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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에선 ‘나도 몰랐던 나’와 마주선다

한정은 | 47호 (2009년 12월 Issue 2)
1925년 설립된 스탠퍼드 GSB(Graduate School of Business)는 하버드 MBA,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와 함께 세계 MBA 랭킹에서 언제나 수위를 다투는 명문 경영대학원이다. 미국 동부에 몰려 있는 대부분의 유명 MBA스쿨과 달리 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실리콘밸리가 가까워 기술 관련 기업으로 진출하는 졸업생들이 많다. 지원자에게 매우 높은 GMAT 점수를 요구하며, 2009년에는 지원자의 6.7%만이 입학했을 정도다. 한 학년의 정원이 900명 내외인 하버드 MBA나 와튼 MBA와 달리 360명 내외의 비교적 적은 정원을 유지한다. 때문에 다른 학교에 비해 교수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스탠퍼드 GSB(Graduate School of Business)에 처음 도착했을 때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정문을 지나 양옆으로 죽 늘어선 야자수 길, 타원형의 푸른 잔디 정원, 고대 그리스 로마 사원을 연상케 하는 정갈한 건물들,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분수대, 캘리포니아의 따스한 햇살까지 모두 감탄스러웠다. 하지만 스탠퍼드대에서 몇 달을 지내고 보니 아름다운 풍광보다 더 큰 설렘을 안겨주는 건 스탠퍼드대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큰 자극을 줬던 건 대인관계 기술(interper-sonal skill), 다양성(diversity), 매니지먼트 기술(management skill) 등 3가지 과정으로 이뤄진 ‘리더십 랩(Leadership Lab)’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인간관계를 성공적으로 형성하고, 타인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하는 데 있다. 스탠퍼드대의 첫 학기에서는 350여 명의 학생들이 6개 섹션으로 나눠 한 학기 동안 함께 수업을 듣는다. 하나의 섹션은 다시 8명의 리더십 스쿼드(leadership squad)라는 소규모 그룹을 형성한다. 개별 리더십 스쿼드는 리더십 랩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실습을 함께 수행하며 서로의 리더십 역량 계발을 도모한다.
 
대인관계 기술
필자는 대인관계 기술의 첫 수업 시간에 깜짝 놀랐다. 강의실 어디에서도 교수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정장을 갖춰 입은 8명의 젊은이들이 교실 앞쪽에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이 8명은 치열한 경쟁 과정을 거쳐 선발된 스탠퍼드 GSB 2학년생 펠로(fellow)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 중 한 사람의 일화를 소개하고, 그것이 누구의 일화인지 맞추도록 하는 형식으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독특한 소개 방식도 흥미로웠지만 내용은 더 놀라웠다. 한 펠로는 자신이 올해 여름에야 생애 최초로 아버지를 만났다는 내밀한 얘기까지 들려줬다. 쉽게 공유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개인사를 솔직히 털어놓는 모습에 필자는 많은 감동을 받았다. 열린 마음과 동료애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저절로 느낄 수 있었다.
 
대인관계 수업은 자각(awareness), 팀 효율성 극대화(maximizing team effectiveness), 임원 행동 기술(executive action skills), 팀 다양성 강화(leveraging team diversity), 갈등 관리(conflict management), 영향력 발휘(influence)라는 6개 주제에 대해 매주 간단한 강의를 한 후 개별 리더십 스쿼드가 시뮬레이션 또는 롤 플레이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활발한 피드백을 위해 모든 내용이 비디오로 녹화된다. 또 매주 수업과는 별도로 리더십 펠로와 만나 촬영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자각 수업 후 촬영 내용을 보면서 필자는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느낌이 들었다. 토의가 시작된 지 7분이 지나서야 첫 말문을 터뜨린 필자의 모습은 무척 생경했다. 또 타인과 의견이 충돌했을 때, 필자 의견이 궁극적으로 맞았어도 다수 의견과 다르면 목소리를 낮추는 모습도 보였다. 스스로도 잘 몰랐던 나 자신의 성향을 새롭게 인지하는 순간이었다. 리더십 역량을 보완하는 계기이자,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을 시도하도록 자극을 주었다.
 
갈등 관리 수업도 무척 흥미로웠다.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의 대처 성향에 관한 조사 결과, 필자는 타협 성향이 가장 강한 반면, 경쟁 성향이 가장 낮았다. 성향 분석 후에는 특정한 갈등 상황이 부여되고 이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필자에게 주어진 갈등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한 리크루팅 행사에서 필자는 최고 사모펀드의 최고경영자(CEO)와 마주하는 기회를 어렵사리 얻었다. 하지만 이 CEO는 자신과 관계를 맺고자 찾아온 사업가와도 상대해야 했다. 과연 필자는 어떻게 해야 이 상황에서 나 자신을 어필하고, CEO에게 인터뷰 기회를 얻어낼 수 있을까. 한마디로 타인의 대화에 비집고 들어가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라는 과제였다. 필자는 이를 통해 안전지대를 벗어나 경쟁이라는 수단으로 갈등 상황에 대처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회피 성향이 강한 상사와 의견이 부딪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지나치게 감정적인 상사와의 갈등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과제가 주어졌다. 필자도 4년 남짓 직장 생활을 했지만 갈등 관리 수업에서 진행되는 상황이 실제 겪은 현실 세계의 갈등보다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매주 진행되는 수업 평가 설문에 한 학생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이거 진짜로 생생해. 마치 날고기에다 이빨을 박고 물어뜯는 기분이야!(This was totally real! It felt like sticking my teeth in a raw m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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