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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자본과 방탄소년단

박영규 | 253호 (2018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이제는 매력자본(erotic capital)의 시대다. 타고난 생김새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아 타인을 홀릴 수 있는 매력을 갖추는 것, 이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 또는 개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편집자주
몇 세대를 거치며 꾸준히 읽혀 온 고전에는 강렬한 통찰과 풍성한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지만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삶에 적용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인문학자 박영규 교수가 고전에서 길어 올린 옹골진 가르침을 소개합니다.


생산의 3대 요소는 토지(원료)와 노동, 자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세 가지 요소 중 자본이 가장 중요하다. 자본이 없으면 원료가 방치되고 노동은 휴지(休止) 상태가 된다. 노동이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규정했던 칼 마르크스조차도 자신의 저서를 『노동론』이 아니라 『자본론』이라고 했다. 자본주의를 지양(止揚)하기 위한 이론을 만들고자 했지만 생산요소 가운데 자본이 제1 선행요소임을 부정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자본 하면 곧 돈이 떠오르지만 돈 이외에도 자본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개인의 지식이나 기술, 경험, 인적 네트워크 등도 활용하기에 따라 훌륭한 자본이 될 수 있다. 프랑스 출신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자본을 경제자본(money), 인적자본(human capital),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세 가지로 분류한다. 인적자본이란 무엇(what)을 아는 지식을 의미하고, 사회적 자본은 누구(who)를 아는 인맥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떠오르는 자본이 매력자본(erotic capital)이다. 매력은 매(魅)자가 말해주듯이 도깨비처럼 상대를 홀리는 힘, 끌어당기는 힘이다. 그 힘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독립적이고, 파괴적이며, 예측 불가하다. 그야말로 도깨비다. 매력은 돈, 지식, 스펙, 인적 네트워크와 같은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자본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자본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이렇게 말한다.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지능이나 학벌, 운이 아니라 바로 매력이다.”

자본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면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들을 세계적인 스타로 키운 것은 돈도, 스펙도, 인적 네트워크도 아니었다. 방탄소년단은 그들 자신만의 매력으로 빌보드차트 1위를 정복했다. 그들만의 스타일, 그들만의 스토리, 그들만의 퍼포먼스가 없었더라면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 못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주류 사회에서 볼 때 철저한 아웃사이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이단아와 비주류들이 있다. 펑크족, 고스족, 음악광팬, 스포츠광팬 등 자신만의 매력으로 승부하려는 또 다른 BTS들, 또 다른 비주류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혁을 선도하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의류업체인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의 가장 잘나가는 프랑스인 모델은 라틴계 출신의 백인이 아니라 혼혈인 출신의 노미 르누아르다.

매력자본의 또 다른 특징은 반전(反轉)의 묘미에 있다.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상황을 뒤집어 기존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힘이 매력자본의 진정한 매력 포인트다. 영화배우 마동석은 울퉁불퉁한 얼굴과 근육질의 몸매를 가졌지만 귀여운 남성을 대표하며 마블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특유의 매력으로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180도 반전시켰기 때문이다. 위니 할로(Winnie Halow)는 어린 시절 색소 결핍으로 인한 피부 질환인 백반증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얼룩말이나 젖소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자신의 단점을 강점으로 반전시켜 세계적인 패션 스타가 됐다.

『장자』는 반전의 미학이 있는 매력덩어리 고전이다. 『장자』에 등장하는 모든 우화에서 이런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장자』의 들머리 글인 ‘소요유’ 편에는 쓰르라미라는 새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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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르라미는 새 중에서도 아주 보잘것없고, 하찮은 새다. 그런데 이 쓰르라미가 날갯짓 한 번에 구만리를 나는 대붕(大鵬)을 가벼운 웃음으로 디스한다. “아니 쟤 왜 저러냐? 우리처럼 살짝 날갯짓해서 느릅나무나 박달나무 가지에 안착하면 될 텐데 뭐 하러 구만리나 날아가냐? 가볍게 날아 가까운 교외에 가서 도시락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 될 텐데?” - 『장자』 ‘소요유’ 편.

대붕은 덩치는 크지만 실속과 매력이 없는 새다. 쓰르라미는 덩치는 비록 작지만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매력 있는 새다. 스케일이 크다고 무조건 매력 있는 것은 아니다. 큰 덩치는 오히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도한 흐름을 따라가는 데 짐만 될 수 있다. 쓰르라미처럼 몸집이 작아도 나만의 매력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홀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기업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또 다른 우화를 보자. 양주(楊朱)가 송(宋)나라 동쪽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어느 여관에서 하룻밤 묵었다. 여관 주인에게는 두 명의 첩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미인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추녀였다. 그런데 여관집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하나같이 추녀는 귀하게 떠받들었지만 미녀에게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고 푸대접을 했다. 하도 기이해서 양주가 그 까닭을 묻자 한 남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미인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거드름을 피우지만 저는 그 여자가 아름다운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박대하는 것입니다. 추녀는 스스로 못생겼다고 생각하면서 겸손하게 행동합니다. 저는 그 추녀가 오히려 아름답다고 생각해 귀하게 떠받들고 있습니다.” 양자는 따라온 제자들에게 말했다. “제자들아, 잘 기억해 두어라! 현명하게 행동하면서도 스스로 현명하다고 과시하는 태도를 버리면 어디 간들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않겠는가!” - 『장자』 ‘산목’ 편.

얼굴이 잘생겼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다. 하지만 그것만을 믿고 자기계발을 게을리하면 매력을 상실할 수 있다. 거꾸로 얼굴이 못생겼더라도 그것을 만회하고 부단히 자신을 가꾸면 매력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마동석이 마블리가 되고, 위니 할로가 세계적인 패션 스타가 된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매력 때문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갈고 닦은 매력 때문이다. 우화에 등장하는 여관 주인의 잘생긴 첩은 자신의 예쁜 얼굴만 믿고 거드름을 피우다가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하지만 못생긴 첩은 경쟁력이 없는 자신의 미모를 만회하기 위해 부지런히 헬스를 해서 몸매를 가꾸고 사교술과 예의범절도 갈고닦아 사람들을 홀릴 수 있는 매력을 갖추게 됐다. 헬레나 루빈스타인의 말처럼 못생긴 여자는 없다. 다만 게으른 여자가 있을 뿐이다. 『매력자본』의 저자 캐서린 하킴도 이렇게 말한다. “아름답게 태어난 사람이 확실히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각오가 돼 있다면 결국 모든 사람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이 자주 쓰는 벨르 레이드(Belle laide)라는 말은 ‘못생겼지만 훌륭한 자기 표현력과 세련된 스타일로 매력을 풍기는 사람’을 뜻한다. 배우 유해진을 떠올리면 쉽게 와 닿는다. 매력자본은 다면적이다. 얼굴이 예쁘지 않으면 춤과 사교술, 연기로 그것을 커버할 수 있고 공부를 못하면 음악이나 스포츠 실력을 갈고닦아 매력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매력이 지배하는 시대, 이른바 cutocracy의 시대다. 하와이대 미래전략센터 짐 데이터(Jim Dator) 소장은 “미래 사회에는 국민총생산(GNP)이 아니라 국민총매력지수(GNC, Gross National Cool)를 국가의 부를 측정하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대중의 마음을 지배하는 사람은 배지를 단 정치인이나 돈다발을 흔드는 재벌이 아니라 방탄소년단과 같이 나만의 끼와 매력으로 상대를 홀리는 사람들이다. SNS에서 인기를 끄는 스타들의 공통점도 스펙이나 돈, 권력을 자랑하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함으로써 사람들을 홀린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BTX가 추구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매력자본의 힘을 생산 과정에 제대로 녹일 수 있는 기업이라야 매력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 경영 컨설턴트들은 나만의 셀링 포인트(USP, Unique Selling Proposition)만 잘 설정하면 소규모 자본과 기술력으로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홀리는 매력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매력과 장점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대접받는 추녀가 될 수도 있고, 홀대받는 미녀가 될 수도 있다.


필자소개
박영규 인문학자
필자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 총장과 한서대 대우 교수, 중부대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에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청춘을 위한 현상학 강의』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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