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名에서 使命을 읽다
1980년대 후반 CJ제일제당은 이미 즉석밥을 출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었다. 아쉽게도 시장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회사 내부에서도 ‘밥은 지어서 먹어야지 사 먹는 게 말이 되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이후 사 먹는 김치 시장, 사 먹는 반찬 시장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사 먹는 밥이 시장에 나왔다. 1996년 ‘햇반’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상품은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즉석밥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자랑하고 있다.
햇반. 이름이 예쁘다. 만약 브랜드 명칭이 ‘알파미’였으면 어땠을까? 알파는 라틴어의 첫 글자, 미는 쌀미(米)다. 촌스럽다고? 1980년대 말 사내에서 논의됐던 상품명이 알파미였다. 당시 즉석밥 시장이 존재했다면 우리는 햇반이 아닌 알파미라는 상품을 접하게 됐을 것이다. 미(米)는 쌀이다. 반(飯)은 밥이다. 어느 단어가 감성을 입히기 쉬울까? 어느 단어가 문화적인 요소가 강할까? 어느 단어가 개념 확장이 용이할까? 브랜드 네이밍은 이러한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서점을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 한 회사는 후쿠타케서점(福武書店)이다. 또 다른 회사는 베네세(Benesse)다. 베네세란 단어가 좀 어색할 수 있으니 해석을 붙여 보겠다. 베네(Bene)는 좋음(well), 에세(esse)는 존재, 생활(being)을 의미한다. 합하면 좋은 생활, 좋은 존재다. 후쿠타케서점은 책방 사업에 집중할 것 같다. 전문 서적이 잔뜩 진열된 정갈한 서가대가 그려진다. 베네세는 서점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칠 것 같다. 책을 중심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겠다는 미션 스테이트먼트(mission statement)도 잘 연결된다. 사실 두 회사는 같은 회사다. 그런데도 연상되는 이미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회사 이름은 이렇게 중요하다.
일본 혼슈 서부 오카야마현(岡山県)의 교사 출신인 후쿠타케 데츠히코(福武哲彦)는 30대 중반이던 1949년에 문제집 위주의 출판사를 운영하다 5년 만에 도산했다. 그 후 후쿠다케서점이라는 상호로 인쇄물에 주력해서 빚을 갚은 뒤, 1955년 이 회사를 주식회사로 전환시킨다. 1963년 우리나라의 빨간펜 선생님 같은 통신 첨삭지도 사업에 뛰어들어 대성공을 거둔다.
1986년 회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며 업계에서 발군의 위치를 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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