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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SK텔레콤의 사내 기업가 육성 플랫폼 Start@ 사례

“시킨 일만 하기엔 인생 너무 짧아”
누구나 아이디어 내고 ‘혁신 소통’

배미정 | 274호 (2019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SK텔레콤의 사내 기업가 육성 플랫폼 Start@은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상호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열정 있는 구성원들에게 스타트업의 도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 Start@은 사업화 도전의 문턱을 크게 낮춰 구성원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2. 스타트업 방법론을 Start@에 맞게 재구성해 구성원들이 아이디어 발굴부터 검증,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혁신을 주도할 기회를 제공했다.
3. 신입사원뿐 아니라 R&D 부서도 활용할 수 있는 전사적인 아이디어 발굴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장시켰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홍지선(경희대 호텔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SK텔레콤에서 대리점 관리와 관련 정책 수립, 규제 업무를 담당해온 강인혁 매니저는 입사 10년 차에 진지하게 이직을 고민하게 됐다. 입사할 때만 해도 대기업에서 일하는 게 자랑스럽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비슷한 업무를 반복하는 게 좀 지루했다. 뭔가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싶은데 그동안 쌓은 경력 때문에 이전 업무와 완전히 무관한 부서로 이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것도 무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민하던 강 매니저가 발견한 돌파구가 바로 SKT의 사내 기업가 육성 플랫폼 ‘Start@’이다.

평소 성격상 뭐든 기다리는 걸 못 참는다는 강 매니저는 T-map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맛집, 명소 등 어디서든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솔루션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Start@에 제안한다. 기존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Start@에 올린 아이디어 제안서가 불과 이틀 만에 130건이 넘는 SKT 구성원들의 추천을 받았다. “아이디어가 좋다”는 칭찬 댓글뿐 아니라 “데이터의 왜곡 가능성, 마케팅 타깃 등을 고민하길 바란다”는 익명의 정성 어린 조언 댓글까지 관심이 쏟아졌다. 강 매니저는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 매니저의 제안서는 구성원 추천을 100건 이상 받음에 따라 전문가 검증(Expert Review)을 받게 됐다. 전략, 기술, 법무, 고객, 관련 사업부서 등 6명의 실무자가 제안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고객가치, 시장매력도, 위험 요소 등을 기준으로 평가와 상세한 코멘트를 남겼다. 그리고 전문가 리뷰를 통과해 프로토타이핑을 통한 본격적인 아이디어 구체화 작업이 이어졌다. 강 매니저는 Start@ 킥오프(kick-off) 워크숍에서 린캔버스, 가설 검증법 같은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처음으로 익혔다. 사업화하는 데 함께할 구성원도 사내에서 3명을 새로 충원했다. 현재 강 매니저가 꾸린 일명 ‘마당발’ 팀은 고객을 상대로 실험하고, 직접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가설을 검증하고 프로토타입을 보완하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모든 활동이 근무하면서(On duty) 이뤄졌다는 점이다. 강 매니저는 평일 점심과 저녁 시간, 주말에 구성원들을 만나 회의하고, 고객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본인의 여가까지 반납하면서 창업 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누구도 시킨 일이 아니다. 이런 열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강인혁 매니저는 “내가 직접 만든 서비스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점점 나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해보게 되는 것 같다. 가설을 검증하고 처음에 가졌던 생각이 자꾸 깨지면서 진짜 고객 니즈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매번 새롭게 배우게 된다. 한번 끝까지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SK텔레콤에서 강인혁 매니저 같은 케이스가 아주 특이한 사례는 아닌 것 같다. 2017년 12월 출범한 사내 기업가(Corporate Entrepreneur) 육성 플랫폼 Start@에는 2019년 5월 현재 650여 개의 아이디어가 올라왔으며 이 중 48건이 추천 100건 이상을 받아 전문가 검증을 받았다. 지금도 일주일에 평균 3건의 아이디어가 올라오고 있다. 이 중 30건이 아이디어 구체화, 즉 프로토타입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약 100여 명이 실전 창업 과정에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 중 2건은 현재 사업화 심의를 거쳐 실제 현업 사업부서의 예산으로 추진되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사내 벤처 아이디어가 현업 부서에서 투자를 받게 된 것은 이례적인 성과다.

사업화 여부와 상관없이 Start@은 구성원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응원하는 나머지 구성원들과 상호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정착했다. SKT는 Start@을 제안자뿐 아니라 추천과 댓글을 다는 구성원들의 혁신 역량을 키우는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DBR이 Start@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는 역량·문화 그룹의 역량혁신Cell 양해준 매니저와 실제 프로그램 참여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Start@의 벤처링 사례를 소개한다.


아이디어 제안, 추천하는 오픈 플랫폼

“시킨 일만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Start@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떠 있는 문구다. Start@은 대기업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형식과 절차를 강조하는 대기업 조직문화의 장점은 분명하지만 짜인 체계 속에서 구성원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당장 바로 처리해야 할 일 때문에 뒤로 밀리거나 혹은 구체적인 데이터로 실현 가능성을 완벽하게 입증하지 못하면 제안서조차 제출하기 어렵다. 이런 문화 속에서 구성원들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행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하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는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실험하고 고객 반응을 테스트해서 검증하는 노하우와 역량이 중요하다. 대기업도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려면 빠르게, 자주, 그러나 영리하게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스타트업의 방법론을 배울 필요가 있다.



Start@은 직원들에게 아이디어 제안부터 비즈니스 모델 구체화를 통한 최종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박정호 사장의 주문을 실현할 ‘공유와 협업의 장’이기도 하다. Start@을 론칭하고 총괄 운영하는 양해준 매니저는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즐거운 몰입과 치열한 실행을 통해 현실로 구현하는 이노베이터들이 사내에 의외로 많다”며 “이들에게 열정을 태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12월 Start@ 플랫폼이 출범하자마자 사내에 숨어 있던 이노베이터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올리기 시작했다. Start@은 누구든지 언제나 참여할 수 있는 상시 오픈 시스템이다. 놀라운 점은 아이디어 제안자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도 자발적으로 게시물을 추천하고 댓글을 달면서 동료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격려하기 시작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제안서를 꼼꼼히 읽고, 전문적 지식을 담은 장문의 댓글도 올렸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당사자는 이런 정성 어린 조언과 응원에 힘입어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켜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 Start@에 아이디어를 제안한 구성원은 총 375명으로 전 직원의 약 8%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올린 아이디어를 추천한 인원은 2926명으로 직원의 절반가량이 동료 리뷰에 참여했다. 댓글을 단 사람도 1012명(20%)에 달했다.



다음 프로세스는 전문가 검증이다. 양해준 매니저는 “추천을 100건 이상 받은 아이디어는 일종의 동료 리뷰를 통과했다고 보고 전문가 검증 대상으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검증은 날것의 아이디어가 사내 시니어 전문가들과 만나는 첫 번째 자리다. 법무, 전략, 고객 혁신, 기술 등 6명의 사내 전문가 앞에서 아이디어 제안자가 약 15분간 피칭하고 평가 자문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가치(문제와 해결책 매력도), 시장매력도(독창성, 시장성, 경쟁자 모방 가능성), 위험 감수(법적 리스크 수용성) 등의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사내 전문가들이 코멘트한 내용은 발표자뿐 아니라 전체 구성원에게 공개된다. 아이디어를 응원했던 직원들은 Start@ 플랫폼을 통해 아이디어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양해준 매니저는 “발표 자료에 대해 전문가들이 코멘트한 내용도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검증은 추천 아이디어가 선정될 때마다 주기적으로 열리는데 최근에는 아이디어 제안이 늘어나면서 거의 매달 열린다고 한다. 추천 100건의 허들이 너무 낮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양해준 매니저는 “최대한 많은 구성원에게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피칭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선정 기준을 높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검증 단계에서도 법적 리스크가 확실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과시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기회를 부여한다고 한다. 결과보다는 과정과 경험을 중시하는 게 Start@의 기본 철학이기 때문이다.

한 번 등록된 아이디어는 이후 추천 100건 달성, 전문가 검증 내용 등 그 이후의 모든 진행 상황을 게시물로 확인할 수 있다. 구성원들은 아이디어를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진행 상황을 팔로업하면서 아이디어 제안자와 한배를 탄 것 같은 일종의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다. 아이디어 제안자들도 자발적으로 아이디어 진행 상황을 수시로 올리면서 응원해준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Start@을 통해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다 같이 사내 기업가를 육성하는 모습이다.



아이디어 개선 및 프로토타이핑 실전

창업 경험이 전무한 대기업 직원들에게 갑자기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라고 하면 난감하기 마련이다. Start@은 전문가 검증을 통과한 팀을 대상으로 1박2일간의 킥오프 인텐시브 워크숍(Kick-off Intensive W/S)을 열고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하는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전수한다.

킥오프 워크숍에 참석한 이들이 가장 먼저 손에 쥐게 되는 도구는 바로 Start@ Box 키트다. 어도비의 킥박스(Kick-box)를 도입한 것으로 카드형 혁신 교재인 Start@ Box뿐 아니라 펜과 노트, 간식, 스타벅스 카드 등 다양한 아이템이 들어 있다. 특히 Start@ Box 키트에서 주목할 아이템 중 하나가 ‘무기명 법인카드’다. 각 팀은 법인카드로 100만 원의 활동비를 쓸 수 있는데 따로 증빙자료를 제출할 필요 없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다. 양해준 매니저는 “무기명 법인카드가 일반 구성원에게 제공되는 것은 처음인데 비록 액수가 크진 않지만 Start@ Box에 참여하는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데 쓰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Start@ Box는 어도비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킥박스의 내용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일종의 카드형 교재다. Start@의 혁신 활동이 SKT가 추구하는 행동강령(남다른 생각, 즐거운 몰입, 치열한 실행)과 연결돼 있다는 내용도 살짝 추가됐다. Start@ Box는 혁신의 중심으로 향하는 여정을 6단계로 구분해 도입-개념화-개선-조사-반복-설득의 단계별로 목표와 수행 과제를 차례대로 완수하도록 이끈다. 예컨대, 레벨 3인 개선 단계에서는 구체화한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로 직접 그리고 Start@ Box 평가표를 기준으로 동료들로부터 평가와 피드백을 받는다. 또 레벨 4인 조사 단계에서는 실험용 웹사이트를 만들어 직접 가설을 검증해보면서 내 아이디어와 고객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를 체크한다. 참가자들은 Start@ Box의 여정을 완수함으로써 본인의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해보고 피드백을 통해 아이디어를 개선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비즈니스 모델이 어느 정도 구체화됐다면 다음 단계로 고객 반응을 실제로 검증해야 한다. 이때는 비록 모델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빠른 실험을 통해 테스트해 피드백을 받고 결점을 개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효율적인 프로토타이핑을 위해 Start@은 구글 디자인 스프린트의 방법론을 재구성한 1박2일의 프로토타이핑 워크숍을 진행한다. 구글 디자인 스프린트는 구글의 수석 디자이너 제이크 냅(Jake Knapp)이 구글의 일하는 방식을 정리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으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고객에게 실험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5일 안에 마칠 수 있도록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요일별 지침을 제시한다. 양해준 매니저는 “원래 4박5일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업 부서에서 이 정도 기간을 빼기는 어렵기 때문에 1박2일로 압축해서 진행한다”며 “직원들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프로토타이핑해서 고객 인터뷰하고 피드백받는 과정까지 이틀 만에 다 해낸다”고 전했다.

사업화 추진과 이익 공유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된 아이디어들이 모두 사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프로토타이핑의 반복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사업 제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제안자가 중도 포기한다. 양해준 매니저는 “이때가 제일 힘든 고비인 것 같다.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사업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착오의 고비를 넘고 있다는 강인혁 매니저도 “힘들다. 하지만 불안감을 떨치고 스스로 확신을 갖기 위해 더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다른 스타트업들은 이런 고비를 어떻게 넘겼는지에 관한 뉴스를 찾아보면서 심기일전한다”고 전했다.

제안자는 사업계획서가 어느 정도 구체화되면 모의 피칭 워크숍을 거쳐 사업화 심의를 요청하게 된다. 참가자들은 모의 피칭 워크숍을 통해 외부 VC를 대상으로 가설 검증의 신뢰도, 비즈니스 모델의 완성도, 피칭 스킬 등을 사전 점검할 수 있다. 사업화 심의는 사업계획과 관련된 임원들과 외부 VC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사업 추진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한다. 실제 현업 부서로 이관되면 연간 경영 계획에 없었던 예산이 추가되는 셈이기에 임원으로서는 기존에 정해진 예산을 재조정할 만큼 사업의 비전이 유망한지를 진지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사업화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이 이 자리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2019년 5월 현재 사업화 심의가 진행된 아이디어는 총 4건으로 그중 두 건이 심의를 통과해 현업 부서에서 실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Start@은 사업화가 추진될 경우 아이디어 제안자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를 보장한다. 이익이 발생하면 제안자와 수익을 배분하는데 이익 발생 시점부터 20년간 최대 20%까지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배분하는 것이다. 직원이 중도에 퇴사를 해도 수익금은 지속적으로 분배된다. 최초 아이디어를 제안해 사업화하는 데까지 성공한 공로를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인센티브는 스핀오프의 대안 격으로 직원들에게 회사 내에서 자기 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마련했다.

하지만 수익 공유를 기대하면서 이 프로그램에서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다. 공유할 만한 수익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프로토타이핑 과정에서 시장은 본인 생각과 다름을 깨닫고 계속 절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화 과제로 선정된 ‘ICT 헌혈 증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김광섭 매니저는 “지난 1년간 많은 참가자를 만나봤는데 돈을 벌겠다고 시작한 분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이 솔루션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꼭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는 분들이 끝까지 끌고 가더라. 스타트업 CEO들 중에서도 돈을 추구하기보다는 미션이 확실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혁신의 전사적 확장

1. 밀레니얼 신입사원에게 도전 기회를
Start@은 신입 직원 대상의 연수 프로그램으로 활용되면서 젊고 열정적인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강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신입사원들은 1주일간 팀별로 사업 아이디어를 만들어 결과물을 Start@ 플랫폼에 올리고 전체 구성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현재 사업화가 추진 중인 팀 레드커넥트의 ‘400㏄의 자부심, ICT 헌혈 증진 프로젝트’는 2018년 신입 연수 때 신입사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1년 만에 사업화로까지 이어진 특별한 케이스다. 김광섭, 정주상, 안혜연 매니저는 입사 연수에서 위의 아이디어로 1등을 거머쥐고 Start@을 거쳐 6개월 만에 사업화 심의까지 통과해 현재 SV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다시 말해, 대기업에 입사해서 사내 소셜벤처로서 지금까지 본인이 낸 아이디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세 매니저는 사업화를 포기하고 원래 배치 예정된 부서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이들이 계속 사업 추진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래 마케팅 직군으로 MNO사업부에 갈 예정이었던 김광섭 매니저는 “빨리 승진해서 ‘최연소 대리’ ‘최연소 과장’이 되는 게 목표였다면 이런 선택을 안 했을 것이다. ‘내가 20대 때 만든 서비스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게 훨씬 멋있다고 생각했기에 주저 없이 Start@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R&D 부서로 갈 예정이었던 개발자 정주상 매니저는 “현업 부서 1∼2년 차에 Start@에서처럼 내 아이디어로 기획, 개발, 운영까지 다 해보는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생각했을 때 절대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동안 별의별 일을 다 경험하면서 짧은 기간에 굉장히 빨리 성장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안혜연 매니저도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수혈이 필요한 사람들, 서비스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꼭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2. 타 부서에서도 아이디어 발굴 창구로 활용
Start@이 아이디어 플랫폼으로 사내에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사업 부서에서도 Start@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Start@은 2019년 4월25일 R&D 부서인 ICT기술센터와 컬래버레이션으로 BM을 구축하는 아이디어 해커톤, 일명 ‘Ideathon’을 진행했다. SKT의 74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ICT기술센터가 임팩트 있는 BM을 발굴하기 위해 Start@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팀별로 BM을 기획해 Start@에 등록하는 일종의 사내 공모전이었다. 행사에는 30명의 제한된 인원이 모여 3명씩 팀을 구성해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총 11개의 사업 아이디어가 하루 만에 완성됐다. 이 아이디어들은 현재 Start@ 구성원들의 리뷰를 받고 있다. 이 중 추천을 100건 이상 받는 아이디어가 Start@ 절차에 따라 아이디어 구체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양해준 매니저는 “하루 만에 만들어진 아이디어치고는 굉장히 수준이 높다”며 “현업 부서에서도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 이 같은 협업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향후 과제

SKT의 Start@은 이제 막 출범 2년 차인 사내 벤처 프로그램으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아이디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누구나 언제든 참여할 수 있고, 동료 추천을 100건 이상만 받으면 실제 사업화에 도전할 수 있도록 문턱의 기회를 크게 낮춘 게 특징이다. 프로그램도 구성원들의 수요에 맞춰 상당히 유연하게 운영되는 방식인데 전문가 검증이나 워크숍도 도전하는 팀이 나오는 대로 부정기적으로 열린다. 올해 들어 9개 팀이 전문가 검증을 통과해서 거의 매달 킥오프 워크숍이 열린다고 한다. 워크숍 이후의 일정은 팀별로 자율에 맡겨진다. 직원들이 재량껏 Start@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된다.

자율적인 운영은 Start@의 강점이지만 다른 한편 직원들의 순수한 열정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왜냐면 Start@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현업과 병행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면 끝까지 버티기 힘든 구조다. 다른 한편,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의욕적인 구성원들이 참여하면서 스스로 성장과 발전을 이뤄낸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현업 부서 업무를 하면서 사내 벤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구성원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은 일이다. 현업 부서에서도 부원이 가욋일을 하는 게 그리 달갑지만 않을 것이다. 현업 부서와 사내 벤처의 업무 균형은 Start@이 앞으로 운영의 묘를 발휘해 나가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또 사업화에 성공한 프로젝트들이 늘어나면 프로젝트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tart@은 스핀오프제도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재 사업화에 성공한 프로젝트 2건은 모두 현업 부서에 배치돼 추진되고 있다. 사업화에 성공한 팀의 구성원들은 현업 부서에 배치돼 부서 일과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는데 이 단계에서 역시 업무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는 않다. 팀들이 현업 부서의 체계 속에서도 프로젝트 운영과 관련된 자율성을 유지해 나가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현업 부서에서 기존 시스템을 따라가면서 스타트업에 필요한 영리한 실패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진다면 프로젝트는 계속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SKT는 현재 사내 유망 정보통신기술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스타게이트와 연계를 고민하고 있다.

Start@ 문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사로 확산시키는 것도 장기적인 과제 중 하나다. 강인혁 매니저는 “평소 일할 때 문제를 봉합하는 데 급급했다면 Start@을 시작한 이후에는 문제의 본질이 뭘까, 왜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Start@을 체험한 구성원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난다면 스타트업의 정신이나 방법론을 현업에 효과적으로 적용해 시너지를 내는 노하우도 생길 것이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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