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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다운로드의 유혹, 검색 결과만으로도 막을 수 있다

286호 (2019년 1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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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다운로드의 유혹, 검색 결과만으로도 막을 수 있다


“Do Search Engines Influence Media Piracy? Evidence from a Randomized Study” by Liron Sivan, Michael D. Smith, and Rahul Telang in MIS Quarterly (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로 이용하는 많은 사람에게 검색 엔진이란 관심으로 시작해 클릭으로 마무리하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이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에 대한 검색 엔진의 결과 사이트들은 단순히 비슷한 웹페이지 링크들을 모은 친절한 리스트가 아니라 내가 소비할 콘텐츠를 검색 엔진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선별한, 구멍 크기가 다양한 그물 속 물고기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검색 엔진의 검색 결과는 사용자의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침해 행위에도 영향을 미칠까? 만약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검색 엔진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면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은 불법 콘텐츠를 소비하려던 사람들이 검색 엔진 결과에 따라 그 시도를 포기하게 되거나, 반대로 합법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려던 사람이 검색 엔진의 유혹에 의해 불법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기도 할까? 그렇다면 어떻게,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칠까?

검색 기술은 발달하고 디지털 콘텐츠는 풍부해지면서, 때로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너무 쉽게 저작권을 침해해 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사람들, 특히 직접적 피해를 입는 콘텐츠 생산자들은 저작권 침해 행위에 있어 검색 엔진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그렇기 때문에 검색 엔진을 운영하는 기업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이클 스미스 등 미국 카네기멜런대 소속 연구진은 이러한 주장에 대한 답을 하고자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있어 검색 엔진의 역할 및 책임은 과연 어디까지가?’라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 콘텐츠를 자유로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구하도록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세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첫째 그룹은 아무런 조작이 없는 검색 결과를, 두 번째 그룹은 불법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는 링크가 포함된 검색 결과를, 세 번째 그룹은 합법적인 유료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는 링크가 포함된 검색 결과를 보여주도록 했다. 실험 후 각 그룹의 콘텐츠 획득 경로를 확인한 결과, 불법적 다운로드를 받은 사람의 총비율은 각각 20%, 43%, 6%였다. 즉, 불법 다운로드 링크가 검색 결과에 포함될 경우, 그 링크를 선택할 확률이 20%에서 43%로 갑자기 증가한 셈이다.

또한 검색 전 가졌던 의도와 검색 후 행위가 검색 결과에 따라서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이후 실험에서 밝혀냈다. 검색 전에는 불법 다운로드를 할 의도가 있었을지라도 막상 검색 결과에서 합법 사이트 링크가 강조될 경우, 불법 다운로드 비율이 12%인 반면 검색 시작 전에는 불법 다운로드 의도가 없었더라도 막상 검색 결과에서 불법 사이트가 링크로 제공되면 그것을 이용할 확률이 27%로 갑자기 증가했다. 즉, 검색 전에는 저작권 침해 의도가 없었더라도 검색 결과에서 불법 사이트 링크를 보게 되면 이후 침해 행위를 더 쉽게 했으며, 반대로 처음에는 침해 의도가 있었더라도 검색 결과에서 합법 사이트가 강조될 경우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합법적인 다운로드를 받는 행위가 크게 증가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의 결과는 기존에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믿음 - 불법 다운로드받으려는 사람들은 검색 결과와 상관없이 능동적으로 불법 사이트를 찾아 의도한 바대로 저작권을 침해한다 - 을 뒤집는다. 본 연구에 따르면 저작권을 침해하려던 사람도 검색 결과에 영향을 받아 그 행위를 멈추기도 하고, 침해하려던 의도가 없었던 사람도 검색 결과에 따라 때때로 저작권을 침해하게 된다. 검색 엔진의 역할을 이해함에 있어 검색 결과가 콘텐츠 소비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다음과 같이 검색 엔진의 좀 더 근본적인 역할과 책임에 대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논의해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첫째, 인터넷상에서의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침해 행위는 고정된 행위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고 진화하는 행위다. 불법 다운로드를 마치 일종의 필요악처럼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태도는 저작권 침해 행위의 즉시성을 간과한 것이다. 사용자들은 검색 결과 리스트의 아주 작은 변화로도 불법에서 합법으로 그들의 생각을 바꾸고 행위를 바꿀 수 있다. 저작권 침해 행위는 쉽지만 그 결과 및 책임은 무겁다는 것을 생각하면 ‘견물생심’ 원리를 감안해 불법 저작권 침해 사례를 감소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저작권 침해 관련 기업 대 정부 간 역할의 책임과 배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검색 엔진의 운영 주체는 기업이다. 현재 구글 등 거대 글로벌 기업이 검색 엔진의 결과 페이지 디자인에 대한 운영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정책적 판단 책임의 주체는 정부다. 어떠한 경우를 침해로 볼 것이며 어느 정도의 제재를 가할지도 정부가 결정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기업과 정부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방관할 것이 아니라 저작권 침해에 있어 검색 엔진의 역할과 영향력을 이해해 서로 긴밀하게 의논하고 협의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이정 한국외대 GBT학부 교수 jung.lee@hufs.ac.kr
이정 교수는 KAIST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대 GBT 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을 이용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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