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2. Interview: 이학연 아주스틸 대표

필리핀에서 한국 돌아온 리쇼어링 1호 ‘아주스틸’
“인건비 절감만으로는 글로벌 경쟁 어려워”

303호 (2020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최근 건자재, IT•가전용 소재 개발 업체 아주스틸이 필리핀에서 김천시로 공장을 옮기며 국내 ‘리쇼어링 1호’ 기업이 됐다. 잘나가던 중견 기업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으로 공장을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스틸은 과거처럼 낮은 임금과 큰 시장을 찾아서 후진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독일 등 유럽처럼 설비를 자동화하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다. 아주스틸은 김천1일반산업단지(6만6116㎡ 부지)에 총 500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 팩토리형 공장을 만들고 100명가량을 고용할 계획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경주(경희대 관광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일본의 국내 수출 규제 장기화와 코로나19가 맞물리면서 해외 생산 기지를 국내로 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주요 경제 정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한국판 뉴딜’과 ‘리쇼어링’을 포스트 코로나 경제 대책으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근로시간 규제, 높은 법인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강한 강도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5월 한국으로 공장을 ‘유턴’한 회사가 있다. 바로 IT•가전용 소재 개발 업체 아주스틸이다. 6월1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확정된 정부의 국내 복귀 기업 지원안이 제시된 이후, 첫 번째로 리쇼어링을 발표해 ‘리쇼어링 1호’ 기업으로 불리는 아주스틸은 영상가전, 생활가전, 자동차, 건축용 자재를 만드는 중견 기업이다. 삼성과 LG, 소니, 파나소닉, 현대자동차, 카지마건설 등 글로벌 기업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이 업체가 만든 제품이 세계 LCD TV용 강판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아주스틸의 임직원은 700여 명, 연 매출은 5000억 원 규모다. 이 중 수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강소기업이다.

아주스틸은 한국(구미, 김천, 철곡)과 중국, 멕시코, 필리핀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지난해 건자재 제품을 만드는 필리핀 공장을 국내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김천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부지를 확정 지었다. 김천1일반산업단지(6만6116㎡ 부지)에 총 500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 팩토리형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아주스틸은 이곳에 100여 명이 고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많은 기업이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공장을 옮길 때 ‘역주행’ 행보를 보인 셈이다. 아주스틸은 왜 한국으로 공장을 옮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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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4공단로 아주스틸 본사에서 이학연 대표를 만나 ‘리턴’을 결심한 이유와 리쇼어링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다. 이 대표는 “리쇼어링 결정 이후 국회의원, 지자체 관계자는 물론 특히 언론의 관심이 집중돼 부담을 느낀 나머지 접촉을 최대한 자제해왔다”며 “공급망 관리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DBR 기획 취지에는 깊은 공감을 느껴 인터뷰에 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코로나19로 기업들이 타격을 크게 받았다.

구미 공단에 있는 기업들 대부분이 어려워하고 있다. 우리도 4, 5월에 가전제품 부품에서 매출이 75% 빠졌다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TV 같은 영상 가전제품은 공장이 해외에 있는데 국가 차원에서 ‘셧다운(Shut Down)’을 하니까 별수 없이 문을 닫았었다. 공장이 있는 멕시코는 코로나19 치사율이 11% 정도 된다고 한다. 정부가 질병 관리 요건을 잘 갖추고 있는지 공장마다 심사하고 신호등처럼 빨간불, 파란불 등 5단계에 걸쳐 업무를 가동하게 했다. 지금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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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스틸은 어디에 공장이 있나.

국내에는 구미와 김천, 철곡에 있고, 해외에는 중국 광둥성, 멕시코 등에 공장이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부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에 들어가는 다양한 부품을 만든다. 삼성, LG부터 현대자동차, 소니까지 글로벌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고 있다. 현지에 나갈 때는 납품사에 영향을 받지만 일단 정착하면 최대한 현지화하려고 한다. 해당 국가에서 납품할 기업들을 찾거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 납품사에 의존하지 않고 현지화해서 최근 몇 년간 기업이 많이 성장한 편이다.

2017년에 준공된 필리핀 공장은 약 300평 규모이며 임대로 쓰고 있었다. 여기서는 프레스 금형에 쓰이는 특수강과 건축 내장재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었다. 방화문(현관문) 등의 제품을 제조해 국내외에 납품해왔다. 단순히 공장을 옮긴 게 아니라 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김천시와 MOU를 맺고 김천1일반산업단지에 총 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내년 3월까지 스마트 팩토리형 공장을 만들고 100명 정도를 고용할 예정이다.

리쇼어링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조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위기였다. 5년 전부터 제조업의 미래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해외에 직접 나가 현장을 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해야 할지 생각했다. 과거처럼 낮은 임금과 큰 시장을 찾아서 후진국으로 향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독일 등 유럽처럼 설비를 고도화, 자동화하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이 적합해 보였다.

과거 필리핀 공장에 들어간 것이 낮은 임금과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 시장의 가능성을 본 사례였다. 실제로 필리핀의 인건비가 중국보다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 그만큼 품질 관리가 쉽지 않다. 노동자들의 기술력이나 숙련도가 떨어지다 보니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 회사는 건축 자재중 일부를 필리핀에서 만들어 일본 업체에 납품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일본 업체가 우리 제품을 받아 중국으로 보내 재가공한 다음, 중국산 부품을 추가해 다시 일본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우리가 관련 후처리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제품을 중국에 보내지 않고 우리가 가공해 보낼 방안을 고민했다. 결국 유럽산 무인 자동 가공기와 자동화 설비를 국내 공장에 도입했더니 중국을 거치지 않고 일본에 완제품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품질이 좋아지니까 의외의 업체로부터 연락이 오기도 했다. 일본 카네마쯔라는 종합상사가 24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시설이 갖춰지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여기에 추가로 투자해 김천에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기로 하고, 필리핀 공장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 경험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려면 한국에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낫겠다고 평가했다.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으로 옮긴 이유도 궁금하다.

시장의 생태계 변화와 수요를 고려했다. 국내에 건축 자재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는데, 시장에서 요구하는 품질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 평당 건축 비용도 많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관련 법 규정이 강화됐고, 품질도 상당히 규격화됐다. 예전처럼 중국의 값싼 자재들이 먹히지 않는다. 건설사들도 좋은 건물을 지을 때 유럽이나 일본 자재를 많이 쓴다. 따라서 좋은 제품을 만들면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이나 동남아에서 건설사업을 수주했을 때 기회가 생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건자재를 만들면 OECD 국가에 납품할 기회도 생길 터였다.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려면 생산 인프라가 열악한 동남아보다는 한국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김천시가 적극적으로 유치 의지를 보였다. 채용 예정인 인력들을 6개월 동안 직업 교육까지 맡아주기로 했다. 또 원재료 공급 업체가 김천에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코로나19에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공급망 관리’가 화두가 된 것 같다.

이 문제는 기업마다 사정이 좀 다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공급망 관리 방향은 공장을 한국 내부나 인근 국가로 옮기는 쪽이다. 그런데 이를 논의하기에 앞서 기업들이 왜 해외로 나가게 됐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대기업이야 처음엔 인건비 등 비즈니스 환경 문제로 나갈 수 있지만 중견 기업이나 중소기업은 대부분이 대기업들이 이전하면서 발생시키는 ‘수요’ 때문에 나간다. 이미 나가 있는 대기업들의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해외에 나가면 납기에 맞춰 안정적으로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벤더들도 따라 나오기를 원한다. 중견•중소기업도 여기에 맞춰 해당 국가에 공장을 짓고 운영하면 물량을 배당하기에 이에 부응하기 위해 동반 진출을 꾀하게 되는 셈이다.

리쇼어링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은 것 같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데는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 납기나 인건비 외에 관세 같은 세금 문제도 있다. 국내 공장에서 원자재로 해외에 보내는 것과 완제품으로 보낼 때 세금 차이가 크다. 대부분 원자재를 수입해 해당 국가에서 제품을 만드는 편이 효과적이다. 운송비도 고려해봐야 한다. 미국이나 멕시코 같은 경우에는 해상 운송 노선이 발달돼 있긴 하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내륙 운송비는 비싼 편이다. 이처럼 관세나 운송비 등 다방면적으로 고려해 비즈니스가 돌아가게 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 그 자체다. 구매할 사람이 있으니까 나가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 이미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것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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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리쇼어링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맞을까.

지금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처럼 업종별로 접근하는 게 맞다. 특히 어떤 품목을 생산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후진국에 수출할 수는 없다. 그러면 가격이 절대적으로 저렴해야 하는데 인건비나 각종 비용 때문에 마진이 안 남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OECD 국가에서 제품이 팔릴 수 있어야 한다.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체질 개선은 필수다. 독일 수준의 설비가 도입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앞에서 말한 것들의 전제는 ‘(인건비가 싼 동남아보다) 한국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스틸이 6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지은 것도 이 이유다. (아주스틸의 공장은 경상북도의 스마트 팩토리로 지정돼 있다. 아주스틸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률은 80% 수준이다. 쉽게 말해 공장의 80%가량이 자동화돼 있다는 뜻이다.) 아주스틸의 공장은 대부분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가동된다. 많은 공정이 자동화로 이뤄지고, 불량도 자동으로 검출된다.

이러한 체질 개선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연구개발(R&D)이 상당히 중요하다. 아주스틸은 연평균 60억 원을 20년 동안 투자해왔다. 총 1200억 원을 R&D에 쏟아부은 셈이다. 이 덕분에 글로벌 대기업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다. 정부나 학계에서 말하는 ‘4차 산업혁명’도 결국 기술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자동화를 기초로 하는 스마트 팩토리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다. 전통 제조업이 살아남으려면 변하는 수밖에 없다. ‘리쇼어링’을 단순히 공장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술 혁명’과 연결지었으면 좋겠다. 단기간에 결과물을 내기보다는 꾸준하게 기업들을 독려하고 같이 방안을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시대가 원하는 고급 일자리는 늘어난다. 또 해당 기업들로 인해 여러 협력업체가 생겨날 수 있다. 부가적으로 생기는 인력이 생각보다 많다. 이러한 일자리는 자동화 기술을 유지 보수하는 데 필수적이다. 기업들이 생겨나면 주변 상권도 따라 발전한다. 반대로 지방에 공장이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구인난이 심각하다. 좋은 인재들이 지방으로 올 수 있도록 지자체, 학교 등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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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술을 도입하려면 비용 등이 부담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많은 기업이 국내로 돌아올 엄두를 못 낸다. 그렇게 비용을 투자했다가 중국의 저가 제품에 밀리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서서히 죽나, 빨리 죽나 차이일 뿐이다. 기업이 장기간 생존하려면 투자는 필수다.

정부는 어떠한 역할을 하면 좋을까.

농업 사례를 들고 싶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정부는 농업 분야에 엄청난 자금을 수년간 꾸준히 투입했다. 초창기에는 ‘깨진 독에 물 붓기’였지만 꾸준히 투자가 이어지니까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농장마다 ‘스마트팜’이 도입됐고, 농기계와 농기계 부품도 같이 발전했다. 농업이 선진국형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제는 제조업에도 이런 식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가가치를 발생시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농기계처럼 고가 장비를 정부에서 임대해주면 어떨까. 특수 설비 분야에 저금리 장기 대출을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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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업계 등 제조업 대부분이 많이 침체돼 있다. 향후 전략은?

철강이라고 하면 자동차가 ‘꽃’인데 전기자동차가 생기면서 알루미늄이라든지 기능성 플라스틱 이런 것으로 재료가 많이 바뀌고 있다. 꽃이 지니까 당연히 안 좋을 수밖에 없다. 미국, 유럽 모두 사정이 좋지 않다. 일본 제철소들도 흑자를 내는 곳이 없다. 그래서 아주스틸도 열심히 체질 개선에 나섰다. 반대로 정부 정책인 ‘그린 뉴딜’에서 수혜를 볼 수도 있다. ‘리사이클’이 되기 때문이다. 기능적인 부분을 생태계, 정책 변화에 잘 맞춰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여기에 맞게 R&D에 투자를 계속할 예정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5호 New Era of Data Business 2020년 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