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MBA 강의의 마지막 5분

40호 (2009년 9월 Issue 1)

MBA
재학생들이 선호하는 과목도 유행을 탄다. 많은 학생들이 파이낸스 과목을 꼽지만, 필자는 펠다 하디먼 교수의 ‘기업가 정신(The Entre-preneurial Manager)’을 추천하고 싶다.
 
하디먼 교수는 미국 듀크대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고 이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이후 하버드 MBA를 마친 뒤 1998년부터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1981년부터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라는 벤처 캐피탈 회사 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베세머는 1911년 설립된 미국 최고 벤처 캐피탈 중 하나다.
 
창업과 경영을 직접 경험한 하디먼 교수의 강의는 생생하고 실제적이다. 그는 “아이디어는 싸지만, 실행이 비싸다(Idea is cheap, execution is dear)”며 실천을 강조한다. 창업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학생들조차도 강의를 듣고 나서 창업을 하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다.
 
하버드대 MBA 수업은 100% 사례 연구(case study) 방식으로 이뤄진다. 재무나 회계 과목도 실제로 일어났던 사례를 통해 배운다. 하디먼 교수의 강의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3자의 시각에서 기업을 관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직접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기업을 경영하며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 중 무엇이 잘됐고,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를 학생들에게 들려준다.
 
강의의 백미는 케이스 스터디의 실제 인물이 강의 시간에 직접 등장한다는 점이다. 학교에 오지 못하면 화상으로라도 등장해 학생들의 질문에 성의껏 답변해준다.
 
 
학생 평가에서도 이 점을 고려한다. 성적에서 수업 시간 참여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 교수진이 학생들에게 “나한테 얘기하지 말고 서로에게 얘기하라”고 늘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버드는 지정 좌석제를 채택하며, 모든 책상 앞에는 투표 기계가 있다. 투표 기계와 함께 시작하는 수업도 많다. 예를 들어 강의 시간에 토론할 A라는 케이스에 대해 학생들은 자신이 찬성하는 입장인지 아닌지를 미리 밝혀야 한다. 교수는 자신의 컴퓨터로 누가 찬성하거나 반대했는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타냐, 너부터 시작해, 왜 찬성하지?” 교수가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외치는 말이다. 이후 “제이슨, 반대하는 이유가 뭐지?” “타냐와 제이슨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나?” “여기서 이런 상황을 추가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을 던지며 학생들의 답변과 토론을 유도한다.
 
질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1시간 20분의 강의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때로는 두 학생이 10분 넘게 얼굴을 붉히며 싸움에 가까운 열띤 공방을 벌이기도 한다.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면 교수들은 “난 이런 상황이 너무 좋아”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것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일상 풍경이다.
 
강의의 압권은 마지막 5분에 있다. 난상토론을 지켜보던 교수가 개입해 수업에 참가하는 90명의 학생들이 그 시간에 무슨 말을 했는지, 그 아이디어가 얼마나 독창적이고 신선했는지, 이런 점은 아쉬웠고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런 점은 좀더 보강하면 더욱 훌륭한 아이디어가 되겠다는 식으로 정리를 한다.
 
이후 교수는 최종적으로 학생들의 여러 멘트를 잘 엮어 그 수업에서 자신이 가르치려고 한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정리되지 않은 학생 의견을 훌륭한 가르침으로 엮어내는 과정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럴 때마다 절대 음감을 지닌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보는 듯한 전율이 흐른다. 학생들의 토론이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모르는데도 교수가 이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토론을 장려하는 문화 때문에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가장 인기 없는 교수는 은근슬쩍 자신의 생각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교수들이다. 예를 들어 “그래, 네 말도 맞는데 이게 더 낫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교수들은 종강 후 강의 평가에서 학생들의 혹독하고 신랄한 비판을 감수해야만 한다.
 
“교수님, 어떻게 수업 시간에 나온 그 많은 얘기들을 그렇게 훌륭하게 요약 정리하실 수 있나요? 저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한 학생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20년 재직한 모 교수에게 이렇게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간단했다. “20년간 수없이 가르친 케이스를 강의하는 나도 수업 전에 4시간씩 준비하는데, 자네가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디먼 교수를 비롯한 하버드대 교수진에게 감탄하는 건 그들이 늘 뛰어난 중재자(facilitator)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1시간 20분짜리 수업을 할 때 교수들이 얘기하는 시간은 길어야 5∼10분 정도다. 교수들은 끊임없이 학생들끼리의 토론을 부추긴다. 하버드 MBA 수업이 100% 사례 토론으로 이뤄지는 건 9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쏟아내는 각기 다른 독창적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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