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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y & Practice

‘낯선 사람’들의 양다리 전술: 여성들이여, 남성 네트워크를 모방하지 마라!

김태영 | 116호 (2012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김태영 교수의 ‘Theory and Practice’ 코너를 연재합니다. 김 교수는등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학자입니다. 학술적인 연구 결과를 쉽게 풀어내 비즈니스와 실생활에 적용한 김 교수의 글은 많은 통찰력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낯선 사람들, 정당성과 사회적 비용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가지고 새로운 현상을 해석하는 데 익숙하다. 국가, 학교 등 특정 범주에 속한사람혹은 이미 알려진현상에 대해서는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행동양식, 혹은 현상의 흐름이 쉽게 이해된다. 하지만 기존의 정보 혹은 인식틀로는 파악되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 또는 사회 현상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나아가 기존 사고방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낯선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두게 된다. 따라서 항상새로운 것은 이렇게 정당성(legitimacy) 부족으로 인해 추가 비용이 들며 결국 낮은 성공률로 이어진다. 문제는 낯선 것 혹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면 혁신도 없으며 나아가 미래가치에 대해 논하기 힘들다. 새로운 상품, 기술, 디자인 등 낯선 현상들과 관련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분야 중의 하나가 바로 기업 내의낯선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낯선 사람들이란 기존에는 자주 보지 못했던 소수자그룹 출신으로 기업 내 상층부(CEO 및 임원)에 진입한 인력이다.1 예를 들면, 미국 기업에서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여성이기 때문에, xx대학 출신이기 때문에, xx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혹은 xx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특정 그룹에 속하는 낯선 소수자들이 존재한다. 낯선 소수자들은 기업조직 내에서 익숙한 다수자들에 비해 진급 또는 승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 기업의 CEO 혹은 임원은 사회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핵심그룹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낯선 소수자의 기업 상층부로의 진입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아직도 신문을 장식하는 여성임원들의 인터뷰 기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회에는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다수자그룹(majority group)2 과 소수자그룹(minority group)이 동시에 존재한다.3 그렇다면 서로 연결하기 어려운 가치, 사물, 혹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방식을 지칭하는양다리전술은 다수자그룹과 소수자그룹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가? 어떤 그룹이 양다리전술의 우위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는가? 소수자그룹이 기업 내에서 승진 및 진급하기 위해서는 양다리전술과는 다른 네트워크적 방식이 필요할까?

한국 기업의낯선 사람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상장기업 임원들 가운데 지방대 졸업자 출신자는 30%를 넘었으며 현대차 등 일부 기업은 40%를 넘어서는 등 지방 대학 출신들에 대한 불평등은 많이 개선되고 있다. 소위 명문 대학을 지칭하는 ‘SKY(서울, 고려, 연세)’를 나온 임원은 34.3% 2006 37%에 비해 줄어들었다. 또한 최고경영자의 경우에도 2011년 국내 1000대 상장기업(매출액 기준) CEO의 출신 대학 분석 결과4 에 따르면 ‘SKY를 나온 최고경영자의 수는 41.7%. 2007 10명 중 약 6명이던 SKY대 출신 CEO 비율이 2011 10명 중 4명꼴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6월에 발표된 한 맥킨지 보고서5 에 의하면 한국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55%로 높지만 이사회 내 여성임원의 비율은 불과 1%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조사 대상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낮다. 대학 졸업생 비율 역시 남녀가 비슷한데 첫 직장 취업 후 고위직 관리자가 되는 과정에서 많은 직장 여성들이 육아/가정 문제와 기업 관행 등의 이유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장을 떠나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 세계에서 여성임원(CEO 포함)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매우낯선 사람들이다.

기업 세계에서 여성임원의 비율은 왜 낮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그리고 경영학자들이 수많은 논쟁을 벌여왔다. 전통적으로 기업 세계는 남자들의 세계다. 수많은 직장인과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생리학적으로 남자가 더 우월하다는, 철 지난 우생학적 근거를 들이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최근 대학진학률과 사회 각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수많은 여성인력들을 보면 바로 그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예를 들면, 한국 사회에서 2011년에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75%로 남학생의 70%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매니저는 임원 혹은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확률이 적은가? 일과 육아를 포함한 가사의 불평등 문제들이 1순위로 떠오른다. 하지만 모든 역경을 무릅쓰고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후보의 위치에 오른 여성직장인의 경우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기업에서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을 잘하는 능력 이외에도 사회적/정치적 능력 역시 필요하다. 한 부서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던전문주의적(specialist)’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임원은 기업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아우르고 기업전략을 집행하는 하는 조정자와 실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종합주의적(generalist)’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종합주의적 사고방식의 핵심에 바로네트워크가 있다. , 임원은 개인의 능력 이외에 고객지향적인 마케팅 능력 및 영업력, 그리고 내부 성원들에 대한 조직 장악력이 필요하다. 한쪽에 치우친 인맥이나 사고방식으로는 변화무쌍한 기업환경과 시장에 대응하기 힘들다. 이런 네트워크가 중시되는 기업 내외의 사회적/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최근 기업 CEO 및 임원비율의 남녀차이를 여성과 남성의 네트워크의 차이에서 찾으려는 일련의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과연 여성은 능력이 있어도 남성과는 다른 연결망 구축으로 승진(연봉)에서 불이익을 받는가?

 

소수자 네트워크의 특징

우선, 남성과 여성 간에 네트워크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해보고자 한다. 첫째, 여성은 친구 네트워크(freiendship network) 지향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네트워크에 여성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기업 내에서 여성은 목적에 따라 다른 네트워크를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 , 정서적 네트워크(expressive networks)를 위해서는 여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목표지향적인 네트워크(instrumental networks)를 위해서는 남성을 선택한다. 하지만 남성은 이 두 가지 네트워크 모두에서 남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네트워크 종류가 중첩될수록 인간관계의 강도가 강해지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남성 간의 네트워크의 강도(intensity)는 매우 세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도 같이하고, 고민도 나누고, 회식도 하고, 운동도 같이하는 동료들 간의 인간관계는 중첩도가 높고 강도도 세다.

따라서 여성들은 자신의 연결망 내에 주로 여성들이 포진해 있어서 여성 편중적인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남성이 지배적인 회사 내에서 불이익을 낳는다는 믿음은 단순한 오해일 가능성이 높다(물론, 정서적 네트워크에만 초점을 두고 인간관계를 맺는 여성의 경우에는 매우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 여성의 연결망 내에 정서적 네트워크를 위해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남성이 주로 남성 편향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직장에 점차 여성 인력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러한 남성들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여성은 남성보다양다리전술을 덜 취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남성들은 주로 다양한 동료들과, 혹은 거래처 사람들과 회사의 중요한 안건들에 대해 상의를 하고 늦게까지 회식에 참석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들은 그런 연결망에 참가하는 정도가 낮기 때문에, 즉 아는 사람끼리 제한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뭉치기전술을 구사하기 때문에 양다리전술의 폭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논리다. 남성들이 좀 더 활동적일지는 모르나 여성들은 비공식적 채널을 포함한 여러 방법들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양다리전술적 측면에서 여성과 남성 간에 일반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또한 남성들이 다양한 회식자리에 참석하는 빈도가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임을 자주한다는 사실이 네트워크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남성들이 회사 동료를 비롯해 아는 사람들과 반복적으로 모임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네트워크 동질화 경향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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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영

    김태영mnkim@skku.edu

    -(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
    -(전) 홍콩과기대(HKUST) 경영학과 경영전략 담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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