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배우는 발상의 전환: 시시포스의 신화

지금, 위대한 순간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233호 (2017년 9월 Issue 2)



#1. 클로즈업

나는 커다란 바위를 굴려 올려야 한다. 계곡 밑에서 산꼭대기로…

하지만 온 힘을 다해 정상에 올려놓는 순간, 바위는 계곡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나는 다시 계곡 밑으로 내려와 처음부터 바위를 굴려 산꼭대기에 올린다.

그리고 이 일은 영원히 반복된다.

‘영원히 계속해야 하는 노동.’

이는 신이 내린 가장 끔찍한 형벌이다. 이 형벌이 견디기 힘든 이유는 가혹해서가 아니라

아무런 의미가 없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내게 다른 선택은 없다.

이미 죽은 몸이기에 죽음조차 허락되지 않고 영겁의 세월 속에서 이 노동을 반복할 뿐이다.

 

#2. 깊이 읽기

20세기를 대표하는 실존주의 문학가 알베르 카뮈의 철학 에세이이자

부조리한 실존을 주제로 한 소설 <시시포스의 신화(1942)>

카뮈는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간 실존을 깊이 고민했고,

부조리 3부작1  으로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카뮈가 볼 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항적 영웅 시시포스는 모든 인류를 상징한다.

그가 형벌로 부여받은 임무는 부조리한 인간 조건을 상징한다.

하지만 카뮈는 주인공 시시포스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시시포스가 산 정상을 향해 바위를 밀어 올리는 모습 대신 또다시 바위를 밀어 올리기 위해

계곡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에 주목한다. 내려오면서 시시포스는 신들에게 경멸을 보냈다.

이런 경멸이야말로 신들에게 반항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였다.

시시포스는 신들이 자신에게 내린 부조리한 형벌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행동한다.

그렇게 그는 절망을 뛰어넘는다.

그 순간 그는 형벌을 받고 있는 가엾은 피해자에서 능동적인 행위자가 됐다.

“시시포스의 말 없는 기쁨은 모두 여기에 있다.

그의 운명은 그의 것이다. 그의 바위는 그의 것이다.” -알베르 카뮈

카뮈는 인간의 실존을 부조리하다고만 결론내지 않았다.

오히려 “부조리한 실존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에게 삶의 부조리들은 도달점이 아니라 출발점이었다.

카뮈는 자신의 삶이 부조리하고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을

‘위대한 의식의 순간’이라고 부른다. 이 순간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자 그렇게 선택한 삶에 대한 책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래서 그는 “인간은 부조리를 직면하지 않고는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행복과 부조리는 같은 대지에서 태어난 두 아들이다. 이 둘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다.” -알베르 카뮈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처럼 변해버린 현대인의 삶.

무의미한 일상을 반복하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시포스가 묻는다.

당신은 무의미한 반복에 매몰된 하루를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039



#3. 비즈니스 인사이트


모든 경영자는 시시포스다. 매일같이 경영 전선에 나가서 끝없는 전쟁을 반복하고, 남에게 미룰 수 없는 책임을 지느라 청춘을 다 바친다. ‘영원히 계속되는 노동’이라는 끔찍한 형벌(?)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자들의 숙명 또한 시시포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시포스가 신들에게 보낸 경멸처럼 우리도 현실의 절망과 허무를 뛰어넘어 신들에게 반항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없을까? 시시포스처럼 우리 역시 가엾은 피해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행위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삶을 이렇게 소비하는 것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무의미한 것인지를 알아차리는 ‘위대한 의식의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위대한 기업가들은 모두 ‘위대한 의식의 순간’들을 경험했다.

월가의 투자가 존 템플턴(1912∼2008)은 돈보다 도덕성이 더 중요하다는 신념을 세우고 투자원칙을 정했다. “사람들을 돕고, 영적이며 정신적인 진보에 도움이 되자”며 그는 주류, 담배, 도박회사에 절대 투자하지 않았고 오직 자신의 투자원칙에 맞는 곳에만 투자했다. 그 결과 그는 성장주 발굴의 명인이자 글로벌 펀드의 개척자가 됐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나아가 그는 자신이 번 돈으로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제정했다. 테레사 수녀, 빌리 그레이엄 목사,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이제 사람들은 그를 ‘영(靈)적인 투자가’라고 부른다.

부친이 경영하던 시골 양복점 오고오리(小郡)를 물려받은 야나기 다다시는 1984년 결심을 한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패션 감각이 반영된, 고품질 베이직 캐주얼을 최저가로 공급하자.” ‘유니크한 의류’라는 뜻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를 론칭한 그는 결심을 실천에 옮겨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됐다.

우리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부조리한 실존을 뛰어넘기 위해서

우리가 선택한 삶에 대한 책임을 깨닫는 ‘위대한 의식의 순간’이 필요하다.

알베르 까뮈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도 ‘위대한 의식의 순간’을 맞고 있는가? 또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가?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알베르 카뮈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ceo@monaissance.com

필자는 삼성경제연구소 시절 대한민국 최대 CEO 커뮤니티 ‘SERI CEO’를 만들었다. ㈜세라젬 사장일 때는 몸을 스캐닝한 후 맞춤 마사지하는 헬스기기 ‘V3’를 개발했다. IGM세계경영연구원장 시절에는 경영자를 위한 ‘창조력 Switch-On’ 과정을 만들었다. 2014년 2월 복잡한 인문학 지식을 ‘5분 영상’으로 재창조하는 콘텐츠 기업 ㈜모네상스를 창업했으며 한양대 경영학부 특임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0호 Ontact Entertainment 2020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