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전략
Article at a Glance
에어컨 시장에서 시원한 바람은 핵심 경쟁 가치였다. 하지만 작년 출시된 ‘무풍’에어컨은 에어컨의 생명인 바람을 과감하게 제거했다. 소비자들이 낮은 온도를 원하면서도 바람은 불편해하는 현상에 착안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바람이 나오지 않는데도 시원한 에어컨에 열광했다. 블루오션의 차별화 전략이 통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레드오션의 피비린내 나는 경쟁에 익숙해지다 보면 경쟁 없는 블루오션은 유토피아처럼 보인다. 특히 개인의 개성보다 집단의 규칙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권에서 블루오션 전략은 평가절하 돼왔다. 하지만 무풍에어컨처럼 차별화를 추구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블루오션 전략은 혁신적 인재와 아이디어 중심의 조직을 구성하는 데서 출발해야한다.
경쟁사와 유사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었다가 고전하는 사례는 A사만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A사처럼 ‘핏빛 바다(red ocean)’에서 허우적대는 기업들은 ‘무경쟁 시장(blue ocean)’의 존재를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필자가 기업 현장에서 교육하거나 컨설팅을 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블루오션 전략의 기본 개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지적 차원의 이해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개념 자체에 공감하지 못한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엘리트들이 모인 대기업이나 이미 투자를 많이 받은 창업자들에게서 이런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이미 기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굳이 왜 경쟁 없는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지부터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이들은 저비용과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명제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블루오션은 계속해서 열리고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 아마존의 드론 배달 서비스, 카카오뱅크 같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돼 시장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블루오션 전략을 평가 절하하는 곳도 드물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지금도 블루오션 전략을 유효하고 실용적인 경영 이론으로 공부하고 실천하고 있다. 2005년 블루오션 전략을 제안한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지금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경영전략가로 꼽힌다. 이들은 9월 말 신간 <경쟁을 뛰어넘는 블루오션 시프트(Blue Ocean Shift beyond Competing)>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적으로 착수한 블루오션 프로젝트들의 성패와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담았다고 한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창업자나 기업의 신사업팀 리더, 컨설턴트들이 블루오션 전략을 간과하는 이유를 한국인 특유의 문화심리적인 특성에서 찾고 있다. 한국적 맥락에서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 가치를 고찰해본다.
블루오션에 대한 문화적 오해
블루오션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상태일 때 상대를 설득하기가 어렵다. 참고할 만한 성공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실무자나 창업자들은 상사나 투자자에게 블루오션 아이디어보다 기존 사례를 참고해 이해하기 쉬운, 익숙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려면 서구, 특히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알아야 한다. 미국은 개성을 존중한다. 200년이 넘는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다원화된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독창적 아이디어를 내면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집단주의 사회로 차별화보다는 통일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크다.
미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남과 다른 독창성을 이끌어내는 교육을 한다. 아이디어는 그 자체가 훌륭해서라기보다는 독창적이기 때문에 칭찬받는다. 하지만 한국의 조직은 아이디어의 독창성보다 프로세스의 정확성을 더 따진다. 아이들의 창의적인 생각보다 맞춤법을 평가하는 학교 교육 현장과 비슷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구성원은 차별화를 굉장히 불편하고 어려운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창업자들 중에도 이미 외국에서 성공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국에 이식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차별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이미 성공적인 서비스인데 굳이 왜 차별화를 해야 하냐?”는 반문이 돌아온다.
우리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선호한다. 아이폰, 카카오톡, 싸이, 갤럭시 노트, 스타벅스, 포켓몬고 등등. 우리는 소비자로서 이런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사랑하고 있다. 일례로 부산어묵에서 변신한 삼진어묵은 ‘어묵의 베이커리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존 빵집과 같은 형태의 어묵 유통을 시작해 3년간 3000%의 성장을 이뤄내기도 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정상급 스타, 화려한 볼거리나 해외 로케이션 없이 캐릭터와 스토리만으로 비용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존 드라마 작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예능 PD들의 흥미로운 상황 설정이 차별화 요소였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에서 블루오션 전략의 성공 스토리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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