해설 3: 친구는 누구인가? 어법상의 논란 1: 유(有) 『논어』 첫 번째 문장 못지않게 널리 알려진 두 번째 문장,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한가’는 어법상 난해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문장 첫머리에 등장하는 글자인 유(有)부터가 어렵다. 예컨대, 김용옥은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라 할 때 ‘유붕(有朋)’의 ‘유’는 잘 해석이 되질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김용옥,『논어한글역주』권1, 통나무, 2009, 253쪽) 그러면 유붕의 유와 관련해 어떤 논란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먼저 이 ‘유(有)’라는 글자가 원래 ‘유’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있다. 당나라 육덕명(陸德明)의 『경전석문(經典釋文)』 별본(別本), 청나라 홍이훤(洪頤煊)의 『독서총록(讀書叢錄)』 등은 유붕(有朋)이 아니라 우붕(友朋)으로 된 『논어』 판본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논어』 텍스트 내에서 ‘우붕(友朋)’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따라서 『논어』 첫 부분에 나오는 유붕을 우붕으로 간주하자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일단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의 첫 글자는 우(友)가 아니라 유(有)라고 전제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럴 경우, 이 ‘유’의 해석 방식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나누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