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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신수정 | 51호 (2010년 2월 Issue 2)


한 컨설턴트가 모 대형 은행에서 프로젝트를 따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는 네 차례의 컨설팅 연구 결과로 나온 권고안들을 슬라이드 한 장으로 정리해서 보여줬다. 네 번의 컨설팅 연구는 모두 같은 결론이었다. 그가 보여준 네 차례의 컨설팅 연구들은 지난 6년간 해당 은행을 위해 수행된 것들이었다. 그 컨설턴트는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한 간부들에게 “똑같은 답을 다섯 번째 듣기 위해 비싼 값을 치르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분석 서비스보다 실행과 변화를 강조했고, 결국 일을 따냈다.
평범하고 상식적인 경영 방침만으로도 탁월한 성과를 내는 기업이 있는 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컨설팅을 받고도 성과가 나아지지 않는 기업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좌 교수와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 공과대학 경영과학 교수는 이러한 차이가 나는 원인을 지행격차(知行隔差·knowing-doing gap)라고 진단했다. 즉, 좋은 성과를 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지행격차의 원인이 개인의 자질과 태도가 아닌 조직 문화와 경영 관행에 따른 것으로, 지행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다양한 기업 사례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지식의 실행을 가로막는 장벽 첫 번째는 무언가에 대한 ‘말하기’와 ‘하는 것’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이다. 말을 행동에 대한 대체물로 삼는 문제는 많은 조직에서 일어난다. 이는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그 실행을 담보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가 전혀 필요 없다는 이심전심의 강력한 믿음, 합의한 조치를 실행으로 옮기는 메커니즘이 약하기 때문이다. 빈말을 피하고 행동을 촉진하려면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를 직접 실행하면서 조직과 함께 성장한 사람들을 고위 간부로 임명하는 경력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외에 단순성을 중시하고 불필요한 복잡성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 문화, 행동 지향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말이 말로 끝나지 않고 행동을 낳도록 하는 후속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장벽은 기억이 생각을 대신하는 조직 문화다. 이러한 조직의 사람들은 흔히 돌이켜 생각해보지 않고 늘 해왔던 대로 행동한다. 과거 업무 방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새로 습득한 지식을 행동으로 전환하기 어려워진다. 기억이 생각을 대신하는 함정을 극복하려면 독특한 정체성을 갖는 새로운 조직이나 서브유닛을 출범하고, 과거 방식에 대한 자동적 의존이 뿌리내리는 것을 막도록 조직을 구축, 관리해야 한다.
 
세 번째 장벽은 두려움이 지식 실행을 가로막는 것이다. 조직에서 자신이 아는 바에 따라 행동하려면 그 행동으로 인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정보와 통찰에 기초한 모험을 했을 때, 벌이 아닌 상을 받을 것이라는 신뢰가 깔려야 한다. 조직에서 두려움과 몸 사림을 몰아내려면 상사에게 나쁜 소식을 전달하는 사람들을 칭찬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을 유일한 실패로 간주하고, 리더들에게 자신의 실패에 대해 말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저자들은 지행격차를 극복한 기업들로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즈(BGI), 뉴질랜드 우정국의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평소 왜 기업들이 종종 지식 실천에 실패하는지, 우리 회사의 비전은 명확한데 왜 항상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는지가 궁금했다면 이 책에서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저자들은 독자들에게 마지막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저절로 지행격차가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행동 지향성을 추구해야 한다. 사람이 자신의 행동과 행위로부터 배운다면 지행격차는 별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행동을 토대로 지식을 얻을 테고, 그러면 지식을 실행하는 것이 크게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를 보고 왔다가 상사를 보고 떠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소수의 나쁜 상사가 있다면 우수 인재들이 떠나거나 성과 수준이 심각하게 떨어질 수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15가지 에피소드는 한 번쯤 직장에서 경험해본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부하 직원의 공을 가로채거나 특정 직원만을 편애하는 리더, 기본적인 업무 내용도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한 리더 등이다. 이 책은 15가지 리더의 모습을 통해 부하 직원이 원하고 회사가 바라는 리더와 리더십이란 어떤 것이고, 이러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 책은 역사와 생활 속 이야기에서 경영학 코드를 이끌어내는 ‘스토리 경영학’이라는 장르를 통해 경영학 초심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경영학이라는 학문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영웅 한니발과 로마의 전쟁사를 통해 ‘현대 경영자의 리더십’을,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맹상군과 풍환의 고사를 통해 ‘시나리오 경영’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마케팅, 리더십, 전략, 조직론, 지식 경영 등 현대 경영학의 5가지 핵심 테마를 주제로 삼았다. 2002년 ‘한 번 보면 이야기책, 두 번 보면 경영학책’이란 제목으로 초판이 나온 뒤 8년 만의 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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