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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때로는 분노가 협상을 돕는다

우정이 | 101호 (2012년 3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How anger and happiness could be affecting your negotiations?’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협상 참가자의 감정은 협상 결정과 반응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낙관적인 감정은 도저히 헤쳐 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난국에서도 무리하게 애쓰도록 할 수 있고 분노는 나중에 후회할 만한 말과 행동을 하게 할 수 있다. 상대방이 보이는 감정 또한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분노에 찬 상대방과 사업 협상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협상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연구하는 공통된 감정은 행복과 분노다. 일부 연구에서 밝혀졌듯 분노는 강함을 나타내기 때문에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과 협상할 때보다 분노한 상대방에게 더 많이 양보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분노는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어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상대방과의 협력을 어렵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다.
 
협상에서 만족한 듯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방의 양보 의지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재 상황에 충분히 만족한 것처럼 보이는데 왜 더 양보해야 하는가? 행복한 협상가는 자신에게 불리한 합의를 신속하게 도출해 낼 가능성이 있다.
 
여러 차례 협상한 파트너와 논의하던 중에 상대방이 당신 회사의 정보 보안 능력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상상해 보라. 툭 튀어나온 무책임한 발언에 당신은 화가 났다. 이때 당신의 분노는 협상에 도움이 될까, 독이 될까?
 
답은 당신이 협상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남부 캘리포니아대의 제니퍼 R. 오버벡(Jennifer R. Overbeck) 교수와 스탠퍼드대 마거릿 A. 닐(Margaret A. Neale), 호주의 스위니 리서치(Sweeney Research) 연구원 카산드라 L. 고반(Cassandra L. Govan)의 공동 연구결과다.
 
이들은 실험에서 참가자를 둘씩 짝 지었다. 그리고 30분간 일대일로 구직 협상을 하도록 했다. 한쪽은 구직자를 연기하고 다른 한쪽은 면접관의 역할을 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끌어 내는 협상을 하거나 서로 협력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실험자들은 짝을 지어준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에게만 당신은 협상에서 더 많은 힘을 가졌으며 상대편은 협상을 끌고 나갈 입장에 있지 않다고 말해줬다. 또한 일부 참가자에게는 분노를 표시하며 상대편을 공격적으로 몰아붙이라고 주문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행복감을 느끼도록 하고 유쾌하게 협조적인 자세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우위에 있으면서 분노를 표시하도록 한 사람들이 우위에 있으면서 행복을 표시하도록 한 협상가보다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더 많은 이익을 주장했다. 반대로 분노는 열위에 있는 협상가로 하여금 덜 집중하고 덜 유리한 결과를 얻도록 했다. 흥미롭게도 분노를 느낀 협상가들은 행복한 협상가보다 협상 양측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분노한 협상가가 협상에서 우위에 있을 때 더 강해졌다. 전체적으로는 양쪽 모두 화를 내는 경우 협상에서 가장 좋은 결과가 도출됐다.
 
실험 결과를 보면 행복보다는 분노가 협상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협상에 별다른 힘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의 분노는 득보다 해가 크다. 분노가 협상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도록 막기 때문이다.이는 협상하다가 화가 났거나 화가 난 상대방을 마주하고 있을 때 유념해야 할 점이다. 결국 분노와 행복이라는 감정이 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당사자가 협상에 얼마나 영향력을 가졌느냐에 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워싱턴대(Washington University) 연구자 데준 토니 콩(Dejun Tony Kong)과 주디 매린 팍스(Judi McLean Parks), 웹스터대(Webster University)의 에세 툰셀(Ece Tuncel)은 세인트루이스에서 2개의 실험을 실시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협상 결과에 낙관적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 때 협상 참여를 선택하는지, 만약 그렇다면 협상 테이블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했다.
 
협상에 참여하는지 보기 위한 첫 번째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이 영업 매니저이며 연봉 협상에 참여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은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는데 영업팀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지난 몇 년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협상에서 원하는 바를 얻으면 행복해질 것으로 기대한 참가자들은 연봉 협상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했다. 행복을 기대하는 참가자는 어려운 협상에서 만날지 모르는 장애물에 쉽게 낙담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본 두 번째 실험에서는 협상 수업에 참가한 대학원 학생들을 둘씩 짝 지은 후 부서장이 직원과 징계 절차를 협상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그 결과 협상 목적을 달성하면 만족하거나 들뜨거나 행복감을 느낄 것이라 예상한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았다. 다시 말해 협상이 끝나면 행복감을 느낄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들은 협상을 선택할 가능성이나 협상에서 원하는 목표를 얻을 가능성이 둘 다 높았다.
 
협상하는 동안 우리 감정은 변하기 쉽다. 행복에서 분노, 질투에서 안도, 짜증에서 만족으로 바뀌기 일쑤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사결정과 감정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협상 내내 지속되는 하나의 감정만 살피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다른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싱가포르 인시아드(INSEAD) 연구자 알란 필리포위츠(Allan Filipowicz)와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시갈 바르세이드(Sigal Barsade), 시물 멜와니(Shimul Melwani)는 협상 참가자의 감정이 행복에서 분노로, 또는 분노에서 행복으로 변할 때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관계에 대한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폈다.
 
3번의 실험에서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상대방과 협상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과 협상할 상대방은 컴퓨터 프로그램이거나 실험자로부터 특정 방식의 행동을 주문 받은 배우였다. 실험 결과, 학생들은 상대방이 처음부터 끝까지 화를 낸 경우나 화를 내다가 행복감을 표시한 경우보다 행복했다가 화를 냈을 때 가장 많은 것을 양보했다. 또한 학생들은 상대방의 감정이 협상 내내 변하지 않은 때보다 어떻게든 변한 경우, 다시 말해 분노에서 행복 혹은 행복에서 분노로 변한 경우 서로의 관계에 더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
 
이 실험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감정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려준다. 결과를 보면 힘든 이야기는 협상 후반부에 해야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협상 중 진심으로 느끼는 분노를 숨기는 행동은 오히려 협상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준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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