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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Planning

나에게 맞는 조직, 우리 조직에 맞는 인재는?

최효진 | 67호 (2010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는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매파 인재 vs. 비둘기파 인재

17년간의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에게 맞는 기업을 찾기 위해 HR코리아를 찾아온 P박사. 연구개발(R&D) 출신으로는 드물게 미국에서 현지 기업의 신규사업 개발 업무도 담당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온화하고 신중한 성격의 그는 기업을 선택하는 데도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마침 A사에서 해외사업 부문의 책임자를 물색 중이어서 P박사를 추천했다. A사에서 추진하려는 해외사업 아이템이 P박사의 전문분야였기에 자격 요건만 보면 100%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차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런데 A사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워낙 거물급 인재란 측면도 있었지만, 내막을 살펴 보니 A사에서는 P박사가 해외사업 총책임자로서의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결국 훌륭한 경력과 역량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채용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후 P박사를 B사에 추천했다. 사실 B사는 이미 해외사업 책임자가 있었기 때문에 채용을 염두에 두고 P박사를 만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B사 경영진이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뜻밖에 B사에서 그를 채용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B사의 사업 아이템과 P박사의 전문분야가 일치하는 것도 아니고, 채용을 전제로 만났던 것도 아니기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B사에서는 P박사의 섬세함과 신중함에 높은 점수를 줬고, B사가 겪고 있는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 같이 한 사람을 놓고 A사와 B사는 상당히 다른 평가를 했다. 실제로 경력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A사와 B사는 업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로 모든 면에서 경쟁관계에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도 비슷하고, 신제품 출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선두를 다투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인재’에 대한 두 기업의 기준이 매우 다르다는 것. 정확히 말하자면 정반대 유형의 인재상을 가지고 있다.
A사는 한마디로 ‘매’와 같은 인재를 원한다. 흔히 매파라고 하면 전쟁을 해서라도 목표한 바를 이루는 강경파로, 전쟁터와 같은 기업환경 속에서 목표를 향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추진력을 가진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즉, A사는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강하며 실수를 하더라도 도전하려는 사람을 선호하는 인재상을 갖고 있다. 실제로 A사의 채용 사이트에는 ‘불굴의 도전정신’, ‘집요한 실행력’, ‘강한 승부근성’ 등의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이런 A사의 인재상에 비춰볼 때 조용한 성품의 P박사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반면 B사는 ‘비둘기’와 같은 인재상을 가졌다. 비둘기파는 전쟁보다는 협상이나 타협을 선호하는 온건파를 말한다. 이런 기업들은 조직 내에서 실수나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이성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인재를 더 원한다. 따라서 B사는 P박사가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해석하는 대신, 섬세하고 신중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떤 인재상이 더 우월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에게도 다양한 성격 유형이 있듯이 기업이나 조직, 직무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형이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를 인재상이라 할 수도 있고, 기업문화라 할 수도 있고, 직무의 특성이나 ‘코드’라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일종의 화학적 작용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개인의 커리어는 물론 조직의 성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인재상 유형
여기서 말하는 인재상이란 흔히 기업이 제시하고 있는 ‘창의적 인재’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인재’ 따위의 문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실제로 기업이라는 공동체가 갖고 있는 기질이나 공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기업이 가진 성격유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컨대, ‘삼성’이라는 기업에서 느껴지는 인재의 이미지에는 ‘LG’나 ‘현대’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그 무엇이 있다. 삼성이 다소 건조하지만 이성적인 이미지라면, 현대는 투박하지만 뚝심 있는 이미지이고, LG에서는 강한 개성보다는 화합의 이미지가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인재상은 어떻게 유형화할 수 있을까? 기업의 인재상은 <그림1>과 같이 크게 ‘목표 중심-관계 중심’의 축과 ‘행동 지향-사고 지향’의 축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목표 중심적이며 행동 지향적인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은 ‘추진형’ 인재상을 가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매’와 같은 날렵한 인재에게 어울리는 기업이다. 대개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한 업종과 영업 조직이 중심인 기업,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조직에서 이 같은 인재를 선호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구성원 간의 관계나 신중한 의사결정보다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에 매진하는 방식으로 업무처리나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반면, 새로운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교환이나, 구성원들 간의 정서적인 소통은 부족할 수 있다. 목표에 대한 도전을 즐기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얻는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조직 유형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관계 중심적이며 행동 지향적인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은 ‘표현형’ 인재상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유하자면 ‘앵무새’와 같은 유쾌함과 친화력을 갖춘 인재에게 어울리는 기업이다. 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거나 정형화한 위계구조보다는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중요한 조직,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빠르게 시장에 적용할 필요가 있는 기업 등에서 선호하는 유형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얻는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 어울리는 조직 유형이라 하겠다.
한편 ‘분석형’ 인재상은 목표 중심적이면서 사고 지향적인 기업에서 선호하는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분석형 인재상을 가진 기업은 신중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가는 ‘올빼미’와 같은 인재를 선호한다. 장기적인 투자와 R&D를 기반으로 하는 업종이나, 정확한 업무 처리를 중시하는 조직, 과업 지향적인 조직이라면 세부사항까지 신중하게 처리하는 분석형 인재를 원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관계 중심적이면서 사고 지향적인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은 ‘관계형’ 인재상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둘기’처럼 평화주의자적 기질을 갖춘 인재에게 어울리는 기업이다. 안정기에 든 기업이나 공공부문 조직, 특히 합리적인 관리 시스템을 요구하는 업무라면 관계형 인재상을 가장 선호할 것이다. 지나친 경쟁보다는 정서적 안정성과 팀워크를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을 더 선호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 어울리는 조직 유형이라 하겠다.
물론 특정 유형의 인재상을 가진 조직이라 해서 반드시 그 유형의 인재만 모여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그 유형의 인재가 아니라고 해서 그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서도 곤란하다. 중요한 점은 이 조직이 어떤 기질을 띠고 있는지를 이해한 상태에서 그 조직을 선택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조직의 기질과 자신의 기질을 이해하고 차이를 조정해 나가면 업무 적응이 훨씬 수월해질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성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커리어 상에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 혹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회사를 선택하는 이유와 떠나는 이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을 선택하거나 이직을 할 때 직무와 처우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 즉, 무슨 일을 하고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를 따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신중한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의 82%는 이직을 후회한다고 한다. 옮긴 회사가 이전 회사보다 나을 것이 별로 없어서(32.4%), 기업 분위기 및 평판 등이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라서(21.4%), 입사 전 기업이 약속한 부분(연봉 또는 승진 등)을 이행하지 않아서(19.1%), 기존 업무와 상이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9.7%) 등이 그 이유였다.
직장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신중하게 결정했는데도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회사를 선택하는 이유와 회사를 떠나는 이유 간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표1>에서 보듯이 회사를 떠나는 원인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자기계발의 필요성, 회사의 경영방식 등 조직 여건이나 근무 환경 관련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회사를 선택하는 요인으로는 연봉과 복리후생 등 보상 요소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즉, 떠나는 이유와 선택하는 이유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들이 해소되지 않은 채 새로운 선택을 한다는 것은 이미 이직에 대한 후회를 잠재적으로 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조직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둘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문화, 가치, 인재상 등 비가시적인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문화, 가치, 인재상 등은 간혹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채용 과정의 표면적인 경험으로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일자리를 찾는 입장에서 인재상을 일일이 따져보기 어려우며, 종종 간과하고 넘어가기 십상이다.
 
자신에게 맞는 조직을 선택하기 위한 점검사항
이직을 할 때, 혹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새로운 조직을 찾아야 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조직을 선택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업무의 내용이나 조건 등을 살펴봐야겠지만, 경력 관리를 위해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요소들에 대한 점검 또한 필수적이다. 특히 자신이 이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새로운 조직이 그러한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표2>와 같은 세부항목들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인재를 선택할 때 여러 단계의 인터뷰를 거쳐 인재가 가진 가치관이나 역량을 신중하게 따지는 것처럼, 인재가 자신이 일할 조직을 선택할 때도 그 조직의 기질에 대해 잘 살펴봐야 한다. 리더의 가치관이나 스타일이 기업의 풍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직하려는 회사나 부서의 리더가 어떤 가치관과 성격의 소유자인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직의 성공과 실패에는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이와 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의 문화나 기질이라는 무형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 또한 기업의 가치와 방향, 기업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나 업무의 특성 등을 고려해 필요한 인재에 대한 정밀한 기준을 마련해야 인재 채용에 성공할 수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인재 선발도구로 도입하고 있는 인·적성검사 또한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실시할 때 그 효과가 높아질 것이다.
최효진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과 SK텔레콤 해외 사업 본부장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시커>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삶을 움직이는 힘 코칭 핵심 70> 등이 있다.
황소영 이사는 이화여대 교육공학과를 졸업하고 리크루트 인재연구소를 거쳐 현재 HR코리아의 기획 마케팅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전문 분야는 채용 컨설팅과 경력 코칭이며, 저서로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인맥지도를 그려라> <서른살에 다시 쓰는 성공 다이어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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