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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al Science

권위주의 국가의 정당 수와 투자 환경의 함수는?

이호준 | 293호 (2020년 3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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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al Science
권위주의 국가의 정당 수와 투자 환경의 함수는?

Based on “Unbundling the Relationship between Authoritarian Legislatures and Political Risk” by Nathan M. Jensen, Edmund Malesky and Stephen Weymouth in British Journal of Political Science(2014).


무엇을, 왜 연구했나?

정치제도가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대부분의 기존 연구는 민주주의 제도에 집중한다. 그렇다면 권위주의 국가에서의 정치제도는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권위주의 국가에서 어떤 요인들이 투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 대부분의 기존 연구는 주로 자원, 국내 시장의 규모, 노동비용, 그리고 사회 기반 시설 등을 주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그러나 권위주의 국가에서도 정치제도가 투자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연구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연구에서 발견된 강력한 상관관계는 권위주의 의회 내에서의 정당의 수와 경제 성장 간의 관계다. 해당 연구들에 따르면 정당의 수가 많을수록 야당의 수가 많을 것이고 이 때문에 의회가 최고권력자의 정책 결정을 일정 부분 통제하게 된다. 이로 인해 최고권력자 자의에 의한 민간 자산 몰수 등의 리스크 요인이 줄어들어 투자자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이것이 다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기존 연구들의 골자다.

이에 반해 나단 젠슨 텍사스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는 권위주의 의회 내 정당의 수와 경제 성장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만이 확인됐을 뿐 세부적인 인과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론적, 경험적 검증이 부족했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자들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의회 내 정당의 수가 투자 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기존 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과적 메커니즘과는 다른 결론을 제시한다. 이들 연구진은 의회 내 정당의 수가 많으면 최고권력자의 자의적 민간 자산 몰수 등을 제한해 투자친화적 환경이 조성된다는 결론에 이르는 기존 연구들은 투자자들이 고려하는 리스크 요인 중 정부에 의한 자산 몰수라는 부분적인 요인에만 집중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의회는 실제로 민간 자산의 몰수라는 정책 결정에 있어서 제한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따라서 저자들은 투자자들이 권위주의 국가에 투자를 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인 투자자 보호제도와 여기에 대한 의회의 역할에 주목한다. 투자자 보호제도는 투자자의 이익이 소수의 기업 경영진으로부터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제도다. 저자들은 권위주의 국가의 의회 내에 다수의 정당이 존재하는 경우,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행위자들이 존재할 것이고 의회라는 공론장을 통해서 이들 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균형 속에서 투자자의 이익이 기업 내부의 소수자에 의해 침해될 수 없도록 하는 투자자 보호제도가 강화된다는 것이 이 논문의 핵심 주장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이 연구의 종속변수는 재산권 보호제도와 투자자 보호제도다. 전자의 경우는 민간이 국가의 재산권 침해로부터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재산권 보호제도는 벨기에의 정치 리스크 전문 기관인 ONDD의 자료를 활용해 종속변수를 측정한다. 이 기관에서는 정성적•정량적 지표들을 고려해 각 국가의 정치 리스크 관련 지표를 발표한다. 이 연구에서는 7점 척도의 정치 리스크 지표를 역으로 산출해 재산권 보호를 측정한다. 즉, 1점부터 7점 척도 중 1점이 국가로부터의 사유재산권 보호가 가장 약한 경우이고 7점이 사유재산권 보호가 가장 강한 경우다. 이 연구의 핵심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두 번째 종속변수인 투자자 보호제도는 ‘Doing Business 프로젝트’의 지표 중 민간인에 의한 투자자 이익 침해 리크스 지표를 활용한다. 구체적으로, 이 지표는 기업 경영진의 회사 공금 유용 등의 이익 침해로부터 소액주주가 얼마나 보호를 받고 있는지를 측정했다. 0점부터 10점의 척도로 측정되며 0점인 경우에는 투자자 보호의 수준이 낮은 것이며 10점인 경우에는 투자자 보호제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연구의 주요한 발견은 권위주의 국가의 의회 내에 정당의 수가 많을수록 투자자 보호제도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반면, 정당의 수는 권위주의 국가의 재산권 보호제도와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발견은 권위주의 국가의 의회 내에서 다수의 정당이 존재하는 경우 투자자 보호제도가 강화돼 투자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된다는 이 연구의 인과적 메커니즘에 대한 경험적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정치의 영역에서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가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그 구분을 뛰어넘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즉, 기업은 민주주의 국가에도 투자할 수 있지만 권위주의 국가에도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정치 리스크와 권위주의 국가에서의 정치 리스크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권위주의 국가에 어떠한 정치 리스크가 존재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권위주의 국가 내부의 정치적 동학을 이해하는 것은 권위주의 국가의 투자 환경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권위주의 국가의 정치제도, 특히 의회에 주목한 이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서 권위주의 국가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하겠다.


필자소개 이호준 International SOS 해외 보안 컨설턴트 hjlee8687@gmail.com
필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International SOS 해외 보안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의회정치, 한국 정치, 배분 정치이며 비교정치경제와 방법론, 정치 리스크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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