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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김남국 | 215호 (2016년 12월 Issue 2)
DBR은 한 해를 마감할 때마다 경영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분석해왔습니다. 매년 이어진 기획인데 올해에는 유독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경영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들을 현장의 사례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주목할 만한 경영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지금 시대에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몇 가지 키워드를 요약하겠습니다.

첫째, ‘고객 가치’입니다. 과거 기업들에는 원가를 낮추거나 가격을 높여서 ‘생산자 잉여(producer surplus)’를 확보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들이 지각하는 가치를 극대화하면서도 동시에 최저 가격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살아남습니다. 경제학적 개념으로 ‘소비자 잉여(customer surplus)’를 더 많이 제공하는 기업이 생존합니다. 편의점 도시락이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인의 평균 점심 값(6370원)의 절반 가격(3000∼4000원대)으로 만족할 만한 식사 대안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카페베네의 경우 ‘성장’이라는 생산자 가치 중심의 전략을 고수하다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둘째 키워드는 ‘유연성’입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한중 동시 방영을 추진하면서 완벽한 사전 제작이 이뤄진 보기 드문 사례였습니다. 사전 제작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변화하는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작팀은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결론을 두 가지 다른 버전으로 미리 촬영해놓고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것입니다. 반면 한진해운은 해운업 경기가 급격히 위축됐음에도 용선을 늘리는 등 기존 전략을 고수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셋째 키워드는 ‘진정성’입니다. 진정성은 아주 쉽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속마음과 행동이 같은지를 보면 됩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실제 기업의 속마음과 행동이 달라도 소수의 미디어만 통제하면 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초연결 시대, 초투명성 시대입니다. 기업이 진정성 없는 행동을 했을 때 SNS를 통해 순식간에 전 국민들이 관련 내용을 알 수 있는 환경입니다. 진정성 리스크가 엄청나게 커진 셈입니다. 아예 확고한 진심을 갖는 게 가장 좋은 대응 전략입니다. 세아상역은 낙후한 중남미 국가인 아이티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진심을 갖고 다양한 CSR 활동을 전개해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반면 올 한 해 우리는 진정성 없는 행동으로 위기를 더 키운 기업들도 다수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극단적인 투명성을 요구하는 사회 흐름에 맞게 진정성을 갖고 실제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아무리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더라도 기업들은 정당성이란 자산을 확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요약하면, 생산자 잉여를 늘리려는 전략에서 탈피해 소비자 잉여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계획의 엄밀성을 추구하기보다 시장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은 진심에 기반해야 합니다. 이번 호에 제시된 다양한 사례들이 새해 성장과 도약의 바탕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팀장_fmt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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