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Management

'내 탓'도 '남 탓'도 지나치면 병

55호 (2010년 4월 Issue 2)

스포츠 선수나 감독들은 승리 혹은 패배를 하면 그 이유를 따져본다. 심판 탓을 하거나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거나 상대가 너무 잘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위로하기도 한다. 승리와 패배는 비단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즈니스에서도 매순간 승리와 패배가 교차한다. 조선이나 건설 업종에서 대형 수주를 성사시키는 것은 당사자들에게는 올림픽 경기에 버금가는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일을 성사시킬 때 느끼는 짜릿함과 그렇지 못했을 때 느끼는 회한은 프로야구나 농구 플레이오프에서의 그것과 버금간다.
 
균형 잡힌 원인 분석이 중요
스포츠심리학에서는 당사자들이 승리와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귀인 이론(attribution theory)’으로 설명한다. 승패의 원인을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변수 네 가지는 능력 노력 과제 난이도 운이다.(표)

안정성은 좋은 쪽이건 나쁜 쪽이건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운 것을 의미한다. 능력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부분이다. 계획을 잘 세우고 시장을 잘 전망하는 비즈니스 능력은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렵다. 과제의 난이도도 짧은 시간 안에 바꾸기 힘든 요인이다. 작년보다 매출을 20% 올리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면, 이미 주어진 목표를 내가 임의로 하향조정할 수는 없다. 이렇듯 능력과 과제 난이도는 단기간에 변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 요인으로 분류된다.
 
반면 얼마나 노력을 할지는 내가 정할 수 있다.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서 노력의 정도가 변화한다. 운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았다 나빴다 한다. 이렇듯 노력과 운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정적 요인으로 분류된다. 내 안에 존재하는 요인은 통제가 가능한 반면, 외부에서 주어지는 요인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능력과 노력은 내 안에 존재하는 요소다.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지, 아니면 중간만 발휘할지를 통제하는 이는 바로 나 자신이다. 노력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과제 난이도는 외부에서 주어지고 이미 정해진 현실이기 때문에 내가 통제할 수 없다. 성공 혹은 실패했을 때 네 가지 요인이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균형 잡힌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 잡힌 평가란 성공의 원인을 어느 한 가지로 몰아가는 대신 네 가지 요인 중 어느 것이 크게 작용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맡고 있는 프로젝트의 실패 요인을 분석한 결과 능력 부족(15%), 과제 난이도(25%), 노력 부족(30%), 불운(30%)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가정해보자. 이 분석에 따르면 다음 프로젝트 때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불운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있다.
 
지나친 투사와 겸손은 금물
균형 잡힌 평가를 방해하는 두 가지 기전이 있다. 바로 지나친 투사와 겸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네 탓’을 하는 경향이 있다. 잘되면 내적 요인에서 원인을 찾는다. 즉 내가 능력이 있고, 노력을 많이 해서 일이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일이 잘못되면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다. 워낙 어려운 일이라서 누구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정 짓거나 운이 나빴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상대방이 술수를 썼다고 여기기도 한다.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투사라고 한다. 내 잘못을 인정하면 괴롭기 때문에 남 탓을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일이 잘못될 때마다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들이 균형 잡힌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실패 요인을 분석할 때 능력과 노력 부족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투사와 반대되는 현상은 지나친 겸손이다. 동양 사회에서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내가 충분히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자기 자신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태도가 노력하는 자세로 이어지면 긍정적이지만, 자기 능력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면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불운이 연달아 생겨서 실패한 사람이 운이 아닌 능력 부족을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자신감을 잃게 된다. 자신감이 급격히 저하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 여기까지가 내 한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만 과제가 어려워져도 회피한다. 남에게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려고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표현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을 평가할 때는 회사에서 부여한 목표가 너무 과도한 것은 아닌지 고려해야 한다.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돌리는 경향이 많은 사람이라면, 운이 나빠서 결과가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능력은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지만 꾸준한 노력은 능력을 향상시킨다. 비즈니스에서는 똑똑한 것 이상의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업무 중압감을 감당하는 능력이다. 사업이 잘 안 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불안해지기 쉽다. 사람들은 이기고 싶은 욕망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준다고 생각하지만 이기고 싶은 욕망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별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급속히 커지면 성공에 대한 갈망을 덮어버린다. ‘왜 쓸데없이 이런 일에 손을 댔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그에 따른 긴장 때문에 허둥대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주관적 어려움에 압도되지 말라
지금 하는 일이 벅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난이도 판단에는 항상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돼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비즈니스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어려운 과제를 맡기까지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일의 어려움은 과소평가하고 그 성과에 대해서는 과도한 환상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남들을 보면서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 그 기회가 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승진을 하거나 창업해서 막상 책임을 지게 되면 옆에서 볼 때는 쉬워 보였던 일 속에 많은 어려움과 돌발 변수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엄두가 나지 않게 되고 점점 몸을 사리게 된다. 두려움, 성가심, 짜증 같은 감정들이 일에 대한 주관적 난이도를 증가시킨다.
 
업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일단 감정을 배제하고 업무 자체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고가 나면 자동차나 비행기를 분해해서 원인을 파악하듯이, 업무에 대해서도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수집하고 분류해서 기술적 분석을 해야 한다. 막연히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체념하는 대신 자신이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을 가려내야 한다. 모든 측면에서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추후로 도전을 미루거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너무 섣불리 도전했기에 주관적 어려움에 압도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업무 달성을 위해 필요한 역량을 조금씩 쌓아가고, 그에 맞는 과제에 도전하면서 자신감을 얻어야 한다.
 
운은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으로 이루어진 것이 세상이고 각 사람들이 결정한 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이 비즈니스다. 비즈니스는 모두 상대가 있다. 상대방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운이 좌우되기 마련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을 자기 실력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자기 실력으로 성공했더라도 처음에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이어 좋은 성과를 올리면 성공 요인이 자기 실력이었음을 깨닫고 자신감을 갖는다. 반대로 잇달아 실패하면 처음에는 불운을 탓했던 사람들도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해도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너무 많은 부분을 불운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지만, 행운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매사를 대하는 것도 문제다. 행운의 여지를 남겨놓으면서 불운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편집자 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기업을 운영하거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독자 분들에게 상담을 해드립니다. 최명기 원장에게 e메일을 보내주시면 적절한 사례를 골라 이 연재 코너에서 조언을 해드릴 예정입니다. 물론 소속과 이름은 익명으로 다룹니다. 이번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가상의 인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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