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지식

[강대리 팀장만들기] 무식한 강대리… 재무 계획이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

19호 (2008년 10월 Issue 2)

오늘은 나 홀로 야근 중이다. 한동안 모자란 나의 인간됨을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노력에 집중하다 보니 업무를 조금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일 재무 추정 회의를 앞두고 한밤중까지 엑셀 파일을 만들게 됐다.
 
지난 2주 동안 나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한 기분도 들었다. 내 ‘그릇’이 작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물론 많이 힘들었다. 그렇지만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이 또 다른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아가면서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랬다.
지난번에 손대수가 FGI 보고서를 담당자인 나를 건너뛰고 이 과장님께 바로 보고한 것 때문에 사무실에서 한 차례 더 소동이 벌어졌다. 내가 먼저 위아래도 없는 후배의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싸움을 걸었고, 여기에 손대수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들었다. 모두가 다 있는 사무실에서 말이다.
 
화해 없이 끝난 싸움 때문에 나와 손대수는 물론 팀 전체의 분위기까지 어색해졌고, 그렇게 며칠 동안 별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결국 보다 못한 이 과장님께서 퇴근 후에 나를 따로 불러 회사 내에서 선배와 후배로서 해야 할 일과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 가기 위한 마음가짐, 구체적인 행동 방법 등에 대해 얘기를 해 주셨다.
 
이 과장님의 말씀을 들은 뒤에야 손대수보다 내게 더 큰 잘못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손대수와의 화해도 내가 먼저 청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둘만의 술자리를 만들어 사과를 했다. 그런데 손대수는 오히려 “먼저 말을 걸어줘서 고맙다”는 것이 아닌가.
 
손대수 이 친구, 참 괜찮은 놈이구나.’
여자인 임 주임을 제외하면 손대수가 유일한 후배인데, 정말이지 제대로 된 선배 노릇과 형 노릇을 해보고 싶어졌다.

이후로 손대수와 업무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주에는 일주일 내내 손대수와 붙어 다니며 술잔을 기울였다. 손대수가 워낙 성격이 원만한 친구라 그런지 한번 친해지고 나니 마치 친동생인 것처럼 가까워지게 된 것이다. 이런저런 일을 겪다보니 정작 내가 해야 할 일은 자꾸만 뒤로 늦춘 채로 오늘에 이르렀다.
 
내일 회의에 가지고 들어가야 하는 것은 신제품 최종 기획서에 들어갈 재무 계획 초안이다. 솔직히 엔지니어로 생활하면서 그저 개발만 열심히 했을 뿐이지 회사에서 개발되는 제품의 재무 계획까지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그나마 기댈 언덕이 되는 것은 내가 숫자에 강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학교에서 아이큐 테스트를 할 때도 수리탐구능력과 공간지각능력 부문에서 독보적인 점수를 자랑했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도 주인아주머니의 전자계산기보다 빠른 암산으로 답을 내는 사람이 바로 나, 강 대리인 것이다.
 
재무 계획이라는 것은 결국 얼마의 비용이 들어갔으며, 얼마의 매출이 나올 것이냐를 계산해서 이익을 산출해 내는 것이 아닌가.

우리 제품의 최종 소비자 가격은 18만원. 일단 전국의 백화점과 대리점 10만 개, 양판점 3만 개, 온라인 판매 7만 개 등 초기 판매 목표를 20만 개로 잡았으니 여기에서 기대되는 총 매출은 360억 원. 총비용으로 넘어가면 연구개발비로 20억 원이 들어갔고, 개당 생산원가는 7만 원에 마케팅 비용이 개당 1만 원으로 책정되었으니 160억 원. 이렇게 되면 이익은 360억 원-180억 원=180억 원. 이렇게 빨리 정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재무 계획이 아닌가.
 
헉! 180억 원? 우리 제품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이 180억 원이라고? 이 정도면 나름대로 대박 수준이잖아. 내가 기획한 제품이 이 정도였다니, 이거 왠지 좀 뿌듯해지는 걸.

곧바로 마침 야근 중인 재무팀 동기한테 자랑도 할 겸 메신저로 확인을 부탁했다. 그런데 잠시 후 도착한 메시지는 “너 지금 장난 하냐?”다. 이런, 첨부 파일을 잘못 보냈나?
동아비즈니스리뷰 294호 The Centennial Strategy 2020년 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