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통신

교류하는 수업, 성찰 속에서 창업을 배우다

115호 (2012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Stan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 1925년에 설립됐다. 실리콘밸리와 가까워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교육에 특히 강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자신을 변화시키고, 조직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킨다(Change Lives, Change Organizations, Change the World)’는 모토로 필 나이트 나이키 회장, 재클린 노보그라츠 아큐먼 펀드 회장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을 배출했다. 매년 약 400명이 입학한다.

 

 

예전에 하버드대의 박사과정 커리큘럼 기획을 위해 유명 MBA 과정들을 연구해 장단점을 분석했던 친구가 있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와튼 MBA는 강의 위주의 엄격한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많은 지식을 전달해주려 한다. 하버드 MBA는 거의 모든 과목이 케이스 스터디로 이뤄져 학생들이 실제 사례를 놓고 서로의 풍부한 경험을 나누게 한다. 반면 스탠퍼드 MBA는 소규모 그룹 위주로 코스가 진행된다. 작은 그룹 안에서 친구들과 토론하고 상호평가를 주고받고 또 역할분담극(롤플레잉)을 통해 스스로와 서로에 대해 더 잘 알도록 도와주는 형태를 갖고 있다. 이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퀄리티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특한 커리큘럼의 또 한 가지 이유는 스스로를 잘 아는 것이 기업가(entrepreneur)가 되는 시작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스탠퍼드 MBA에서 이야기하는 기업가는 창업을 하는 사람만이 아니다. 스스로 인생의 주도권을 쥐고다름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말로 혁신적 리더(innovative leader)라는 개념과 연관돼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걸음의 시작이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과정 내내 강조된다. 이러한 활동 몇 가지를 소개한다.

 

 

커리어 탐색을 위한 자아성찰 코스

CLV(Career Life Vision)는 내면 성찰과 다른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인생과 커리어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3시간짜리 워크숍이다. 필수사항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 번 이상 반드시 참여한다. 이 워크숍은 다음과 같은 전제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일을 소명(calling)으로 보는 사람은 일 그 자체를 위해 일을 한다. 이런 사람은 일과 삶의 경계가 없어지고 일을 사랑하게 된다. 사람은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일을 할 때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내가 살면서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내가 누구지에 대한 질문에 먼저 답할 수 있어야만 한다.

 

워크숍은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 단계는 스스로의 이데올로기를 정의해보는 시간이다. 우선 참가자는 자신의 인생 궤적을 선으로 그려보면서 가장 의미 있고 행복했던 시간, 의미 없고 힘들었던 시간, 전체 삶을 관통하는 테마를 생각해본다. 또 단어로 표현된 전체 약 100개의 가치(value) 중 가장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는10개를 고른다. ‘이 가치를 지킴으로 해서 손해를 보고 때로는 핍박을 받을지라도 지킬 용의가 있는가? 당신의 자녀에게 전해주고 가르치고 싶은 가치인가? 당신이 경제적으로 매우 윤택해져도 이 가치들이 여전히 의미 있겠는가와 같은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진다. 이에 대해 토론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직업을 고른다. 전체 100여 개의 직업군 중 12개를 고르는데, 깊이 생각하거나 자신의 기술, 능력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 보상도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냥 하고 싶은 걸 고르는 것이 가이드라인이다. 그리고 나서 팀원들과 서로의 선택에 대해서 나누면서 이들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중 아는 사람이 있는지, 이 직업으로 접근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등 액션플랜을 짜본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본인 자신을 제약하는 것들을 알아 간다. , 실패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지위와 같이 직업적 결정을 할 때 고려하는 것들을 적어본다. 나의 경우는 영어, 미국에서의 네트워크 부족, 외국인으로서의 한계, 가정을 가져야 하는 것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었다. 그리고 나서 참가자들은 회고록과 유서를 작성한다. ‘당신은 무엇을 이뤘고 누구에게 영향을 미쳤는가. 왜 그랬는가.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40, 50, 60, 70세에 당신이 이룬 주요 성과는 무엇인가. 가장 열정을 갖고 투자한 것은 무엇인가등을 적은 후 회고록에 쓴 비전을 이루는 데 가장 크게 도와줄 지지자는 누구인지 등을 팀원들과 토론한다.

 

마지막 단계는 크고 담대한 꿈(big hairy audacious goal·BHAG)을 써보는 연습을 한다. 지금까지 워크숍을 통해 탐색한 인생의 미션과 비전을 담대하고 구체적으로 적어나가는데 실행 가능성보다는 자신의 가치와 연결돼 있는가, 손에 잡힐 만큼 구체적인가 등을 더 염두에 둬야 한다.

 

이 워크숍을 거쳐간 수많은 스탠퍼드 선배들이 해주는 이야기는 한결같다. “신념을 따라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자. 스스로 가진 능력과 자유의 깊이를 낮게 평가하지 마라고 그들은 말한다. 얼마 전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지 25년이 지난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역시 비슷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웠다.1

 

CLV 워크숍에서 큰 인상을 받은 필자는 1학년을 마치고 방학을 이용해 귀국, 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내용의 행사를 진행해 봤다. 우려와는 달리 다음 세션으로 계속 넘어가기 힘들 정도로 40여 명의 참가자 대부분이 깊은 몰입도를 보였고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고 이야기해줘 매우 보람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아시아, 특히 한국 사람들의 직업 선택이 성적이나 주위의 기대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의 꿈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Talk

Talk는 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에 의해 자체적으로 생겨난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한 명씩 연단으로 나와서 동료 학생들 앞에서 약 30분간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하고 Q&A를 진행하는 시간이다. 보통 1주일에 2∼4명의 Talk가 있는데 한번 할 때마다 100명 넘게 사람이 올 정도로 인기가 있다.

 

또 학기 내내 5∼6명의 코칭 그룹이 자발적으로 조직돼 Talk 연습을 도와주고 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가다듬어 준다. 그 결과 Talk는 매번 테드(TED) 수준의 재미있고 살아 있는 이야기로 채워지게 된다.

 

나에게도 Talk는 일주일 동안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사실 Talk를 듣기 전까지 나와 MBA 친구들의 관계는 겉돌고 있다는 느낌도 있었다. 특히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오고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거쳐온 미국인들은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완벽한 당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하게 대하기 어려웠다. 또 상당히 많은 대화 주제가 미국의 스포츠, 그리고 서로의 공통된 친구나 고향 이야기 등 미국적 주제들이라서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다. 그러나 놀랍게도 Talk 시간에는 많은 미국 친구들이 부모님의 불화, 가정의 아픔, 학교에서 따돌림 받았던 이야기, 모든 것을 저버리고 싶었던 순간을 이야기하며 무엇이 자신을 그 고난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게 만들었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이야기했다. 완벽하게만 보였던 백인 친구 하나는 실제로는 정말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항상 부모님께 칭찬받기 위해 노력해왔던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이야기들을 듣고 나니 공감과 연민이 자연스럽게 생기고 더 깊이 있고 진실되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소개한 두 가지 프로그램 외에도 스탠퍼드 MBA에는 ‘Crafting your life story’ ‘Designing for happiness’ ‘Leadership lab’ ‘Leadership perspective’와 같이 스스로의 삶에 대해 토론하고 연습해보는 수업들이 많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더 충만하고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는 원효대사의 말과너 자신을 알라는 고전적 교훈을 실천함이 이곳 MBA 생활의 근간이다. 많은 것을 배워서 한국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치를 누려볼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국회사무처와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다. 블로그 http://sanbaek.com을 운영하며 MBA 생활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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