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Management

간절한 소망, 사람을 움직이는 힘

99호 (2012년 2월 Issue 2)


매년 이맘때면 사람들은 목표와 계획을 세운다. 한 해를 열두 달로 나누고 겨울이 한창 깊어지는 시기를 한 해의 끝과 새로운 한 해의 시작으로 정한 이상,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아무 계획도 없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는 것보다 계획을 가진 상태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계획은 시간과 자원을 배분할 수 있게 해주고, 일이 원래 의도한 것처럼 제대로 진척돼 가는지 여부를 알게 해주며, 제대로 돼가지 않을 때는 반성도 하게 한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사람들은 특정한 일이 아니어도 인위적으로 시작과 끝을 정하고 그 시작 지점에 특정 기간을 위한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세울 때는 가장 먼저 목표를 정한다. 학생들이 공부 계획을 세울 때는 성적이나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목표를 정하고 가정에서는 더 나은 삶의 터전과 행복한 생활의 기초가 되는 집을 어느 수준에서 언제까지 장만하겠다는 등의 목표를 계획한다. 가정을 꾸리고, 2세를 갖고, 사업체를 세우고, 학위를 따고, 작품을 만들고, 진급을 하고, 건강을 유지하거나 회복하는 등의 온갖 목표가 갖가지 계획들의 기초가 되고 시발점이 된다. 기업이나 정부조직, NGO 같은 각종 조직들도 마찬가지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원을 할당하기 전에 목표를 먼저 설정한다.
 
간절한 목표가 가장 좋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1954년에 목표관리법(MBO·Management by Objectives)을 창안해 경영학계에 소개했다. 목표관리법은 종업원의 과업목표를 조직과 상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이 상사와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한 후 이에 대한 성과를 종업원과 상사가 함께 평가하는 제도다. 단순히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고 공과를 나누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제도는 조직목표와 개인목표가 잘 연계되도록 하고 참여자에게 목표달성을 위한 구속성과 참여 의식을 유발해 강력한 동기 부여가 이뤄지도록 한다. 조직 내의 구성원 간에 의사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목표달성을 위한 일체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받았고 많은 기업들이 도입해 활용함으로써 큰 성과를 올렸다.
 
 
피터 드러커는 목표를 설정할 때 필요한 다섯 가지 원칙을 도출해서 이를 ‘SMART’ 원칙이라고 불렀다. 즉, 목표는 구체적이어야 하고(S:Specific), 측정 가능해야 하며(M:Measurable), 달성 가능하면서도 도전적이어야 하고(A:Achievable), 결과 지향적이고(R:Results-oriented), 특정한 시간, 가급적이면 1년 이내에 처리할 수 있어야(T:Time-bound)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인의 자율성에 의해 통제 가능한 목표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목표실행의 수단도 직접 결정하고, 실질적인 계획을 개발할 수 있으며, 개인이 직접 성과를 주기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필요한 방향으로 행동을 수정하고, 미래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피터 드러커 이전에도 기업들은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작성했다. 그런데 왜 피터 드러커인가? 그것은 행동의 주체인 개인들을 목표설정에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피터 드러커 이전과 이후의 차이다. 조직의 일이라는 것도 실제로는 작업을 수행하는 각 개인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므로 개인들이 참여해 직접 설정한 목표가 적절한 행동을 유발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목표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해당 개인에게 그 목표가 얼마나 제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요소는 바로 간절함 또는 절실함이다. 사실 간절함이야말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아무리 ‘SMART’의 요건을 잘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개인에게 간절함이 떨어지는 목표가 설정되면 개인을 참여시킨 효과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푸석돌에 불 난다’는 속담이 있다. 단단하지 않고 푸석푸석한 돌도 부싯돌이 돼 불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바라는 바가 간절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연못에 돌멩이 하나를 던져놓고 찾으라고 하면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돌멩이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한 조각이 연못에 빠져 있다고 하면 어떨까? 그 다이아몬드 한 조각으로 며칠간 배를 곯고 있는 식구들을 먹일 수 있거나, 등록금 때문에 자식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가장이라면 기어코 찾아낼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간절함은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게 해주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며, 머리칼 한 올이 몸에 닿는 것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넘을 수 없는 담장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해주고 먼 거리를 한달음에 달릴 수 있게 해주며, 기억 속에 깊이 묻혀 있던 것들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고,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복잡한 계산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일들은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과 과학으로는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일들이 현실에서 가끔씩 일어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간절함은 다른 무엇보다도 더 강한 무기가 돼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목표는 간절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하고 싶은 일,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간절함은 결핍에서 온다
간절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달인으로 잘 알려진 개그맨 김병만 씨는 지난해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자서전을 펴냈다. 그 책을 보면 그의 연기와 인생이 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지 알 수 있다. 김병만 씨는 키가 상당히 작다. 그런데도 그는 무대를 꽉 채우고, 키가 큰 동료들의 옆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으며, 프로그램을 항상 주도한다. 사실 김 씨는 키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TV 화면으로 봤을 때 작아 보이지도 않고 스피드도 떨어지지 않으면서 적당히 액션도 할 수 있는 최적의 신장이 170㎝ 정도라고 생각했고 그 정도의 키를 갖기를 절실하게 원했다. 그 열망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기 키를 얘기할 때는 항상 소수점 이하까지 얘기한다고 한다. 소수점 이하의 부분도 그냥 버리기가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한국 남성의 평균 키인 173㎝에도 못 미치는 키를 갖기를 원했지만 실제 그의 키는 희망하는 키에 비해 ‘11.3㎝’가 부족했다. 그는 그 11.3㎝의 결핍이 채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했으나 그것은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 밖이었다. 그래서 그는 간절한 노력으로 다른 신체조건이 좋은 개그맨들은 꿈도 꾸지 못했던 영역에 도전했고, 많은 분야에서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개그프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나를 키운 것은 가난과 병약함과 배우지 못한 것”이란 말을 했다. 가난했기에 근검 절약하는 습관을 키웠고, 병약했기에 몸을 단련했으며, 배우지 못했기에 누구에게서나 가르침을 받으려 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했던 결핍의 조건들이 모두 절실하게 작용해서 그를 일으켜 세우고, 남보다 더욱 노력하게 만들고, 마침내 그의 모든 것을 이뤄내게 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꼭 개인들의 얘기만은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비슷한 예는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6.25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해서 보릿고개를 없애보겠다는 간절한 열망으로 경제를 일으켜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내다보는 입장이 됐다. 싱가포르는 1965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물도 없고 자원도 없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1957년에 먼저 독립한 말레이시아와 합병을 원했지만 말레이시아로부터 거부당했다. 일종의 버려진 나라로 출발한 싱가포르는 지금은 동남아시아의 진주라고 불리며 그 지역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덴마크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황무지 위에 세워졌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농업국가이자 생명과학을 이끌어가는 나라가 됐다. 이들은 모두 열악한 조건에서 결핍으로 인한 절박함을 원동력으로 삼고 간절한 소망으로 바꾸어 실현시킨 나라다.
 
이처럼 간절함은 결핍에서 온다. 자기가 잘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은 자기 안의 채워지지 않은 결핍에서 오며 부족한 결핍상태를 채우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에서 온다. 어느 쪽이든 바탕은 결핍이다. 물론 결핍은 추한 욕망의 모습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긍정적인 소망을 향한 간절함으로 바꾸어내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목표와 계획을 세울 때 막연히 이뤄졌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런 목표와 계획은 ‘아니면 말아도 괜찮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것들을 위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최대한의 자원을 할당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 결과는 아닌 것으로 판명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가리켜 나중에 ‘시디 신 포도’라고 한다. 배가 덜 고픈 여우처럼 말이다. 목표를 달성하고 싶으면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한 해가 시작되는 이 시기에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질문은 “인생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내가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조직에서라면 “구성원들 각 개인이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소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될 것이다. ‘SMART’한지는 그 다음에 들여다볼 문제다.
 
 
정현천 SK에너지 상무 hughcj@lycos.co.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1986년 SK그룹에 입사해 회계, 국제금융, 투자가 관리, 구조조정, 해외사업, 전략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SK에너지 상무로 근무 중이다. 경영학, 경제학, 심리학, 생물학, 인류학, 역사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가리지 않고 읽는 다독가(多讀家)이며 변화 추진을 위한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최근 포용을 주제로 한 <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 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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