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괜찮은 척, 힘들지 않은 척 ‘정신 승리’가 요구되는 공간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직장 문화는 회사에서 솔직하게 마음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을 터부시해왔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병은 개인을 번아웃으로 이끌고 개인의 직장 생활과 일상생활 모두를 망칩니다. 개인의 마음 문제는 업무 생산성과 조직 경쟁력 저하로도 이어집니다. 마음 방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이 온전치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먼저입니다. 마음 전문가를 만나 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여러분이 가진 마음의 고민을 DBR와 나눠주세요. DBR는 심리 상담 서비스 ‘트로스트’와 함께 직장인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고민해드리는 새 코너 ‘직장인 금쪽이’를 신설했습니다. 소중한 독자 여러분들의 직장 내 자존감과 자신감 회복을 위해 트로스트의 대표 상담가들이 마음을 ‘처방’해드립니다. 오른쪽 QR코드 또는 이메일(dbr@donga.com)을 통해 상담을 의뢰해주세요.
Q. “팀원들 모두 김 대리를 보면 답답하대.”
팀을 옮기고 얼마 안 돼 직속 상사인 박 과장님에게 들은 말입니다. 저는 뭐든 꼼꼼하게 더블체크하고 넘어가야 안심이 되는 사람입니다. 철저한 삶의 태도를 지키면서도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새벽 출근,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직속 상사는 ‘느리다’ ‘고지식하다’는 피드백만 반복했고 칭찬 한마디 해주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보는 사람에 따라선 답답하게 느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아이디어 덕에 팀이 칭찬을 받았을 때도, 박 과장님이 시킨 일을 완벽히 수행해 위신을 살려드렸던 순간에도 칭찬 대신 침묵. 그러다 다음 날엔 “그런데 말야 김 대리는 일하는 스타일은 고지식해”라며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날이 6개월 가량 지속되다 보니 ‘아, 내가 정말 일을 잘 못하나 보다’ ‘이 정도면 내 기준에서도 최선을 다한 건데 뭐가 잘못인 거지? 난 정말 이 팀엔 잘 안 맞는 사람인가 봐’라고 자책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기여하는 몫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직속 상사는 결과와 상관없이 일하는 방식이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식이니 억울하기도 하고, 자책감도 커져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특히 박 과장님 개인뿐만이 아닌 팀 전체가 나를 부정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피드백까지 받으면 마치 왕따를 경험하는 것 같은 고립감까지 느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불평을 하기보다 아침잠, 밤잠 줄여가며 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부정적인 평판을 만회하려고 했습니다. 자괴감은 커지는데 업무 강도까지 세지니 스트레스 없이 하루를 끝내는 날이 드물 정도가 됐습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연말 송년회 겸 팀 전체 회식이 있었습니다. 함께 대화를 나누다 팀장님이 “김 대리는 어쩜 그렇게 일을 빠리빠릿하게 잘해? 안 힘들어?”라고 여쭈셨습니다. 비꼬는 게 아니었습니다. 팀장님은 진심으로 제가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과로하는 게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박철우
트로스트 전문 상담사. 임상심리사 1급, 청소년상담사 1급, 한국심리학회가 공인하는 상담심리전문가로 현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 진로상담위원, 법무부 교정 본부 심리치료과 교정기관 수련감독, 의정부지방법원 가사전문상담위원, 강원지방경찰청 위촉 심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