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파괴적 집착에서 자유로워지려면

99호 (2012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When Should You Give Up the Fight?’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분쟁 합의금으로 수천만 달러를 받았다면 대부분 사람은 승리감에 도취될 것이다. 2008년 페이스북과의 소송에서 65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낸 타일러 윙클보스(Tyler Winklevoss)와 캐머런 윙클보스(Cameron Winklevoss) 또한 처음에는 그랬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아 이들은 합의금이 충분치 않다며 합의를 취소하려고 했다. 결국 이들은 어떤 합의에도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의 대표적인 예가 됐다.
 
2003년 하버드대 재학 시절, 윙클보스 쌍둥이와 디비야 나렌다(Divya Nerenda)는 이후 ‘커넥트유(ConnectU)’로 이름을 바꾼 ‘하버드 커넥션(Harvard Connection)’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친구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에게 프로그래밍을 부탁했다. 그런데 저커버그는 자꾸 기한을 연기하더니 ‘더 페이스북(The Facebook)’이라는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를 독자적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쌍둥이는 주장했다.
 
윙클보스는 페이스북을 고소했고 페이스북은 맞고소로 대응했다. 2008년 2월 중재가 시작됐다. 세금 문제를 고려한 양측은 커넥트유를 페이스북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합의안을 만들었다. 윙클보스 쌍둥이에게는 현금 2000만 달러와 페이스북 주식을 주당 35.90달러로 계산한 4500만 달러가 지급됐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윙클보스는 합의안에 구속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페이스북 가치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돼서 자신들이 실제로 받아야 할 금액보다 적게 받았다며 2쪽짜리 합의안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수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우겼다. 페이스북 주가는 합의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아서 합의금 액수가 크게 증가한 상황이었다. 윙클보스 측은 돈 때문이 아니라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며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그리고 해당 합의금을 유도한 자신들의 변호사까지 고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윙클보스를 외면하고 패소를 선언했다.
 
페이스북 사건을 조사한 뉴욕타임스의 스티븐 M. 다비도프(Steven M. Davidoff)는 윙클보스 쌍둥이가 내세웠던 2개의 근거가 빈약하기 짝이 없음을 지적했다. 합의문에는 내용에 구속력이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고 연방 증권법에 따르면 주식 매도자는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다비도프의 예측대로 연방 법원은 기존 합의가 윙클보스 측에 ‘꽤 유리하게’ 작성돼 있다며 합의문을 유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윙클보스 쌍둥이는 판결에 굴복하지 않고 미 대법원에 항소했다. 그러더니 6월에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며 돌연 싸움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상당한 합의금을 받고도 승복할 줄 몰랐던 윙클보스 쌍둥이의 모습은 어떤 합의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탐욕스런 협상가의 극단적 전형이 됐다. 그러나 합의가 이뤄진 후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무효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다비도프는 말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맥스 H. 배저만(Max H. Bazerman) 교수에 따르면 거의 모든 협상가들은 합의를 거부하고 비합리적으로 분쟁에 몰입하는 수순을 밟는다고 한다. 비합리적 경쟁에 돌입하며 분쟁을 끝내지 않는 대표적 사례로는 파업과 양육권 분쟁, 가격 전쟁 등이 있다. 해결하기 어려운 합의가 경쟁으로 변질되기 시작하면 언제 이 싸움을 끝낼지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편향적 시각을 가질 때 빠지기 쉬운 함정과 이를 피하는 법을 알아본다.
 
1. 공정성에 대한 집착
윙클보스 쌍둥이는 합의안에 항소를 제기하면서 보다 공정한 결과를 얻기 위함이라고 정당화했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좀 더 많은 합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밸류에이션 측정에 실패한 페이스북을 벌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을 것이다.
 
공정성은 협상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배저만 교수는 공정성 판단이 선호하는 결과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두 명의 파트너가 사업을 나눠가질 경우 자본을 많이 투자한 측은 자신이 더 많은 몫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한 상대편은 자신이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원하는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나서 공정성을 근거로 정당화한다. 이와 같은 자기중심적 사고야말로 파괴적인 경쟁의 주요 원인이다.
 
해결책: 협상 상대방의 제안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우선 상대방의 관점에서 상황을 철저히 분석한다. 상대방의 시각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은 스스로의 기대치를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친구나 동료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윙클보스 쌍둥이가 합의 내용에 대한 객관적 의견을 구하거나 들었다면 좀 더 일찍 싸움을 그만뒀을 것이다.
 
 
2. 매몰 비용에 대한 집착
회계학과 경제학 교수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매몰 비용’을 무시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협상에 투자해 온 시간과 비용, 노력은 앞으로 고려해야 할 투자에 아무 상관이 없는 요소라는 뜻이다.
 
배저만 교수는 이 같은 조언이 따르기 힘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부동산 위기 이후 보유 아파트의 평가가격이 급락했다면 아파트를 팔 때 투자한 금액을 머릿속에서 떨쳐 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때 그동안 투자한 돈에 집착하면 비현실적으로 높은 가격을 매길 위험이 있다.
 
해결책: 협상을 위해 소비한 시간과 돈, 에너지는 현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복해서 생각하라. 객관적인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면 좀 더 이성적인 선택을 모색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3. 손에서 놓지 못하는 미련
분쟁이 길어질수록 양쪽 모두 점점 예민해진다. 악마와 같은 상대방을 벌주고 싶은 욕망은 해로운 집착이 되고 상대가 하는 말은 무조건 의심부터 하고 본다. 분쟁에 전력을 다하면 쏟아부은 열정이 고스란히 매몰 비용이 된다. 수년간 저커버그와 소송을 계속한 윙클보스 쌍둥이는 저커버그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 그를 벌주고 싶은 욕망을 놓아 버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저커버그의 제안을 무조건 의심하다 보니 제3자가 보기에는 꽤 많다고 여겨지는 합의금도 공정하지 않다고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해결책: 삶의 다른 부분에서와 마찬가지로 협상에서도 하나의 목표가 파괴적 집착으로 변질되는 때를 인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여기에서도 역시 믿을 만한 사람과 상담하며 모든 걸 놓아버려야 할 때가 언제인지 깨달아야 한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