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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Planning

직장인의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나

최효진 | 100호 (2012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은 ‘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가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애정남’이 큰 인기다. 생활 속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을 딱 정해주는 모습이 대중들의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애정남은 항상 프로그램 서두에 “지키지 않더라도 경찰이 출동하지는 않습니다”고 말한다. 사람들도 애정남이 정해줬다고 해서 그가 말한 대로 생활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경력관리도 마찬가지다. 어떤 학교를 나오면 어느 직장을 갈 수 있고, 어떤 업무 경력 몇 년 이상이면 이직이 가능하다는 등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적용되는 경력관리의 절대적 기준은 없다.
 
종종 필자에게 ‘커리어 코칭’을 받으러 오는 직장인들 중에는 필자를 애정남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본인의 직장은 어디고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데 앞으로 어디로 옮길 수 있는지를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필자는 애정남도 노스트라다무스도 아니다. 누구도 직장을 옮기는 데 정확한 예언을 할 수 없다.
 
얼마 전 필자에게 코칭을 받으러 온 A씨는 지방 국립대를 졸업한 뒤 중견 제조업체의 해외영업부서에서 5년여를 근무했다. 직장의 인지도에 대한 불만족과 학력 콤플렉스가 있었던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의 명문대 MBA 코스로 유학 길에 올랐다. 학력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기 위한 투자였던 것이다. MBA 졸업을 얼마 앞두고 그녀는 국내에 돌아올 준비를 하면서 취업하고 싶은 기업들의 리스트를 들고 필자를 찾아왔다. 그녀가 알고 싶어하는 내용은 단순했다. 귀국 후 자신이 어떤 경력을 쌓아가길 의논하기보다는 당장 어떤 기업의 어느 직무를 하고 싶은데 현재 자신의 스펙으로 취업 가능한지를 궁금해했다.
 
이러한 궁금증은 처음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청년들뿐 아니라 이미 몇 년 동안 경력을 쌓아온 직장인들에게도 공통되는 관심사다. 직장인들은 현재 종사하고 있는 업종을 비롯해 수행업무, 경력연차 등 다양한 부분에서 자신의 위치를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스펙만으로 이 정도의 기업으로는 이직할 수 있다거나 현 직장에서 연봉을 이 정도 높여 받을 수 있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이직을 생각하거나 현 직장에서 몸값을 올리고 싶다면 이를 위한 준비는 잘 돼 있는지 스스로를 먼저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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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높이기 위한 세 가지 Tip
 
가치를 올리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면 자신을 알리기 위한 부분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인재시장에 알리고 그들의 러브콜을 받기 원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첫째,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이다.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10여 년을 근무하고도 경력기술서를 단 몇 줄로 작성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헤드헌팅을 위해 만나는 임원급 후보자들은 그동안 어떠한 경력을 쌓아왔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어디서 근무했고 어떠한 직책을 맡아왔다는 간단한 대답을 하곤 한다. 구체적인 직무와 성과 등에 대한 작성을 추가로 요청하면 아무리 고민해봐도 작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구직을 하든 이직을 하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본인의 경력을 일목요연하게 문서로 정리해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업적을 명확한 언어로 기술할 수 있어야 한다. 몸담았던 기업과 맡았던 직책은 단순히 그 당시의 신분을 나타내는 백그라운드일 뿐 본인의 모든 것을 나타내 주진 않기 때문이다.
 
5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그동안의 업무와 성과를 뚜렷하게 기술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 몇 년 전에 이뤘던 수많은 성과들을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어필할 수 있는 성과가 있음에도 자칫 잊혀져 버린 경험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1년의 간격을 두고 본인의 커리어로서 특별히 내세울 수 있는 프로젝트나 성과 등에 대해서는 항상 업데이트 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이 된다.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이력서라는 문서로조차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없다면 가장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실패한 것이다.
 
둘째, 주변의 추천이 중요하다.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스스로 홍보하기에 바쁘다. 물론 그동안 자신의 성과에 대해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주변의 추천이 있는 경우이다.
 
외국계 보안솔루션기업 A사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재직 중인 B차장은 사내에서 몇 안 되는 외부 영입인재 중 한 명이다. B차장은 A사의 엔지니어들 중에서 학벌도 가장 떨어지는 편이다. 그가 이직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입소문’ 때문이었다. 지방대를 졸업한 그는 처음에 한 IT 서비스 벤처기업에 입사했다. 대기업에 지원했지만 전부 낙방하고 받아주는 기업에 들어갔다. 기업 인지도, 연봉 등 모든 것이 열악했지만 그는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성실히 일했다. 입사 동기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이나마 나은 곳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는 5년 이상 묵묵히 업무를 익혀 나갔다. 뿐만 아니라 솔루션을 납품하는 기업 담당자들의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가 담당하는 고객사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그의 성실함과 역량은 업체들에 소문이 났다. 결국 그를 눈여겨보던 A사의 담당 이사가 그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고 현 직장으로 옮기게 됐다.
 
처음 직장을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하거나 현재 자리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직장인들은 이러한 입소문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셜네트워크의 발전으로 다수의 사람과의 정보교환이 자유로워졌지만 누구나 소문이 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인정할 만한 성과들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단기간에 입소문이 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커리어 전문가와의 만남도 필요하다.
많은 직장인들은 커리어 패스에 변화를 주기 전에 보통 주변 동료, 친구, 선후배 등과 논의를 한다. 하지만 이들은 경력관리에 있어 비전문가들이고 성공적인 경력관리를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을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평소 커리어 코칭, 헤드헌터 등 자신의 경력에 대해 전문 컨설팅을 해줄 전문가들을 한두 명 곁에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HRKOREA의 헤드헌터들이 여러 경로의 소개나 리서치를 통해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걸면 “제 전화번호를 어떻게 아셨어요? 관심 없습니다”라면서 스팸 전화를 응대하듯이 뚝 끊어버리는 이들이 있다. 자신이 왜 이 전화를 받았는지 곱씹어 보기보다는 집요하게 자신을 또는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추궁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이들도 있다. 낯선 전화에 불쾌하고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낯선 전화 한 통이 어쩌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헤드헌터의 제안에 응해 이직을 하지 않더라도 헤드헌터와의 관계를 통해서 앞으로의 경력에 관한 체계적인 준비를 할 수 있다. 이력서를 매력적으로 쓰는 방법도 배우고, 업계 인력시장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커리어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시장의 트렌드, 경쟁사 동향 등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주치의를 두거나 재테크를 위한 금융 컨설턴트의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경력 관리 자문을 해주는 커리어 전문가를 사귀어 두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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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가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 더 나은 미래란 누구에게는 많은 연봉, 누구에게는 승진, 또 다른 이에게는 여유 있는 개인시간 등 다양할 것이다. 이렇게 꿈꾸는 미래는 나의 가치가 올라갔을 때 나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요구함으로써 하나씩 이뤄갈 수 있다. 무작정 현 직장에서 원하는 것을 요구하거나 더 조건이 좋은 기업으로 이력서를 낸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현재 나의 위치에서 단순히 승진, 연봉 인상, 이직의 성공 가능성을 점친다. 서두에 언급했던 A씨도 이 경우에 속했다.

직장인들은 자신이 먼저 기업에 이직을 제안하는 것은 성공 확률을 예측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자칫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 추가적인 에너지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자신의 가치가 높다면 기업에서 먼저 이런저런 혜택들을 제안할 것이다. 목표로 하는 경력지점이 있다면 다른 곳에서 제안이 올 만큼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국내외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를 붙잡기 위해 높은 연봉으로 다년 계약을 한다든가, 천문학적 액수의 이적료를 지급하고 경쟁팀의 선수를 영입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보다는 먼저 자신의 가치를 그 눈높이에 맞게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가치가 올라가면 원하는 것들이 스스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될까? 이는 단순한 계산식에 의해서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과거의 스펙과 현재의 업무성과의 합으로 나의 몸값이 결정되는 것이다. 신입사원의 경우 업무성과가 없기 때문에 취업에 있어서 스펙과 그에 상응하는 열정 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대학원 진학, 어학공부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경력이 있는 직장인들은 과거의 스펙보다 현재의 업무성과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직장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업무성과는 무엇일까? 바로 기대수준 이상의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기업에서 요구하는 업무처리 수준이 있다. 일정 수준의 기대를 충족시킨다고 예상되기에 근로계약을 맺고 연봉협상을 한다. 만약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조직에서 퇴출될 것이다. 가령 반복적인 업무처리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근태가 좋지 않거나 상사가 시킨 업무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징계를 받고 심하면 정리해고 대상이 된다. 그렇다고 무리 없이 맡은 업무들을 수행한다고 만족할 것은 아니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연봉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성실함을 넘어 창의적, 도전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성과를 내는 것이다.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내기 원한다면 먼저 그동안 나의 업적은 어땠는지 되짚어 보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기 시작해야 한다. <표1> 업무성과에 관한 체크리스트에 스스로 고민해 보고 답해보자. 자신에게 해당하는 문항이 4개 미만이라면 그동안 직장생활은 가치를 올리기보다는 단순히 자리만 지키는 정도가 아니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추가질문들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고 잘 정리해 놓는다면 연봉협상이나 이직 시 경력기술서 작성, 면접 등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몸값 올리기, ‘기다림의 미학’ 필요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도 높은 몸값을 받으며 다른 팀으로 이직하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야심 차게 FA시장으로 뛰어들었지만 선택을 못 받고 초라하게 원 소속팀으로 돌아가거나 은퇴하는 선수들도 있다. 시장에서의 자신의 가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못하고 무작정 뛰어드는 오류를 범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농사와 경력관리에도 공통점이 있다. 농사는 때가 있고 기다림이 있다. 농산물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처럼 몇 시간, 며칠 만에 뚝딱하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과가 익고 된장이 숙성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경력관리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어떠한 목표를 세운다 하더라도 바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주변에서 인정받을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위치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소모적인 일일 뿐이며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기업들을 찾아 기웃거리기보다는 나에게 온 러브콜들 가운데 선택하는 것이 훨씬 더 만족스러운 이직 결과를 가져온다.
 
많은 청년들이 무조건적으로 대기업 입사를 원하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막연히 더 큰 기업으로의 이직을 희망하는 모습들을 보면 안타깝다. 현재의 자리가 어디든 자신의 준비에 따라서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나무에 달린 감이 저절로 떨어지길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사다리를 구하거나 작대기를 찾아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더 나은 곳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기보다는 기회가 먼저 찾아오도록 준비를 한다면 머지않아 기회는 온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0191choi@hrkorea.co.kr
 
최효진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과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장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그들은 어떻게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었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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