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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우먼 신드롬’ 벗고 소통과 조화로 승부하라

전재영 | 34호 (2009년 6월 Issue 1)
여자가 드문 조직에서 책임자로 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네요. 결혼한 여자라서 일에 소홀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손수 도맡아 했고, 남자 동료들보다 몇 배의 시간을 투자해 일했지요. 그랬건만 뒤에서는 “여자가 왜 이리 성미가 고약하냐?”는 얘기를 하더군요. 게다가 평소에 저더러 콧대가 세다면서 동료와 부하 직원들마저 저를 멀리하네요.
 
조직 책임자라는 명예와 물질적 보상을 충분히 누리고 있지만 마음은 왜 이리 공허할까요? 두 아이의 엄마 역할까지 반납하면서 조직에 헌신했습니다. 그런데 조직은 여자라는 이유로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니 허무할 뿐입니다. 특히 조직 내 중요한 움직임은 남자들의 비공식적 모임에서 이뤄지는 때가 많은데, 여자들은 암암리에 배제되는 일이 흔합니다. 예를 들어 골프를 함께 친다거나, 스포츠 행사에 참석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중요한 정보들이 오가기 쉽습니다. 가끔 그러한 무리에서 제외될 때면 ‘내가 여자라서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쁜 엄마라는 이유로 집에서는 아이들이나 남편과 조금 냉담한 상태로 지내다 보니, 그 어디에도 소속감이 잘 들지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자처럼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주문처럼 외웠는데, 요즘 들어 서서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지탱해온 신념이었는데도 말이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하네요.(ID: 여자 대장부)
 
직장 여성으로서 당신은 거친 마초와 같은 남성적 기질만이 직업적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왔나 보군요. 그래서 당신 안에 잠재된 부드럽고 따뜻한 여성적 카리스마는 마음속 구석진 창고에서 한동안 녹이 슬었나 봅니다. 지금의 성공한 자리에 오르기까지 남성적 강인함과 냉철함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누렸다면, 이제는 한동안 묵혀두었던 부드러운 카
리스마를 보여줄 때가 온 듯하군요. 그래야만 요즘 느끼는 허무함이 채워지지 않을까요. 그럼 구체적으로 무엇부터 실행하면 좋을까요.
 
우선, 당신이 여성으로서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은 의도적으로 연출한 남성적 행동 방식 때문이라기보다는 당신의 업무 능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조직 내 성공을 위해서는 물론 관계도 중요합니다. 더불어 빠질 수 없는 것은 객관적인 업무 지식과 성과지요. 당신이 여성으로서 불리하다고 느끼는 열등감을 무능함으로 확대 해석하지 마세요. 회의감과 허무함만 더해질 뿐이니까요. 여성 관리자라는 처지를 장애물로 여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업무에 대한 철저한 전문성과 확신을 내려놓아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업무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면, 심리적 방어기제가 발동하거나 스스로를 비난해 그동안 일궈낸 성과마저 퇴색시키니까요. 지금은 성차별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당신이 원하는 환경과 능력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관리자로서의 역량을 챙길 때입니다.
 
둘째, 남녀 불문하고 관리자로서의 탁월한 역량은 조직원들과의 적절한 조화와 소통을 통해 드러납니다. 조직 내에서 들려오는 부정적 피드백과 성공의 걸림돌이 과연 여성이라는 성적 열세에 처해 있기 때문인지 자문해보세요. 어쩌면 ‘여성은 나약하고 사회생활에서 불리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신념이 너무 강한 것은 아닐까요? 그럴 경우 지금처럼 강하고 진취적인 남성적 관리 스타일에만 집착해 ‘복제 남성’ 같은 롤 모델의 틀에 맞춰 살아가기 쉽습니다. 그것은 경직된 관리 스타일을 유도하고, 남성 집단에 대한 지나친 경계로 소통의 부재를 불러옵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대의 성에 대한 무의식적 열등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는 어렵습니다. 여성 직장인은 남성과 똑같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동안 당신은 남성성에 대한 무의식적 강박관념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까지 지나치게 개입하며 일에 몰두해왔는지 모릅니다. 그것은 성공의 한 요인이지만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자기 안의 여성성을 존중하면서 상황에 따라 남성적 특성이 요구되는 관리 방식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탄력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관리자의 유연성과 탄력성은 팀원들과 적절한 소통과 조화를 이루도록 도와줄 겁니다.

셋째,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효율적인 권한 위임이 이뤄질 때 일과 삶의 균형이 함께 따라옵니다.
여성 직장인이 남성들보다 우월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휘둘리다 보면 모든 것을 자신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면 성공적인 리더가 아니라 성격이 고약하고 모든 일에 참견하는 평범한 관리자로 머물기 쉽습니다. 대신 업무 위임을 제대로 한다면 리더로서의 생활에 균형이 잡힐 뿐 아니라, 다른 도전적인 일을 처리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구성원들에게 일에 대한 도전 의식과 주인 의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관리자들은 부하 직원 때문에 자신의 공적이 가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혹시 자기 일을 남에게 떠넘기는 사람으로 인식될지 모른다는 죄책감 때문에 업무 위임을 꺼리는 편입니다. 특히 슈퍼우먼의 역할에 빠져 있다면 더욱 그러기 쉽지요. 하지만 모든 일을 다 하려 하는 것은 결국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할 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신뢰와 협조마저 잃게 할지 모릅니다. 가족 관계나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넷째, 남성들만의 비공식적 모임에 일부러 들어가고자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습니다. 남성 조직원들과 편안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얼마든지 그들의 개인적 취미나 관심사를 알 수 있으니까요.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만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평소 공통의 관심사를 얼마나 나누느냐가 중요하겠지요. 남성들이 여성과도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다고 느끼면 자연스럽게 여성들을 네트워크에 참여시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미묘한 방식으로 당신이 남성들의 무리에서 제외될 때는 그 상태를 감당할 수 있는 심리적 배짱도 필요합니다. 즉 남녀의 성별 차이와 행동 방식이나 놀이의 차이를 충분히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어떤 일에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기 신뢰의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관계 속에서 인정받으려는 마음은 비굴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주변의 여러 편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는 아직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별의 차이는 경력에 절대적인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믿어야 합니다. 만약 걸림돌이 됐다면 당신이 그렇게 되도록 허용했기 때문이겠지요. 남자 흉내를 내기보다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당당히 업무로써 보여주고, 그 능력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눠야 합니다. 그래야 조직 또한 당신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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