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딜레마애니 윌슨·라이언 해밀턴 지음 · 이상훈 옮김
푸른숲 · 2만3000원
미국 뉴욕에서 탄생한 브랜드 슈프림(Supreme)은 한때 스케이트보더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정작 핵심 고객인 스케이트보더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빨간색 사각형 로고가 새겨진 슈프림 제품을 착용한 사람이 실제 스케이트보더인지, 스트리트 패션 애호가인지, 단순히 유행을 좇는 소비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브랜드가 성장하려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야 하지만 고객층이 넓어질수록 기존 고객이 소중히 여겼던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가 희석될 위험도 커진다. 두 저자는 이러한 역설을 ‘성장 딜레마(Growth Dilemma)’라고 부른다. 저자들은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에서 고객과 고객 사이의 관계로 시선을 돌린다. 고객을 나이나 성별, 세대가 아니라 브랜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에 따라 구분하고 고객 집단 간 관계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서로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리형 커뮤니티’,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모두가 혜택을 얻는 ‘연결형 커뮤니티’,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리더-팔로워 세그먼트’, 한 집단의 유입이 다른 집단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비양립성 세그먼트’다.
특히 기업이 주목해야 할 것은 마지막 유형이다. 1990년대 후반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Tiffany)는 하트 모양의 태그가 달린 110달러짜리 실버 팔찌가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자 고민에 빠졌다. 새로운 고객이 몰리면서 매출에는 도움이 됐지만 기존 고급 고객층이 중시하는 브랜드의 희소성과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마이클 코왈스키는 2007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실버 주얼리 고객의 급증은 티파니의 사업뿐 아니라 브랜드의 핵심 자산에도 근본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