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의 시작 ‘감성을 읽어라’

256호 (2018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의 교육 과정을 개발하며 강사로 활동해온 저자가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 연재를 시작합니다. 뇌과학이 밝혀낸 최신 정보를 통해 독창적인 강의법의 아이디어를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사례 1  엄마와 딸이 오늘도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휴대폰 그만 보고 공부해! 공부해야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그런데 아이는 엄마 말을 잔소리라 여기고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것 같다.

사례 2  휴대폰 매장에서 영업사원이 최신 제품에 대해서 열정을 담아 설명한다. “손님, 이 제품은 1200만 화소의 듀얼 카메라를 장착했고요, 2배 광학줌과 10배 디지털 줌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데 듣는 고객의 반응이 영 시큰둥하다.

사례 3  중요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타 부서 담당자에게 e메일로 협조 요청을 했다. 필요한 내용과 이유에 대해 최대한 논리적으로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회신이 오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쳐 전화하니 그제서야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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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례의 당사자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뇌의 작동 원리를 통해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리의 행동 대부분을 결정하는 것은 전두엽1 의 의식적인 이성일까? 아니면 변연계(그림 1)2 의 무의식적인 감정일까? 정답은 바로 후자, ‘감정’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제럴드 잘트먼 교수는 무의식이 행동의 95%를 결정하고 단지 5%만을 의식이 결정한다고 밝혔다.3 다시 말해 인간은 대부분의 행동을 무의식적인 감정으로 결정한다는 얘기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감정’이라는 키워드가 매우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무엇일까? 설득, 동기 유발, 정보 전달 등 다양한 목적이 있겠지만 목적 달성의 전제 조건은 동일하다. 전달하는 사람의 메시지를 상대방이 의식적으로 인지(cognition)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감정은 커뮤니케이션의 필수 단계인 인지 과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변연계에 있는 대상회(cingulate gyrus)4 의 기능을 보면 이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지 과정의 주된 부분이 일어나는 전두엽을 기업의 ‘CEO’에 비유한다면 대상회는 ‘비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비서가 경영 현안의 우선순위에 따라 CEO의 일정을 짜듯이 대상회도 어떤 감각 정보가 전두엽으로 들어갈지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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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바로 감정이다. 대상회는 감정을 만들고 유지하는 편도체(amygdala)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비서가 포스트잇을 사용해 사무를 처리하듯이 편도체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사용해 대상회에 정보를 전달한다. 기억과 정보처리 같은 인지 프로세스에 도움을 주는 도파민을 분출한다는 것은 마치 비서가 포스트잇에 CEO 일정을 강조하여 적는 것과 마찬가지다.6 포스트잇을 보고 CEO가 일을 하듯 전두엽도 편도체가 건넨 도파민의 유무에 따라 활동이 촉진된다. 도파민이 많이 나올수록 전두엽의 활동, 인지활동이 더욱 활성화된다.

도파민의 분출되는 양은 감정의 강도에 따라 정해진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상대의 감정을 고양시킬수록 상대방 뇌의 도파민이 많이 분출되고 인지과정이 활성화되므로 커뮤니케이션 목적이 달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감정을 고양시키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새로움: 내용이나 전달 방법을 새롭게
무엇이 감정의 중추인 편도체를 흥분시켜 감정을 만들까? 대표적인 특성이 바로 새로움이다. 인류가 미개했던 원시 시대로 돌아가 보자. 그때는 익숙한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 감정에 따라 즉각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한 뒤 반응한다면 생존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것에 자동적이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편도체의 작동 원리가 나오게 됐다.

그렇다면 새롭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새로움은 기존의 익숙한 패턴을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전달하는 내용이나 방식이 상대방의 인식 패턴을 벗어나는 정도가 클수록 새로움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커지게 돼 편도체에서 생성되는 감정의 정도가 달라지게 된다. (그림 3)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방식으로 전달하는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가 앞서 소개한 [사례 1]의 잔소리다. 잔소리가 효과가 없는 이유는 내용이나 전달하는 패턴이 비슷하므로 새로움이 없어 상대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소통하라!’ ‘오너십을 가져라!’ ‘미래를 대비하라!’라고 경영층은 끝없이 강조하는데 왜 아랫사람에게 전달되는 커뮤니케이션 효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까? 결국 전달 내용이나 방법에 새로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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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정적 보상(Reward): 내가 아닌 상대에게 흥미롭고 유용한 내용으로
커뮤니케이션에서 인지는 기억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기억은 변연계의 파페츠 회로(Papez circuit)라는 뇌 영역에서 감정과 서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7

파페츠 회로는 기억을 생성하는 해마에서 시작해서 유두체, 시상하부, 대상회를 거쳐 다시 해마로 돌아가는 폐쇄 루프(close loop)를 말한다(그림 4). 그런데 이 회로는 감정 처리 영역인 중격과도 연결이 돼 있다. 그래서 감정과 기억은 서로 분리되기 힘들고 감정에 물들수록 기억은 오래간다.

이 중격은 즐거움, 재미, 흥미, 유용함 등의 감정적 보상에 의해 활성화된다. 그래서 아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은 기억되기 힘든 법이다. 여러 감정적 보상 중에서 커뮤니케이션에 특히 중요한 것은 흥미와 유용함이다. 그런데 누구의 관점에서 흥미롭고 유용해야 할까? 당연히 상대의 관점에서다. 많은 사람이 종종 잊어버리고 놓치는 포인트다.

커뮤니케이션하는 상대방이 흥미롭고 유용하다고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해석되는 객관적 사실이나 특징보다는 상대에게 의미 있는 주관적 영향(impact)이나 혜택(benefit)을 먼저 말해보자. [사례 2]의 경우 영업사원은 고화소와 다양한 줌이라는 제품의 특징보다 이것이 이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 휴대폰의 더 좋아진 카메라 기능으로 고객님의 소중한 추억 장면을 더 예쁘고, 더 간편하게 찍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상대의 긍정적 감정은 올라가고 그만큼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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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적8 전염(Emotional Contagion): 얼굴을 보며 감정을 느끼게
우울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우울해지고, 긍정적인 사람 옆에 있으면 긍정적 감정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정서 또는 감정은 전염되기 때문이다. 이것과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평생 거의 웃지 않던 무뚝뚝한 사람을 웃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봤다. 이 실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아무리 우스운 유머로도 그 사람을 100% 웃길 수는 없었고, 기분을 상하게 할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오히려 무뚝뚝한 사람의 옆에 앉아서 그저 밑도 끝도 없이 깔깔 웃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9  웃음이라는 정서가 전염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정서적 전염은 우리 뇌의 특징상 무의식중에 상대의 표정을 모방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다. 웃음 짓고 있는 상대방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감정을 이입하게 돼 내 감정도 즐거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보톡스로 우리 얼굴의 모방 능력을 일시 정지해 두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은 타인의 감정을 잘 모방하고 읽지 못해 10 정서적 전염도 잘 일어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한 먼저 자신의 감정 상태를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만든 뒤에 상대방과 마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민감하고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앞서 [사례 3]에서도 감정을 느끼기 힘든 e메일보다는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거나 만약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을 경우 최소한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전화로 커뮤니케이션 했더라면 좀 더 쉽게 상대방의 협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은 없다. 따라서 성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다면 이성보다는 감정을, 논리보다는 공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 모두는 ‘감정의 동물’이니까 말이다.


필자소개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소장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교수실에서 전임 교수로 활동한 후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뇌과학을 활용한 강의법’과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이 주된 강의 분야이며 저서로는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smnjpartner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