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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오늘보다 강한 내일

김현진 | 297호 (2020년 5월 Issue 2)
‘The First Modern Pandemic(제1차 현대 팬데믹).’

세계대전을 연상케 하는 비장함으로 현재 상황을 규정한 빌 게이츠 빌&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의 블로그 글 제목입니다. 워싱턴포스트에도 실린 이 칼럼에서 게이츠 이사장은 ‘우리는 언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get back to normal)’ 자문합니다. 마스크가 올해의 ‘글로벌 패션 아이템’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절대 명제처럼 느껴지던 ‘올림픽은 4년마다 열려’, ‘개학은 3월’과 같은 사회적 합의가 깨진 올해는 1,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비교적 최근 경험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세계의 질서를 흔든 사건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역사적 전환기가 될 것입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동 제한 방침이 완화되는 국가가 늘고는 있지만 게이츠 이사장의 예견 그대로 “사람들은 밖으로는 나가겠지만 예전처럼은 아닐 것이고, 붐비는 곳으로 가진 않을 것이며, 식당은 손님을 한 테이블씩 띄워 앉히고, 비행기는 가운데 좌석을 비운 채 운항할 것. 또 사람들은 여전히 일하고 소비하겠지만 팬데믹 사태 이전처럼 ‘많이’ 일하고 소비하지는 못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발언처럼 이제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AC(After Corona)로 구분될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려면 ‘넥스트 노멀’의 생존 공식을 읽어내는 눈과 이에 앞서 기회를 포착할 지혜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다양한 관점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소개해 온 DBR은 ‘생활 속 거리 두기’라는 완충 기간을 거쳐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번엔 우리가 살아갈 새로운 일상이자 기회의 원천을 이끌 키워드들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는 비대면 경제(untact economy)는 거래, 진료, 교육 등 사람 간 접촉을 통해 성사됐던 모든 일의 표준을 재규정하는 메가 트렌드가 될 전망입니다. 최근 유통가에서 인기를 끄는 드라이브스루, 라이브 커머스, 챗봇(대화형 에이전트), VR(가상현실) 쇼룸, 무인 계산대, 모바일 주문 및 결제 등이 모두 언택트 트렌드를 견인하는 혁신 플랫폼입니다.

한편 조직문화 관점에서 ‘언택트 트렌드’가 구현된 사례는 리모트워크(원격근무)입니다. 리모트워크를 원활케 하기 위한 협업 툴들은 각 국가나 산업별 특성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진화하면서 리모트워크가 ‘실험’이 아닌 ‘규범’이 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업무 협업 툴인 알리바바의 딩딩(DingTalk, 釘釘) 애플리케이션이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중국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순위 270위에서 1위로 급등한 요인 가운데 하나도 근태 체크에 철저한 중국 기업들의 니즈를 잘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소통 활성화에 중점을 둔 해외 툴들과 달리 딩딩은 단체방에서 보낸 메시지를 읽지 않으면 확인할 때까지 집요하게 알람이 가게 하는 등 관리 장치를 탑재했습니다. 직급과 체계를 중시하는 아시아권 기업의 특성을 살려 팀원들의 직함, 소속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조직도를 제공하는 국내 업체 토스랩의 ‘잔디’ 역시 기업들의 니즈를 경청한 덕에 비약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위기는 이렇게 삶의 방식에서의 혁신을 낳고 있고, 이러한 혁신에 힘입어 ‘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넥스트 노멀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 될 것임이 분명해 보입니다.게이츠 이사장은 최근 미국 대학의 졸업 시즌을 맞아 ‘2020 졸업생’들에게 남긴 축하 메시지에서 “위기를 통해 세계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가보지 않았던 이 긴 길 끝에서 만날 넥스트 노멀 시대는 좀 더 회복탄력적이고, 좀 더 강한 모습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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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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