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편한 것만 찾을 것 같은 요즘 소비자들은 새벽 산행 마감 대란을 만들어내고 팝업스토어 앞에 수십 분씩 줄을 선다. 밤새 걷는 수고로움과 기다림을 감수해서라도 경험을 ‘수집’하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들을 바로 소비 트렌드의 새로운 주인공, ‘경험수집가(Experience Collector)’라 부른다. 경험수집가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의미 있고, 재미있고, 상징적인 경험만을 골라 자신의 정체성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들이다.
경험수집가는 자신의 감정·시간·관심이 낭비되는 것은 거부하면서 기억에 남을 특별한 순간에는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이 만들어주는 이야기와 제품을 구입하는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긴다. 나이키 조던 시리즈처럼 상징적인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에는 뜨겁게 반응한다. 반면 제품의 스펙을 나열하는 의미 없는 광고는 외면한다. 유튜브 프리미엄이 비교적 높은 가격 책정에도 불구하고 가입자가 꾸준하고, 마켓컬리의 멤버십 가격이 비싸 보여도 이탈률이 낮은 이유도 이와 같다. 광고 없이 콘텐츠를 즐기고 배송 대기 시간을 줄여주는 ‘시간 절약의 가치’를 소비자들이 기꺼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혼밥, 혼영, 혼술처럼 ‘혼자 하는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피로를 줄이고 온전히 나만의 경험에 집중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이처럼 기술이 일상의 낭비를 지워갈수록 소비자는 더 밀도 높은 경험을 갈구하게 된다.
저자는 비즈니스 포인트를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에서 ‘소비자의 열망을 충족시키는 서사’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가 수집하고 싶은 경험을 설계하는 브랜드만이 선택받는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 해답으로 ‘AI가 복제할 수 없는 휴먼 포지셔닝’을 제시한다. 기술적 우위나 가격 경쟁력이 아닌 소비자의 감정·시간·관심을 얼마나 존중하는가를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삼는 것이다. 경험수집가들은 브랜드가 마련한 무대를 구경하는 관객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다이소가 단순한 저가 매장을 넘어 다양한 제품군을 확장시켜 소비자들의 ‘경험 실험실’이 된 것처럼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공간과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