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Help Your Agreement Go the Distanc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2008년 2월 리처드 M. 데일리(Richard M. Daley) 당시 시카고시장은 시내에 있는 3만6000개 주차 요금기의 민영화 입찰을 추진했다. 2007년 시 정부는 벌금과 주차요금으로 2300만 달러를 걷어들였지만 시는 5억 달러의 재정 적자에 놓여 있었다. 당국은 비공개 입찰을 통해 10개 입찰업체 중 1곳을 선택했다.
같은 해 12월 시 의회가 민영화 계획을 검토하고 의결하기도 전에 데일리 시장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설립한 시카고파킹미터스(Chicago Parking Meters)에 향후 75년간 약 12억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주차 요금기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시 의회는 계약 조건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시가 요구하는 대로 계약을 승인했다. 늘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2009년 2월부터 주차 요금기에 대한 모든 권한은 시카고파킹미터스로 넘어갔다. 그러자 주차 요금이 오르기 시작했다. 요금이 2배로 뛴 지역도 있었다. 주차할 만한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곧장 요금기가 설치됐다.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시간대도 늘었다. 요금기 고장과 서비스 불만 사례도 폭증했다.
시민들은 곧바로 거세게 반발했다. 거리의 요금기는 파손됐고 급락한 데일리 시장의 지지율은 회복될 줄 몰랐다. 조사에 나선 시 감사 당국은 계약을 담당한 시 정부의 최고재무책임자가 향후 75년에 걸친 주차 요금 시스템의 가치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았으며 계약이 ‘의심스럽다’고 발표했다.
2010년 8월 시카고파킹미터스는 기업어음을 판매하면서 투자자에게 시카고 주차요금기 관련 계약의 예상 수입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유효한 계약기간인 2084년까지 예상되는 시카고 주차 요금 수입의 순현재가치가 116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시 정부가 모건스탠리로부터 받은 금액의 10배가 넘는 액수였다. 주차 요금이 소비자 물가 지수와 연동된 만큼 요금이 오르면 수입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카고시가 이 계약을 통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한 것도 아니다. 새 시장이 취임한 2011년 시카고시는 또다시 심각한 재정 문제에 직면했다.
시카고시의 사례는 계약이 체결됐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계약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잣대는 ‘계약 체결 후 상황이 어떻게 변했느냐’다. 하지만 많은 계약 당사자는 협상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계약 체결 이후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함정과 낭패를 예상하지 못한다. 중요한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장기적 성공을 담보하기 위한 3가지 원칙을 알아보자.
1. 관계를 구축한다.
제스왈드 W. 살라큐스(Jeswald W. Salacuse) 터프츠대 교수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보다는 계약 상대방과 긴밀하고 효과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방과 어떤 관계를 쌓았는지에 따라 계약 이행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실수는 계약 체결과 이행 담당자를 분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협상을 담당한 독립부서는 계약 이행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협상의 핵심: ‘Yes’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The Point of the Deal: How to Negotiate When yes Is Not Enough)>의 저자 대니 에르텔(Danny Ertel)과 마크 고든(Mark Gordon)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아메리카온라인(AOL) 사업계획팀이 경쟁업체를 누르기 위해 공격적으로 온라인 광고 계약을 추진했던 사례를 언급한다. 새로운 파트너사와 차분히 계약을 이행하는 대신 AOL 사업계획팀은 계약을 체결하면 빠르게 다음 계약으로 옮겨갔다. 그 결과 AOL과 계약을 체결한 일부 파트너사들은 계약 실패로 도산했고 AOL은 연방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계약 당사자들은 계약이 순조롭게 이행될 때까지 이행 과정에도 되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소통에 능하고 상황 파악이 빠른 담당자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살라큐스 교수는 충고했다. 이행 과정에서는 기술 전문성보다 대인 관계 및 사회적 기술이 훨씬 더 중요하다. 관계 구축 및 유지 과정에서 양측의 리더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행 단계에서는 정기 회의를 통해 얼굴을 맞대고 새로운 성과와 우려 사항을 논의하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관계를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2. 장기적 성과에 집중한다.
요즘 공공자산의 민영화가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았다. 주차요금기를 민간업체에 양도하겠다는 시카고 시장의 결정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모건스탠리가 지불한 대금은 계약 후 3년간 시의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됐다. 그러나 리처드 리틀 남가주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공공 재정 및 인프라 정책 연구소(Keston Institute for Public Finance and Infrastructure Policy) 소장은 재정 적자를 해결하는 일에 대해 “공공 자산을 매각해서 얻은 수입의 현명한 사용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정 적자는 (시카고 사례가 보여주듯) 결국 다시 발생하기 마련인데 그때 ‘매각할 주차 요금기도 없다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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