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Management

긍정적 뻔뻔함: 목표에 집중, 신념에 충실!

110호 (2012년 8월 Issue 1)





세상을 돌아보면 참 뻔뻔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하철에서 남을 밀치고도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부터 고객의 돈을 수백억 원씩 빼돌려 달아나려고 한 저축은행 대표에 이르기까지 자기의 조그만 불편까지 남에게 미루거나 돌리고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남이야 어찌 되건 말건 도무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더 넘쳐나는 듯하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뻔뻔하다는 것은부끄러운 일을 하고도 염치없이 태연스러운 태도를 말한다. 염치를 안다는 것은 사회생활의 기본적인 자세다. 남에게 해를 입히거나 사회의 미풍양속에 반하는 일을 하게 되면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어야 정상이다. 그래야 함께 사는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기에 우리 사회는 어린 아이들부터 염치를 가르친다. 그러나 뻔뻔한 사람들은 줄지 않고 늘어만 간다. 심지어는 염치를 버리고 뻔뻔해지라고 권고하는 <이기려면 뻔뻔하라>나 뻔뻔함과 음흉함이 성공을 위한 처세의 비밀이라고 설파하는 중국서적을 번역한 <후흑학(厚黑學)>과 같은 책도 사람들에게 많이 읽힌다. 남들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자신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람들로 세상이 가득 차면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그런데 이런 책을 읽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만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상당히 그럴 듯한 얘기들이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왜 그럴까?

 

당당함과 뻔뻔함

경제학 박사인 조관일 씨는 그의 책 <이기려면 뻔뻔하라>에서주위의 비난이 신경 쓰이고 남의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게 싫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것은 곧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패배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식의 패배 대신에뻔뻔하다는 비난을 긍정의 시각에서 즐길 줄 알아야 승리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뻔뻔하다는 것은 후안무치, 안면몰수, 무한이기주의와는 달리 당당하게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것이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경쟁자나 비판자들이 쓰는 표현이뻔뻔하다는 것이며 같은 편이나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당당하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뻔뻔함이란 목표에 대한 집념과 용기 있는 태도, 처신에 있어서 탈권위적인 소박함이나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함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이기려면 당당하라고 주장하면서 <이기려면 뻔뻔하라>는 남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제목을 내걸어서 스스로 하나의 사례를 만들어 보여준 셈이다. 그게 아니라면 부끄러움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그가 말하는 것이 당당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라면 이 세상에 부끄러운 일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보는 가운데 부끄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 뚜렷한 소신과 목표를 가질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뻔뻔한 것과 당당한 것이 진정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세상에 부끄러운 일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은 단지 입장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반대파나 적군은 어떤 경우에도 나를 비난할 것이므로 그것에 아랑곳해야 할 이유가 없고 오로지 나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당당하고 떳떳한 일이라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

잠시 당당함과 뻔뻔함의 구분을 뒤로 미루고 왜 그것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적어도 단기적으로나마 나름대로 효과적인지 생각해보자.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배우 유오성은 잊을 수 없는 명대사를 남겼다. 무식하지만 싸움을 아주 잘하는 캐릭터로 나온 그는 싸움을 잘하는 비결로나는 한 놈만 팬다. 백 명이든 천 명이든 상관없이 딱 한 놈만 붙잡고 죽도록 팬다고 해서 관객들에게 폭소를 선사하면서 동시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다. 수많은 적들로부터 자질구레하게 날아들고 스치는 주먹과 발길질과 욕지거리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오직 한 명의 상대에게 자신의 온 힘과 역량을 집중해서 쓰러뜨리고 그 하나의 쓰러뜨림을 지렛대 삼아 적 전체를 제압한다는 것이다. 그가 얘기한 것은 다시 말하면선택과 집중이다. 아프리카의 치타나, 북극의 늑대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사냥꾼들은 비슷한 전략을 쓴다. 그들은 가젤이나 사향소 무리를 대상으로 사냥을 할 때 적당한 타깃을 한 마리 정하면 그것을 쓰러뜨릴 때까지 쫓아간다. 추격 과정에서 다른 사냥감이 가까이에 나타나건 말건 거들떠보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이 가진 에너지와 능력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 한정된 에너지와 능력을 선택된 한 마리의 목표물에 완전하게 쏟아붓는다. 그래서 한 마리의 가젤을 쫓는 동안 치타는 다른 가젤들을 쳐다볼 수도 없고 눈에 들어와도 방향을 바꿀 수 없다.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에 있어서 경영전략은 결국 경쟁의 마당을 선택해서 자원을 집중해 배치하는 방법이다. 사업의 규모나 자금력에 상관없이 모든 고객들의 모든 니즈를 만족시키는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려다 보면 단 한 명의 요구도 만족시킬 수 없을지 모른다. 고객, 시장, 제품, 조직 구성 등 어느 부분에서나 포기할 것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선택된 부분에 대해서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경영전략의 핵심이다. 최근 마케팅 분야에서는 캐즘(Chasm)이라는 개념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캐즘은 혁신적인 기술제품이 도입된 후 처음에는 시장에서 열렬한 호응을 얻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후 주류(main) 시장에서 고객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외면을 받아 슬그머니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 초기시장과 주류시장의 간극을 말한다. 이런 캐즘은 시장의 수요자들을 구성하는 두 집단, 즉 기술 수용의 선구자 집단과 실용주의자 집단의 가치관과 선호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선구자 집단은 새로운 기술에 매우 우호적이며 혁신을 선호한다.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며 위험을 수반하는 미래의 불확실한 기회가 그들에게는 강한 동기유발 요인이 된다. 이에 반해 실용주의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 중립적이며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한다. 가급적이면 주변 사람들과 상의를 하면서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하며 현재의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 효율적으로 해결하느냐가 동기유발 요인이 된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첨단제품들 가운데 선구자 집단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게 되면 마치 엄청난 초대박 상품이 탄생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제품들이 대부분 시간이 경과해도 수요를 더 확장하지 못하고 초기 선구자들의 구입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실용주의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캐즘을 극복하는 전략으로 경영학자들의 동의를 얻고 있는 것이 바로 완전완비제품(Whole Product)이라는 개념이다. Whole Product는 문자 그대로 완벽한 제품을 말한다. 모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완벽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소수의 소비자들에게 완벽한 것으로 인식되는 제품을 만드는 일은 시도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틈새시장을 선정하고 적어도 그 시장에서만큼은 초기의 선구자 집단뿐 아니라 실용주의자들에게까지 열광적인 환영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Whole Product의 의미이다. 이 틈새시장의 실용주의자들은 오랫동안 꾸준한 지지를 보내면서 인접 틈새시장으로까지 구전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시장을 확대해가면서 시장 선도자의 위치를 점진적으로 확보해 나갈 수 있다. 여기서 처음 선택된 틈새시장이 유오성의 표현에 따르면한 놈에 해당하는 것이고 완벽함을 통해 구전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죽도록 팬다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처럼 선택과 집중은 동물의 세계에서부터 기업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승리하고 성공하기 위한 모든 전략의 근본이다. 단지 자기 자신의 승리와 성공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주변에 대한 불필요한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연애를 할 때 가장 나쁜 상대가착한 상대라고 한다. 너무 착한 나머지 누구에게나 신경을 쓰고, 배려하고, 부탁이나 청을 거절하지 못하면 정작 가장 배려하고 사랑해야 할 연인에게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 그뿐 아니라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쓸 데 없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불필요한 노력을 하게 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심리적, 물질적 피해를 입히는 경우까지 있다. 그래서착한 사람이 사고 친다는 말도 있다. 사람들의 도덕관념상 동시에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있는 대상은 한 사람으로 한정된다. 이것도 일종의 자원의 제한이다. 자원이 제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이 착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결국은 피해를 낳는다. 이처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이유는 모든 면에서 자원의 제한 때문이다. 기업들은 당연히 자금이나 인력, 역량의 제한을 안고 사업을 해나가야 한다. 길거리의 싸움꾼이나 초원의 육식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긍정적인 뻔뻔함

, 이제 원래 주제로 돌아가서 뻔뻔함 또는 당당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이것들이선택과 집중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사람의 감정이나 관심과 같은 심리적인 부분도 일종의 한정된 자원이다. 칭찬을 기대하고, 칭찬받을 때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일종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남들의 비난을 부끄러워하거나 견디는 일은 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할 것이다. 이런 심리적인 에너지도 당연히 제한돼 있다. 그런데 자기와 관련된 모든 일,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신경을 쓰며 자랑스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면 감정적인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 심지어는 잘 알지도 못하는 세간 사람들로부터 응원과 호감과 지원을 기대하고 비난받을 것을 미리 두려워하는 일은 한정된 에너지를 지나치게 낭비하는 것이다. 자기가 추구하는 목적이 명확하고 그 결과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 일희일비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정과 관심이라는 심리적 자원에 대해서도 선택과 집중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뻔뻔함이건 당당함이건 간에 목표를 분명히 선택하고 그것에 감정과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목표달성에 분명히 효과적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정된 자원과 선택을 다루는 학문인 경제학의 박사학위를 딴 조관일 씨가뻔뻔하라고 주장한 것은 부끄러운 일을 하고도 개의치 말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 목표하는 바에 집중하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긍정적인 뻔뻔함은 성공하고 승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그것을 뻔뻔함으로 볼지, 당당함으로 볼지는 논의의 차원이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그리고 세상에 부끄러운 일이 각자의 입장과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굳이 여기서 결론을 내리고자 애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부끄러운 일을 하고도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현천 SK에너지 상무 hughcj@lycos.co.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1986 SK그룹에 입사해 회계, 국제금융, 투자가 관리, 구조조정, 해외사업, 전략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SK에너지 상무로 근무 중이다. 경영학, 경제학, 심리학, 생물학, 인류학, 역사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가리지 않고 읽는 다독가(多讀家)이며 변화 추진을 위한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포용을 주제로 한 <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 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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