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Negotiating Noncompete Agreement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콘텐츠 공급(NYT 신디케이션 제공)
2010년 가을 언론인 크리스토퍼 플로레스는 미국 시카고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플로레스가 시카고 리더(Chicago Reader) 2월 호에 밝혔듯, 당시 플로레스는 시카고의 온라인 쿠폰 회사 그루폰(Groupon)의 전속 작가를 찾는 구인 광고를 접했다. 재치있게 묘사돼 있는 그루폰의 일일 업무 내용에 흥미를 느낀 플로레스는 작문 샘플을 제출했다. ‘그루폰 아카데미(Groupon Academy)’라는 이름의 세미나에도 초청받았다. 그루폰은 그루폰 아카데미에 참석하는 플로레스와 약 30명에 달하는 다른 지원자들에게 그루폰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후 프리랜서 자격으로 그루폰의 광고 문구를 작성할 기회를 주겠다고 설명했다.
세미나에 참석하려면 앞으로 2년 동안 ‘어떤 식으로도’ 그루폰의 경쟁업체에서 일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적혀 있는 프리랜서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만 했다. 플로레스는 더 이상 아무 일도 얻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미래의 일자리 기회를 모두 거부하겠다고 맹세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루폰의 채용 담당자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 세미나에 참석할 수 없다고 거듭 얘기했다. 2011년 현재 그루폰은 더 이상 지원자들에게 경업 금지 계약에 서명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많은 기업이 취업 희망자들에게 일정한 기간 경쟁업체에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업 금지 계약에 서명하라고 요구한다. 특정한 지역 내에서 경쟁업체에 취업하는 걸 금지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대개 일자리를 제공한 후에 이뤄진다.
그루폰에 입사하려는 과정에서 플로레스가 경험한 일화는 일자리 시장 내에서 모든 종류의 경업 금지 계약이 성행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서명란에 사인을 하기 전에 협상을 해야 할 때가 많다는 사실도 확인시켜 준다.
경업 금지 계약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
고용주들은 이직을 제한하고 고객 목록 및 기타 재산권이 인정되는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경업 금지 계약을 맺는다. 그루폰은 어쩌면 자사 광고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문구를 보호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루폰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훈련을 시켜 놓으면 작가들이 새롭게 습득한 기술로 무장한 채 경쟁업체로 옮겨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루폰의 채용 관리자는 플로레스에게 자사의 작가들은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재정 및 판매 관련 민감한 기록’에 접근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규 채용자들에게 고용 계약의 일환으로 경업 금지 계약에 서명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직원들을 내보낼 때 경업 금지 계약에 서명하게 하는 회사도 있다. 최근 텔레비전 방송 부문에서 일어난 두 가지 사례가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2010년 초, 토크쇼 진행자 코넌 오브라이언(Conan O’Brien)은 NBC를 떠나며 3250만 달러의 위약금을 받았다. 오브라이언은 퇴사 후 9개월 동안 새로운 텔레비전 쇼를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로부터 1년 후, NBC 유니버설(NBC Universal)의 간판 스타 키스 올버먼(Keith Olbermann) 또한 NBC를 떠나면서 700만 달러를 받고 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올버먼이 서명한 합의서에는 향후 몇 달 동안 주요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일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NBC를 떠난 직후 올버먼은 경업 금지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인지도가 낮은 방송국 커런트 TV(Current TV)와 계약을 체결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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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피고용인에게 제안하는 경업 금지 계약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어야 한다.
합법성:법에 저촉되지 않는 고용 계약을 위해 고용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계약서 초안을 작성해야 한다.
공정성:한쪽으로 치우친 계약을 제시하면 잠재적인 피고용인이 흥미를 잃게 되며, 회사의 명성도 악화된다. 경업 금지 계약에서 명시하는 시간이나 기타 구체적인 사항들이 피고용인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명료성:고용인에게 명료하게 작성한 계약서를 제공하고 상세히 검토해야 한다. 차후에 해당 직원이 회사를 떠날 경우 계약 위반 및 소송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다시 한 번 계약 조건을 검토해야 한다.
융통성:경업 금지 계약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협상할 뜻이 있음을 알려 신뢰와 호의를 쌓아야 한다. 피고용인이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면 경업 금지 계약을 다른 종류의 확약으로 대체할 수도 있음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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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라이언과 올버먼은 전 고용주에 관한 험담을 하지 않고 일정 기간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오브라이언은 특히 5개월간 인터뷰를 전혀 하지 않기로 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코미디언에게 내려진 함구령’을 참고하기 바란다. 올버먼은 계약 관련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기로 약속해 대중은 자세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될 때까지 NBC를 떠난다는 올버먼의 공식 발표에 더욱 큰 관심을 보였다.
경업 금지 계약이 반드시 필요한 걸까
고용주들이 직원들에게 경업 금지 계약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잠재적인 피고용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를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 피고용인은 자신이 해고되거나 새로운 일자리가 자신에게 맞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를 대비해 자신의 행보를 방해하지 않을 고용 계약을 맺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게 당연하다.
만약 당신의 고용주가 경업 금지 조항이 들어 있는 계약을 요구하면 해당 분야의 고용 전문 변호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타라 와이스(Tara Weiss)가 포브스닷컴(Forbes.com)에 기고한 기사를 보자. 그녀는 차후에 경업 금지 계약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거나 경업 금지 계약 위반으로 고소를 당해 피고인의 입장에서 법정에 설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변호사에게 지불하는 법률 자문 비용이 새 발의 피와 같다고 얘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