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리 팀장만들기] 제품 장점만 죽∼ 써도 10가지 “강 대리, 너 학예회 발표하냐”

요즘엔 손대수 때문에 살맛이 난다. 손대수 덕분에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세계를 맛보고 있다. 그와 한번 친해지니 마치 헤어진 친형제를 다시 만난 것처럼 각별하다. 손대수는 워낙 다른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스스럼없이 지내기도 하지만, 내가 누나 밖에 없는 막내인 그에게 잘해 주니 자꾸만 내게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사내 등산 동호회도 손대수 때문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제는 회사 밖에 있는 사적인 모임에까지 따라가고 있다. 주말 오전에 배드민턴, 농구 등 각종 생활 스포츠를 즐기는 모임에서는 손대수의 초등학교 동창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직업이나 연봉, 사회적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웃고 즐길 수 있었다.

이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연결된 마케팅 스터디 모임에도 꾸준히 참석하기로 했다. 손대수와 함께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TV만 보면서 주말을 보내던 내 생활도 많이 바뀌었고, 사는 게 참 재미있어졌다. 손대수가 에너지 넘쳐 보이는 이유는 이렇게 자기계발과 스트레스 해소를 잘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노총각인 내가 여자 친구도 없이 자기 모임에 따라오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게 불쌍하다면서 사흘에 한 번 꼴로 소개팅을 주선해 주고 있다. 대학 선배, 후배, 그냥 아는 친구에다 하다못해 자기 친누나까지. 똑똑한 여자, 성격이 착한 여자, 몸매가 착한 여자, 돈을 잘 버는 여자, 요리 잘하는 여자, 애교가 많은 여자 등 소개해 주는 여자마다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고 실제로 참 괜찮은 분들이긴 한데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나는 임 주임처럼 똑똑하면서도 친절하고 사려 깊은 여성이 이상형이다. 이번 기회에 임 주임과 다리를 좀 놓아 달라고 얘기해 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몇 번 임 주임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꺼냈을 때 손대수가 별로 호응해 주지도 않고 다른 얘기로 넘어가기에 손대수를 통한 임 주임과의 연결은 포기하고 선배로서의 체면이나 지키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 과장님 지시로 사업계획서를 다시 한 번 작성하게 되었다. 신제품 아이디어 제안부터 제품개발 계획서까지 이미 다 보고해 임원진에서 통과가 되었기에 제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또다시 사업계획서라니. 뭔가 순서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과장님께 따지지 않고 그냥 작성하기로 했다. 

팀원들이 각자 담당한 분야에 대한 세부 계획서를 작성한 뒤에 내가 하나로 모아서 사업계획서를 완성하기로 했다. 역시 임 주임이 맡은 디자인 파트가 가장 깔끔하게, 가장 빨리 나한테 전달되었다.

자, 이제 이 내용들을 하나로 모아서 정리하기만 하면 되는데…. 뭔가 색다르고 독창적으로 작성해 볼까? 우리 제품이 미래 시대를 선도할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 일단 우리 제품이 가진 수많은 장점을 보여줘야겠지?

‘스트레스는 덜어주고, 컨디션은 향상시킨다.’

그런데 우리 제품의 장점이 이 한 줄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시간에 따라 조명의 색과 밝기가 스스로 변하고, 몸 상태에 맞게 치료 음향이 재생되며, 빛과 소리의 시너지 효과로 몸의 긴장이 풀리고 원기가 회복되는 등. 우리 제품의 장점을 쭉 나열하고 보니 추린 것임에도 대략 10개가 넘는다.

임원 분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미래지향형 첨단 디자인을 사업계획서의 맨 앞부분에 배치하고 그 뒤에 제품의 성능, 장점을 나열하고 보니 정말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들 정도다.

이렇게 완성된 사업계획서를 이 과장님께 보고 드렸는데 “강 대리, 너 지금 학예회 발표하니”라는 말씀을 듣기까지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사업계획서의 기본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 과장님의 말씀. 대체 이번엔 뭐가 문제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