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 온 김부장이 저지르기 쉬운 7가지 실수

68호 (2010년 11월 Issue 1)



 
 
미국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에서 오는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맨들을 많이 만난다. 세계라는 무대를 대상으로 바쁘게 사시는 분들이고, 배울 점도 많은 분들이다. 다만 이 분들을 만나면서 ‘와! 내가 미국인이라면 이럴 때는 황당할 것 같다’라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 이 분들이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고치면 더 좋을 점 7가지를 정리해봤다. 물론, 이 리스트는 지극히 개인적인 리스트다.
 
1.e메일 계정 한국에서 꽤나 잘나간다는 기자를 미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의 명함에 적힌 e메일은 bestandhappy@wxy.com이었다. 무슨 특별한 뜻이 있냐고 물어보니 ‘항상 최선을 다해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는 뜻입니다’라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분과 미국 회사 중역들의 미팅에서, 명함의 e메일을 보고 황당해 하는 미국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e메일 주소는 이름과 성을 사용하는 게 좋다. 이는 너무나 기본적인 e메일 원칙이고, 대개의 미국인들은 이렇게 하고 있다. 튀는 것도 좋지만, 비즈니스 시에는 평범한 원칙을 따르는 게 좋다.
 
2.회사 e메일 할리우드 진출을 추진하는 한국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사장과 함께 LA에서 미팅했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되는 회사라 명함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에서의 명함은 한국에서처럼 절대적이고 심각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사장이 미국인에게 알려준 e메일은 xyz@paran.com이었다. ‘파란’을 당연히 모르는 미국인은 ‘파란’이 모기업의 이름이냐고 물어봤다. 그는 “아뇨, 파란은 그냥 웹 메일입니다. 회사 e메일이 있는데 귀찮아서 잘 사용 안 합니다.” 미팅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그에게 “귀찮아서 명함에 파란 e메일을 박아서 다니려면 그냥 짐을 싸서 집에 가라”고 했다. 만약 비즈니스 미팅에서 어떤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의 회사 명함에 이런 e메일 주소를 보면 엉터리 회사, 사기꾼 혹은 진지하게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3.cc:한국인과 e메일을 하다 보면 참조메일, 즉 ‘cc:’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e메일을 보낼 때 누군가를 ‘cc:’ 하면 cc:된 사람도 계속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 이후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그 사람도 cc:가 돼야 한다. 그러면 답장을 할 때 항상 전체 답장을 하는 게 예의다.
 
4.명함 실리콘밸리에서는 명함을 아예 안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e메일이 커뮤니케이션의 주 수단이기 때문에 명함을 굳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심지어 어떤 사람은 친환경적인 이유로 명함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명함을 신주모시듯 꺼내고, 두 손으로 매우 반듯한 자세로 상대방한테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5.악수 악수할 때에도 한국 분들은 굳이 두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반가움의 밀도를 표현하는 것이겠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한 손으로 상대의 손을 지긋이 잡아주면 된다. 또 악수를 하면서 쓸데없이 허리를 굽히거나 굽실거리는 제스처는 취하지 않아도 된다.
 
6.회사 연혁은 생략 한국 회사의 소개자료를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회사 창립일부터 현재까지 매년/매달 단위로 주저리주저리 적은 회사 연혁이다. 특히, ‘중소기업청 이노비즈’ 니 ‘대한민국 혁신벤처기업상’ 등의 세세한 연혁까지 소개자료에 집어 넣는 회사들이 있는데, 미국 회사들은 그렇지 않다. 단순히 회사 경영진, 제품/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정도만 포함하면 된다.
 
7.어설픈 영문 자료 한국 회사들의 영문 자료나 영문 웹사이트를 보면 오타나 틀린 영문 표현들이 너무 많다. 어차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철자나 영문법이 틀릴 수 있다고 굳이 주장하시는 분들은 준비가 된 후에 다시 미국으로 오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영문자료는 주위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나 외부 전문 기관에 돈 몇 푼 주고 검토해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이상에서 나열한 7가지는 회사를 하루 아침에 망하게 하는 딜브레이커(deal-breaker)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기본’이 존재한다. 아무리 창의성과 차별화가 요구되는 비즈니스 환경일지라도 항상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비즈니스 에티켓이란 게 있다. 미국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런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배기홍 뮤직쉐이크 제너럴 매니저 ki_hong@hotmail.com
필자는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 매니저를 거쳤다. 현재 사용자 제작 음악 서비스 제공기업인 뮤직쉐이크의 미국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 컨설팅 업체인 오션스 인터내셔널의 공동 대표도 지내며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와 국내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등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도 자문하고 있다. 저서로는 <스타트업 바이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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