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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디스코(D’SCO) : 스타트업으로부터 배우는 B. T. S. (Business, Technology, Spirit)

국내 대표 스타트업들의 벤처 스피릿
“고객 니즈에 집착하고 수없이 실험”

김성모 | 288호 (2020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가진 ‘벤처 스피릿’은 무엇일까. 동아비즈니스포럼의 부대 행사로 열린 ‘디스코(D’SCO·DBR Startup Community)’에 국내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 20여 곳이 모였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디스코에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얻은 자신만의 비결들을 가감 없이 공유했다. 건강 관리 코칭 스타트업 ‘눔’은 창업 이후 꾸준하게 고객 인터뷰를 진행해 서비스를 개선해나갔다. 이를 기반으로 누적 사용자 4800만 명을 모았다. 직장인 필수 명함 앱 ‘리멤버’를 만든 ‘드라마앤컴퍼니’ 역시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여성 쇼핑몰 모음 앱 ‘지그재그’는 철저하게 데이터로 승부해 10, 20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러 업체가 공통으로 언급한 성공 비결은 ‘고객’과 ‘도전’이었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고객의 니즈를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찾아내 이를 만족시켰다.


“창업 초기 입주한 사무실용 오피스텔 주인한테 ‘최소 계약 단위가 1년인가요. 저는 3개월이면 성공해서 큰 데로 옮길 것 같은데, 더 짧게는 안 되나요’라고 이야기했는데, 거기서 4년 있었어요. 정말 여러 번 망했어요. 제가 사업에 자질이 없나 싶었어요.” (서정훈 지그재그 대표)

더 이상 잃을 것 없이 간절한 누군가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세상을 바꿨다. 서정훈 지그재그 대표가 그랬다. 그는 몇 번이나 사업에 실패한 끝에 여성 쇼핑몰 모음 애플리케이션 ‘지그재그’를 만들었다. 이후 4년 만에 여성 온라인 쇼핑몰 3700여 개를 이 앱에 모았다. 지그재그의 월평균 이용자 수는 270만 명에 달한다. 대부분 10, 20대로 젊은 층이다. 서정훈 대표는 “실패를 거듭할 당시 마지막으로 도전한 것이 지그재그였다”고 말했다.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는 ‘로(raw)’라는 단어에 꽂혀서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로우로우(RAWROW)’다. 가방을 팔아 모은 돈으로 안경을 만들었고, 같은 방식으로 신발과 캐리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디자인했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저희만의 심플한 디자인과 기능에 집중했어요. ‘이끌든가, 아니면 따르거나 비키든가’라는 정신으로 브랜드를 키웠습니다. 우리 역시 바닥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의현 대표의 말이다.

이처럼 혁신적인 리더는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끈다. 만화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위기를 극복하고 작게나마 세상을 바꾼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새 국내에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났지만 ‘유니콘’에 다다른 업체는 손에 꼽는다. 고객을 모으고 제대로 된 투자를 받는 업체도 극소수다.



이처럼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또 다른 격변기를 맞이한 2019년. 동아비즈니스포럼은 조인트 세션으로 스타트업 관계자와 ‘스타트업 스피릿’에 관심이 있는 비즈니스 리더들이 참여하는 ‘디스코(D’SCO·DBR Startup Community)’를 처음 선보였다. 행사에는 국내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 20여 곳이 대거 참여했다. 눔, 지그재그, 토스, 로우로우, 스타일쉐어, 배달의민족, 뱅크샐러드, 마이리얼트립 등 ‘스타트업 어벤져스’라 불릴 만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서 케이스 스터디로 다뤘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대기업, 벤처캐피털(VC) 관계자 등 참석자 100여 명과 가감 없이 공유했다. 행사는 참석자들이 평소 관심이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 등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좌석을 사전 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테이블 토크와 샴페인 타임 등 네트워킹 시간을 활용해 각자의 사업 현황과 협업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창업자 가운데선 눔, 지그재그, 로우로우, 스타일쉐어, 모바일닥터(열나요),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대표가 강연자로 나서 자신의 ‘벤처 스피릿’에 대해 설명했다. ‘디스코’의 현장을 요약해 소개한다.


누적 사용자 4800만 명 모은 ‘눔’
비결은 “고객 인터뷰와 인공지능”

- 김영인 눔 한국·일본법인 대표
(DBR 277호 Case Study 참고)

눔은 미국 회사다. 정세주 대표가 창업해 한국과 일본으로 진출했다. 본사가 미국 맨해튼에 있는데 우린 보통 연말이 제일 바쁘다. 1월에 많은 사람이 체중 감량을 결심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지만 지난해 타임스퀘어에 광고를 하기도 했다. 우리에겐 큰 의미가 있었던 장면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큰 성장을 했는데 그 비결을 소개하겠다.

2016년 사업을 시작한 건강 관리 코칭 스타트업, 눔의 미션은 ‘Healthier lives through behavior change(행동 변화를 통한 더 건강한 삶)’이다. 흔히 건강 관련 업무를 하면 환자를 ‘개혁’시켜야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도 그랬다. 교육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측면에 주목했다. 바로 ‘행동 변화’다. 사용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본인들이 어떻게 변해갈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게 했다. 사용자가 직원들과 모바일 앱을 통해 소통하면서 식단을 관리하고 살을 빼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양을 조절해서 지속가능한 감량을 하도록 한다.

눔의 직원 수는 2000명에 달한다. 최근 세쿼이아(Sequoia) 벤처캐피털사와 삼성에서 투자도 받았다. 누적 투자금액은 1400억 원 정도다. 지난해 매출은 2017년 대비 5배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해의 2∼3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최근까지 굉장히 오랜 기간 매출이 성장하지 못했다. 많은 사용자가 눔을 사용했음에도 돈을 벌기 어려웠다. 그런데 2017년에 매출이 오르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전략적으로 B2C에서 B2B로 바꿨다가 다시 B2C로 사업 방향을 틀었던 것이 매출 성장의 비결이었다. 처음에는 B2C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7년 성장이 둔화되면서 투자를 받기 위해 B2B로 방향을 바꿨다가 다시 “본질로 돌아가자”라는 결론을 내리고 B2C를 선택했다. 그렇다고 B2B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첫 번째로 고객 중심의 제품을 개발했다. 스카이프를 연결해서 피드백을 받고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해서 조금이라도 제품을 쉽게 쓸 수 있게 진화시켜나가고 있다. 창업 이후 고객 인터뷰를 지금까지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

가장 핵심은 ‘인공지능 기반의 코칭 기술’이다.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기술을 접목했다. 실제 사용자들이 체중을 감량하는 과정을 공감해주고 격려해주는 것, 그리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 등 기능적인 역할은 사람이 직접 한다. 그리고 나머지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들은 인공지능이 담당한다. 이 비율이 처음에는 1대20(코치 1명이 20명의 고객을 담당)이었는데 현재는 인공지능의 역할이 커져서 1대350까지 왔다. 내년에는 1대500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술은 다른 기업이 따라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정신(spirit)이다. 눔에서는 성장 마인드세트(growth mindset)가 모든 업무의 기반이다. 마케팅 기법이 회사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제품이 안 좋고 서비스의 실체가 없는데 기계만 판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진 않는다. 그래서 지속적인 배움과 실험을 통해 성장하는 ‘그로스(growth) 마케팅’을 했다. 이 사이클을 휴먼 코치를 선발하는 데 이용한다. 예로 230명을 한 코치가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가설을 만들어서 350명으로 할지 생각해본다. 그래서 실험을 통해 결정을 내리고 기술적인 측면도 발전시킨다.

실제로 이것을 구현한 앱은 굉장히 복잡하다. ‘이렇게 복잡해서 누가 사겠느냐’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오히려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더니 구매전환율이 굉장히 높았다. 고객들이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는 것을 실제 마케팅에 적용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데이터로 승부
10, 20대 필수 앱 ‘지그재그’

- 서정훈 지그재그 대표
(DBR 249호 Case Study 참고)

2012년에 처음 창업했다. 개발자 출신인데 해커 같은 친구와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1년 동안 밥도 하고 화장실 청소도 했다. 2014년까지 몇 번이나 사업에 실패하고 2015년 지그재그를 만들었다. 원래는 자꾸 실패하니까 그만하려고 했는데 동업자가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자고 해서 사업 아이템을 고민했다. 의식주 중에서 ‘식’에는 배달의민족이 있었고 ‘주’는 직방과 다방이 있었다. 그래서 ‘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대문시장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났다. 동대문시장에서 뭐 할 게 없나 싶었는데 현금만 유통된다고 해 포기했다. 대신 온라인 쇼핑몰 대표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그때 아이디어를 얻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자주 가는 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놓고 들어오더라. 그런데 모바일은 그런 기능이 없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공략하면 좋겠다 싶었다. 국내 패스트 패션 시장이 10, 20대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이들의 옷장을 살펴보면 40∼50%는 동대문시장에서 왔다고 보면 된다.

과거 인플루언서들이 옷 사진을 올리면 “저 옷 어디서 사셨나요”라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러면 대신 옷을 사다 주거나 파는 형식이 많았다. 그러다가 유명해지면 사이트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해당 사이트들이 유저의 취향을 정확하게 담아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각 사이트가 개인화가 돼 있지 않으니 11번가나 G마켓, 쿠팡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니까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패스트패션 하고는 어울리지 않다. 구매-결제-배송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다.



이런 배경으로 2015년 6월에 지그재그를 만들었다. 현재 여성 온라인 쇼핑몰 3700여 개가 입점돼 있다. 하루에 1만여 개 정도의 새로운 상품이 올라온다. 저희는 개발자 출신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회사를 만들었다. 지그재그를 들어가면 쇼핑몰 랭킹이 나오고 상품들이 노출된다. 고객이 즐겨찾기를 하면 제품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숫자가 나온다. 가격 비교를 할 수 있고 바로 구매도 가능하다.

개인화를 통해서 쇼핑몰마다 10대, 20대, 30대를 구분했다. 또 러블리, 섹시미 등 스타일도 분류했다. 유저들은 자기 눈에 관심 있어 보이는 것들만 선택하기 때문이다. 쇼핑몰마다 특성이 다양한데 그 데이터를 다 수집했다. 유저들이 왔다 갔다는 것을 파악해서 그 유저의 성향을 파악하고 개인화했다. 고객마다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상품의 순서가 완전히 다르다. 앱에 들어가는 사람마다 ‘내가 원하는 상품이 딱 나오네’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현재 월 270만 명이 지그재그를 이용한다. 하루에 60만 명이 사용 중이다. 일 거래액은 500억 원에 달한다. 2017년까지 1원도 못 벌던 회사였다. 지금은 매출을 만들어 투자 없이 성장하고 있다. 2015년 서비스를 론칭했고, 2016년에는 ‘성장’에, 2017년에는 ‘매출’에 집중했다. 지난해에는 해당 시장에서 1등을 기록했다. 올해는 e커머스로 전환하려고 노력했다. 단순히 쇼핑몰 연결이 아니라 저희가 직접 결제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현재 입점 고객 중 30%에 우리의 결제 시스템을 설치했다. 앞으로 2∼3년 후에 ‘여성 쇼핑’을 책임질 수 있는 쇼핑몰이 되는 게 목적이다.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지그재그의 미션은 ‘내가 사고 싶은 옷을 찾기 쉽게 만들어 쇼핑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착해 300만 직장인
필수 앱(리멤버) 만든 드라마앤컴퍼니

-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DBR 195호 Case Study 참고)

우리의 가장 큰 벤처 스피릿은 ‘광적인 고객 집착’이다. 집착이라고만 하면 뻔한 것 같아 ‘광적인 집착’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명함을 사진 찍으면 자동으로 등록해주는 앱 ‘리멤버’를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명함을 촬영하면 직접 수기로 입력해 줬는데 촬영도 번거롭다고 하더라. 그래서 명함을 보내 달라고 했다. 스캔해서 입력까지 다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5년 동안 그렇게 했다. 택배 보내기도 귀찮다고 해서 방문 수거까지 했다. 고객이 갖고 있는 불편함은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해결하겠다는 마음으로 일했다. 우리가 상품을 만들어내고 고객 가치에 집요하게 집착해야만 사랑받는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절박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단순히 가입자 수, 다운로드 수가 아니라 계속 꾸준히 쓰는 활성 사용자 수를 위해 절박함으로 일했다.



두 번째 스피릿은 ‘작고 빠르게 시도한다’는 것이다. 1∼2년 차에는 정말 작고 빠르게 서비스 변화를 시도했다. 규모가 좀 커지면서 3∼5년 차 때 속도가 좀 느려졌던 것 같아 반성했다. 그래서 6∼7년 차에는 다시 작고 빠르게 시도했다. 리멤버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론칭하고 운영이 안정화된 다음 오픈했다. 정식 서비스 오픈 전에는 미리 관심 있는 예비 고객들로부터 e메일을 보내게 하고 바이럴 홍보가 되게 만들었다. 명함을 기록해주는 ‘타이피스트’가 2000명 가까이 있었는데 명절 때는 과감하게 쉬기도 했다. 명함 관리 수요를 잘 따져가면서 그때그때 전략을 짰던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리멤버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보통 스타트업은 오래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어설프게 말고 완벽하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 서비스가 완벽하다는 착각을 한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고민했던 게 잘됐을까? 그렇지 않다. 저도 그 시기에 많은 걸 느꼈다. 빠른 시도를 스피릿으로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 머리’를 절대로 믿으면 안 된다. 머리보다는 행동을 하자. 작고 빠르게 고객을 대상으로 가설 검정을 하는 게 맞다.

저희는 ‘리멤버 커리어’라는 채용 검색 서비스를 올해 7월 베타 서비스로 시작했다. 커뮤니티도 오픈할 계획이다.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많았다. 이런 서비스를 하면 과연 사람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올려놓을까, 불명확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우선 받아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생각하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서비스를 해보면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깊은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다. 리멤버 커리어도 사전 등록을 10만 명 받고, 이제 50만 명이 넘는 풀을 확보했다. 기업도 5000곳 정도 확보됐다. 자신감이 생겼다.

스타트업들은 시나리오별로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테스트도 하고 그럴 것이다. 그런데 결국 실제 사용해본 유저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가설 검정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정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경험보다는 ‘집념’으로 승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 있다고 무조건 잘하는 것이 아니고, 경험이 없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다. 정말로 그 일을 얼마나 해내고 싶냐는 의지와 집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왜 일을 하고 싶은지’ 되물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사실 안 될 이유가 수천 가지 아닌가. 시행착오도 당연히 따른다. 결국 핵심은 의지와 집념이다. 거기서 스피릿도 생기는 것 같다.


무인양품이 주목한 패션 브랜드 ‘로우로우’
고객과 우정 스토리로 제품 만들어 성공

-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DBR 255호 Case Study 참고)

저는 ‘가방 장수’다. 8년 전에 창업을 했다. 한 디자인으로 가방부터 만들었다. 어렸을 때 막연하게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raw’라는 단어에 꽂혀서 여기에 맞는 가방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출이나 투자 없이 퇴직금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만든 가방을 팔아서 신발을 제작했다. 신발을 팔아 번 돈으로 안경을 만들었다.

내추럴하고 고유의, 본질적인 느낌의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생기 있는 삶을 제품에 담으려고 했는데 이는 일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풍을 가거나 견학을 갈 때, 야구장을 찾을 때 이런 일상적인 부분에서 필요한 제품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물론 디자인은 쓰임새가 굉장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트렁크에는 ‘자전거 핸들’을 끼웠다. 보통 여행 가면 보조 짐이 있지 않나. 여기에 호텔이나 공항 갈 때 쇼핑백을 걸 수 있다. 안경은 4.8g짜리로 세상에서 두 번째로 가벼운 걸 만들었다.

협업도 굉장히 많이 한다. 수십 년 경력을 가진 공장 사장님들, 유명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하듯 협업을 하고 있다. 꼭 소매로 팔아야 브랜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장도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고어텍스 같은 경우는 어지간한 브랜드보다 협업 대상을 더 까다롭게 고른다. 협업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 그게 저희의 강점이다. ‘바터마켓’이라고 재밌는 것도 하고 있다. 안 읽는 책을 가져오면 가방 등 로우로우 제품과 바꿔 갈 수 있다. 중고 서점보다 두 배 쳐준다. 일종의 선순환 프로젝트다.



서울 명동 한복판에 우리 매장이 있다. 서울의 에너지, 감성을 전달하고 싶었다. 서울 빵, 서울 맥주·커피 이런 것을 만들어 팔고 있다. 28년 장인이 만든 강냉이도 판다. 하이라이트는 송월타월과 함께 만든 ‘서울 타월’이다. 송월타월은 동창회, 체육대회에서 기념품으로 나눠줘 집집마다 다 있는 제품이다. 어쩌면 한국 고유의 감성을 담은 제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가 써본 유일한 브랜드 아닐까.

이런 식으로 저희는 제품 본연의 가치, 올바른 해석에 집중한다. 한 번은 저희 사무실에 우체국 배달부가 오셨는데 가방이 많이 헤져 있었다. 그래서 제품을 만들어 드렸다. 정말 좋아하셨고 실제로 판매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제품을 만들 때 무인양품 브랜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이기도 해서 공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소식을 듣고 무인양품 콘퍼런스에 초대받았다. 그래서 전 직원 앞에서 저희 브랜드에 대해 소개하는 기회를 얻었다. 살면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던 것 같다.

사실 좋은 브랜드는 많다. 그런데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섹시하게 살아본 사람이 섹시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플한 브랜드를 만들려면 만드는 사람의 삶이 심플해야 한다. 그런 마인드로 직원들이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앞으로도 저희만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스타일 공유하게 했더니…
유저가 사랑하는 앱 ‘스타일쉐어’

-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DBR 271호 Case Study 참고)

15∼25세 한국 여성 중 70%가 스타일쉐어 앱을 사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쇼핑 서비스지만 들어와 보면 상품만 있는 게 아니다. 사용자들이 자기가 뭘 입었는지, 화장은 어떻게 했는지 등 콘텐츠들을 공유한다. 누적으로 1600만 건의 데이터가 공유돼 있다. 지난해 초부터는 29㎝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미디어 커머스다. 에디터나 사진작가 등 프로들이 만드는 콘텐츠를 통해 5000여 개의 상품을 고객에게 소개한다.



사실 2011년 대학교 4학년 때 창업하고 9년 내내 고비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심이었다. ‘누가 모바일로 패션을 보느냐’ ‘사람들이 자신이 옷 입은 사진을 공개할 것 같느냐’ ‘SNS에 이커머스를 붙인다고?’ 등 다양한 의구심이 쏟아졌다. 쇼핑 서비스를 만들면서 유저 콘텐츠를 공유하는, 기본 서비스 자체를 의심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저희는 핵심 가치인 커뮤니티에 집중했다. 패션에서 화장품, 헤어 등 뷰티로 확장했고 문구류 등 라이프스타일까지 의미를 넓혔다. 커뮤니티는 그럴수록 활발해졌다. 오프라인으로 유저들이 1년에 한 번 만나는 행사를 매년 진행했는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패션 행사로 자리 잡았다. 유저 사이에서 ‘ㅈㅂㅈㅇ(정보좀요)’라는 은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유저들끼리 끈끈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스타일쉐어 역시 이를 통해 유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일반 유저를 모델로 선정하거나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나갔다. 유저들의 고민을 기반으로 아이템을 선정하고 아이템 선정부터 상품 기획, 커뮤니케이션 역할까지 전 과정에 고객을 끌어들였다. 그렇게 나온 브랜드가 ‘어스’다.

스타일쉐어는 최근 3년간 꾸준히 성장 중이다. 팀원들도 2년 새 4배로 늘어났다. 그런데 이런 성장보다 가장 가슴 뛰는 것은 고객 반응이다. 아직도 유저들한테 손편지가 온다. 사용자에게서 러브레터가 오는 것이다. “스타일쉐어를 쓰면서 꿈을 찾았고, 나만의 개성을 발견해 자신감이 상승했다”는 내용이다. 물론 질책하는 가혹한 내용도 있다. 이 덕분에 스타일쉐어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객을 기반으로 수많은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우리가 믿는 걸 실행할 수 있었다. 사용자에게 집중할 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유저의 눈높이에서 공감하면서 상품을 만드는 게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물론 아직 데스밸리가 지난 게 아니지만 항상 저희 팀에서는 ‘유저들의 연결’ ‘공감’ ‘소통’에 집중하면 계속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들을 위한 새로운 e커머스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회사가 없어질까 봐 소비자가 걱정하는 회사,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열광하는 ‘열나요’

- 신재원 모바일닥터 대표
(DBR 259호 Case Study 참고)

2013년에 만든 모바일닥터는 ‘열나요’라는 앱을 운영 중이다. 0∼5세 아기들의 발열 상태 등을 입력하면 해열제는 언제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열은 언제 어떻게 재고, 병원에는 언제 가야 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육아맘’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고 써주고 계신다. 제가 의사 출신인데 사실 엄마들이 이런 것을 궁금해 하는지 몰랐고, 아이 열 때문에 얼마나 부모가 힘들어 하는지 피부로 느낀 적이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앱도 만들고 알고리즘도 탑재해서 아이들이 열이 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사업한 지 4년 조금 넘었는데, 70만 명 이상이 앱을 다운받았고 1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저희 앱을 이용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1년 반쯤 지나 보니 데이터가 정말 많이 모였다. 유저들이 열심히 입력해준 덕분이다. 대한민국에서 100만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저희밖에 없다. 이 부분은 자부심이 있다. 보통 헬스케어 데이터라고 하면 병원 데이터만 떠올린다. 꼭 그렇지 않다. 저희가 가진 데이터로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먼저 저희 데이터로 독감 유행을 감시할 수 있다. 이는 질병감시본부에서 하는 일인데 유저입력 데이터로 저희는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질병감시본부보다 열흘 빠르다. 이런 내용을 담아 논문도 냈다.



이보다 더 앞선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내 주위에 독감 환자가 어디에 많은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독감지수’를 만들 수 있다. 미세먼지 지수처럼 반경 1㎞ 이내에 독감이 얼마나 유행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돈을 어떻게 벌 거냐’라고 물어보면 할 말은 없다. 다만 이게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하실 거다.

또 예방 접종 데이터도 10만 건 가까이 가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20년 동안 예방 접종 이상 반응이 7000건 보고가 됐다. 그런데 ‘열나요’에는 지난 한 해 동안 2만 명이 등록됐다. 환자 입력 데이터가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투자 하나도 못 받은 스타트업이 예방 접종 열 관련 연구까지 하고 있다. 열이 몇 시간 지속되고, 피크가 몇 도까지 올라가고 이런 게 다 나온다. 열 시작, 종료, 기간, 최고 온도 이런 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가능해졌다. 열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보면 해열제를 먹인 그룹과 안 먹인 그룹의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난다. 예방 접종을 받고 해열제를 먹이면 열이 10시간 정도 더 난다는 거다. 여태까지 통념이 사실이 아닌 거다. 빨리 끝날 것을 해열제를 먹여서 아이를 더 고생시키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이 빅데이터가 없었다면 이 사실은 영원히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외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독감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또 열을 열 번 입력하면 독감 검사를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시스템도 있다. 몇 년 동안 이런 것들을 준비해왔다. 돈을 벌진 못했지만 세상에 필요한 일들을 해왔다.

저는 의료 분야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 후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굉장히 발전할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만들 때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가 그렇다. 사람들의 삶이 변하지 않는다면 혁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벤처 정신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삶을 끌어올리고 혜택을 주는 데서 시작하는 것 같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묵묵히 이 일을 하고 있다.


정리=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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