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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역사

끊임없이 혁신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서 있다

서광원 | 339호 (2022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10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식물이나 동물, 인간사회 조직은 조금씩 끊임없이 변화해 혁신에 성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지구에 처음 생겨난 나무 양치식물은 속씨식물과 같은 우월한 경쟁자가 나타나자 적은 양의 빛을 돋보기처럼 그러모아 생존할 수 있었다. 악어의 조상들 역시 급격한 진화를 겪어내며 각기 다른 섭식 기관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포지셔닝 전략을 채택한 종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이 낳은 소프라노 조수미의 명성은 세계적이다. 35년째 독보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하늘이 내린 목소리인가 싶다. 그런 그가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그 비결을 털어놓았다.

“‘나는 잘한다’거나 ‘나는 연습이 필요 없다’는 식의 자만심에 빠지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찬물도 마시면 안 되고 밤에 나가서 노는 일도 거의 해본 적이 없어요.”1

사람들은 그가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 태어난 줄 알지만 데뷔하고 35년 동안 이런 자기 관리를 해온 덕분에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말이 그렇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 오랜 시간 ‘인간적인 본능’을 억제하고 사는 게 쉬웠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재미있는 것, 맛있는 것 등 남들이 다하는 것은 모두 자르고 살았다”고 했다. 얼핏 건전하고 모범적인 삶인 듯하지만 막상 해보면 단조롭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다. 타고난 재능이 있기에 명성을 얻었겠지만 그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건 보통의 노력으로는 어림없는 일인 것이다. 빛나는 명성의 뒤안길은 생각만큼 밝지 않다.

개인의 35년이 이럴진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람이 모인 조직이 100년 넘게 명성을 유지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201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창업한 지 100년이 넘은 조직 7곳을 5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2 영국 킹스턴대 알렉스 힐 교수, 런던경영대학원 줄스 고다드 선임연구원 등으로 이뤄진 연구팀이 대상으로 삼은 조직은 예술 공연 조직인 왕립 셰익스피어컴퍼니(RSC)와 명문 학교 이튼칼리지, 스포츠 분야의 영국 사이클팀과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올블랙스) 등 7곳이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완전히 다른 분야에 속해 있는데도 매우 유사한 장수 비결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속성이 다른 경쟁력, 그러니까 전통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과 함께 이를 파괴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물려받은 걸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능력을 개발, 새로운 전통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RSC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새롭게 낸 아이디어의 20% 이상이 성공하면 긴장한다.” 좋아해야 할 텐데 왜 긴장할까? 성공이 많아진다는 건 갈수록 “별로 새로워 지지 않을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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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광원araseo11@naver.com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필자는 경향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경영 전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대한민국 리더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사장의 자격』 『시작하라 그들처럼』 『사자도 굶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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