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문화와 비즈니스 기회

인저 이란: 여기는 이란이다, 페르시아 상인의 전통 이해가 먼저다

203호 (2016년 6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이란은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만큼이나 비즈니스 문화 역시 우리의 상식과는 차이가 있다. 이란인의 협상 문화는 이들의 독특한 심리 구조를 포함한 언어·문화·종교 관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란의 문화는 영리함과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사실을 숨기는 것에 사회적, 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의사소통에 있어 맥락에 큰 의미를 둔다. 이러한 고()맥락 문화로 인해 이란인은 외국인의 말에서도 (실제 아무런 저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간의 의미를 읽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란의 문화는 이들과의 교섭을 매우 혼란스럽고 어렵게 만든다. 이란에서 많이 듣는 말 가운데인저 이란(여기는 이란입니다 )’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페르시아 상인의 후예인 이란인과의 협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란의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기회의 땅 이란이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한국의 이란 진출 움직임과 관심은 가히이란 러시(Iran Rush)’라 할 만하다. 중국을 위시한 우리의 주요 경제 교류 국가들의 경제 침체로 새로운 활로 모색이 어려운 기업인들에게 이란이 탈출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이런 흐름에 끼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 같아 너도나도 테헤란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한국과 이란은 상호 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산업 발전 단계상 이란이 필요로 하는 많은 것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이란 정상 회담을 계기로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대형 프로젝트들 이외에도 중소형 플랜트나 제조 설비 분야, 원자재 및 부품도 유망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소비재도 전망이 밝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경제 제재가 심화된 2011년 이후 우리의 손이 묶인 사이 중국이 이란 시장에 적극 침투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 경제 제재 해제로 인한 유럽과 일본의 시장 재진입으로 인해 경쟁 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란에 대한 우리의 무지함이다. 중국 시장이 갑자기 열리면서 중국 경제, 사회 시스템과 중국인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경험이 우리에겐 있다. 때문에 이란 진출 시에도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존재한다. 실제 중국 진출이 상당 기간 지난 지금도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기업이 많다.

 

개방 초기의 중국과 같이 우리에겐 이란도 생소한 국가다. 한때는 1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거주했던 이란은 우리의 중동 진출 전진 기지였으나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다. 지금은 한국인 거주자가 400여 명에 불과하고, 외국 어느 대도시를 가도 있는 한국 식당이 이란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현재의 한·이란 교류 상황과 우리의 이란에 대한 이해 수준을 대변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한국 사람은 이란을 아랍어를 쓰는 아랍권 국가로 알고 있고, 사막을 뜻하는열사()’라는 표현을 수식어로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이란인은 오랜 기간 아랍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모국어인 페르시아어를 지키고 있고, 밀을 자급자족하고 쌀을 생산할 정도로 다양한 기후와 영토를 가지고 있다. 아랍이 셈족, 함족인 데 반해 이란인은 아리안족으로 인종도 확연히 다르다.

 

이란인은 기원전 6세기 인도 북·서부에서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터키, 그리스 동부, 이집트를 아우르는 세계 최초의 대()제국을 경영했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7세기 이슬람에 정복된 이후 몽골과 터키에 의해 유린당했다. 이어 사파비 왕조(1502∼1736) 때 잠시 옛 영화를 찾는 듯했으나 근세에는 서방과 러시아 등 외세의 간섭을 받아온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이란 사람의 뇌리에는 과거의 영광에서 비롯된자부심과 오랜 기간 다른 민족에 의한 정치적 지배 및 이슬람 소수 종파로서 겪은부당한 억압’ ‘희생’ ‘()압박등의 피해의식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과의 성공적 비즈니스를 위해선 이러한 복합적 역사와 민족 의식이 이란인의 독특한 의식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시장경제도, 사회주의 경제도 아닌 국가자본주의 성격이 강한 경제 체제지만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고, 자립을 지향하지만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이란의 독특한 경제 구조 역시 올바르게 이해해야 이란과의 협상 및 거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란의 문화, 의식 구조와 비즈니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란인은 부침이 많았던 역사로 인해 형성된 독특한 특질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슬람혁명 이후 형성된 신정과 민주주의가 혼합된 이란 특유의 통치 구조도 특이하다. 이러한 이중 구조는 국가 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이란 특유의 문화와 정치, 사회 구조를 알아야 비즈니스에서 최소한 낭패는 면할 수 있다.

 

이란인의 협상 문화는 이들의 독특한 심리 구조를 포함한 언어·문화·종교 관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란의 문화는 영리함과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사실을 숨기는 것에 대해 사회적, 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들은 연고집단 밖의 사람에 대한 불신과 세상사를 음모론의 관점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외부 세계에 대한 불신과 의심은 상대방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의사소통에 있어 맥락에 큰 의미를 둔다. 이러한 고()맥락 문화로 인해 이란인은 외국인의 말에서도 (심지어 아무런 저의가 없는 경우에도) 행간의 의미를 읽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란의 문화는 이들과의 교섭을 매우 혼란스럽고 어렵게 만든다.

 

이란에서 많이 듣는 말 가운데인저 이란(여기는 이란입니다)’이란 표현이 있다. 외국 사람이 쓸 때는 워낙 다른 이란의 문화와 사람으로 인해 지쳐서 포기에 가까운그렇지 뭐, 여기는 이란인데 어쩔 수 있나쯤 되는 뉘앙스로 말한다. 이것을 이란 사람이 쓰면불평하지마! 여기는 이란이야로 들린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이란에서는 이란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페르시아 상인의 피를 물려받은 이란인은 타고난 협상가이며 장사꾼이다. 이란과의 협상에서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1. 패를 한꺼번에 꺼내지 않는다

이란인은 절대를 한꺼번에 꺼내 놓지 않는다. 모든 정보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의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식 직선적 협상 방식과는 정반대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지루한 만남을 몇 번이고 가져야 한다. 그것도 오랜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만 조금씩 알려준다. 이러한 성향은 협상의 테크닉이기도 하지만 이란인 특유의 숨기기와 불신의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프로젝트의 내용이 협상 중간에 변하기도 한다. 협상 초반에는 언급이 없던 공급자 금융(supplier’s credit)이 조건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더 나아가 투자를 요구하기도 한다. 프로젝트의 일정 비율에 대한 국산화나 기술 이전 요구가 나중에 추가되기도 하며 이란 기자재 사용과 인력 고용 등의 조건이 부가되기도 한다.

 

2.인내심을 요구하는 협상 과정  

협상 초기에 제시된 가격은 실제 가격과 별 관계가 없고 몇 배씩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결정권도 없는 사람들이 시시콜콜한 세부 협상에 착수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진짜 이슈를 꺼내기 전에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협상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목적의바자르(Bazaar, 지붕이 덮인 시장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세계 특유의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재래시장) 협상1 본능을 반영한게임 즐기기일 수도 있다. 협상 도중 갑자기 옆길로 빠져 지금까지 협상 내용과는 관계가 없는 이슈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다. 협상이 종료될 시점에 이미 타결된 것으로 생각했던 이슈로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페르시아 상인의 피가 흐르는 이들은 허세와 역()정보 등의 전술과 책략 구사가, 협상 이후의 관계를 위태롭게 하지 않을 정도로만 사용하는 서양인보다 심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란인의 협상 방식은 장기적 신뢰 구축을 중요시하는 동아시아 협상 방식과 거리가 있다.

 

 

 

 

이란과의 협상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로 정평이 나 있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자기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아파 고유의 인내의 미덕에 대한 믿음도 시간 끌기에 기여한다.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들은 최종 합의 연기를 몇 번이나 요청해 상대를 답답하게 만든다. 이는 상대방이 강할 경우 지연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가정에서 나오는 전략이다. 따라서 지연 전술을 협상의 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이란인들과 상담을 할 때에는 느긋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좋다. 급한 사람이 양보를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국영 기업체나 공적 조직의 산하기업 등에서 최고경영자나 부서장이 바뀔 때는 몇 개월씩 의사결정의 공백 상태가 지속된다. 정권이 바뀌기 전후에는 공백 상태가 더 오래 지속된다.

 

이란인의 느긋한 시간 관념도 더딘 업무 추진에 한몫을 한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이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게 아니며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것 역시 옳은 일이 아니다. 약속은 여유 있게 잡는 게 좋다. 약속 시간이 지났다고 일어서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3. 계약 체결 후에도 흥정은 계속된다

‘바자르는 협상이 끝난 후에도 문을 닫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 이처럼 이란인은 계약이 체결된 뒤에도 흥정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지루한 협상을 거쳐 합의를 한 뒤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계약서 작성 후 신용장 개설 단계에서, 또 물품 검사 단계에서 가격을 깎자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전형적인카펫 거래 방식2 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란인과의 협상에서는 계약 체결 이후에 줄 선물까지 준비하고 있어야 하며 상황이 변하면 기존 계약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대비해야 한다. 애초에 가격 협상의 여지를 계약 이후까지 두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깎아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이란인 입장에서는 적정 가격을 몰라서 하는 요구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정 가격임을 설득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4. 모호함을 선호하는 이란인

이란어(페르시아어)는 우회적 표현이 많아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철저한해독(解讀)’ 과정이 필요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말에 숨겨져 있는 암시와 은유, 함축성을 간파하는 게 핵심이다. 영어의 80%가 명시적 표현이라면 이란어의 80%는 암시적 표현이다. 이러한 언어 습관은 상당 부분 혼란스러웠던 역사의 영향 탓이다. 언제 목숨과 재산을 잃을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기에 속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따라서 비즈니스 상담에서 직설적 거절은 무례하고 교양이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장래의 비즈니스 기회를 박탈 당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요점에 바로 다가가는 직선적 방식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서양인, 특히 미국인을 대하는 직선적 대화 방식은 이란인과의 협상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이란인들은 예의 바르고 따뜻하며 상대를 즐겁게 하는 말을 자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란인들은 그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란인의 진심은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의 중심부와 같다. 이들은 숨기기 또는 위장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대화에서 솔직함은 옳은 것이 아니며 진짜 생각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의혼네(本音, 본심)’ 감추기와 비슷하다.

 

이러한 문화와 언어 습관은 업무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이란에서는 사실 파악을 위한 정보 획득이 매우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모호함의 선호로 인해 이란인은 문서화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는구두 합의로 거래를 하는 바자르 전통숨기는 것에 익숙한 시아파의 타키야(taqiyah, 은둔) 관습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한 근세에 영국, 러시아 등 외세의 간섭과 실질적 지배를 받던 시절에 문서화한 조약으로 피해를 입었던 경험으로 인해 문서화에 대한 피해 의식도 존재한다.

 

5. 문서화가 이행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이란인들은 계약이나 합의란 원래 당시 상황에서 그렇게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 상황이 바뀌면 예전에 합의한 것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여긴다. 이는 모든 것은 가변적이라는 이란인의 세계관에 영향을 받은 결과다. 팔레비 왕조(1925∼1979) 20세기 이란의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서양 문화 도입과 함께 서양식 법 체계를 이란에 이식하려 했다. 그러나 서양식 법 감정과 법률 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 이슬람혁명(1979 2)이 발발했다. 이슬람 법학자들은 국가의 모든 분야를 이슬람 원칙으로 통치하는 신정 국가를 탄생 시켰고 서양식 교육을 받은 법률가들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편이란인에게 계약서는 자기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때에만 의미를 가지며 서명은 계약 조건의 이행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6. 집단 의사결정

국가 사업의 경우 정치 협상과 같이 집단 의사결정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브로커들이 권력 핵심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수주를 자신하지만 국가 사업 수주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 민간 기업으로 보이는 회사도 종교 재단이나 공적 기구의 산하 기업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회사들의 의사결정 방식은 공기업의 의사결정과 비슷한 형태를 취한다. , 공식 회의에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명함도 주지 않는 통제위원들이 참가하기도 한다. 이란인의 집단 의사결정은 이면 채널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고위급 회담에서조차 이란 협상자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공식 통역관이나 통제위원이 배석한 자리에서만 대화를 시작한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으며 회의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경우도 많다. 서면 메시지는 이면 거래 혐의를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개봉한다. 협상 대표는 의사결정 권한이 없고 상대방의 의도에 대한 정보만 수집해서 상부에 보고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의사결정권자 언저리에 있는 그 누구도 자기는 영향력이 없다고 고백하는 경우는 없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여러 채널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어 진짜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채널들은 서로 경쟁하거나 지도부 내의 다른 이해 그룹의 이익을 대표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이란의 국가 운영이 이중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 행정부와 함께 행정부를 지도·감독하거나 병행하는 국가 기구는 혁명 후 국가 지배 구조를 만들면서 기존의 정부 구조를 신뢰할 수 없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집단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의사결정 과정은 단순하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렇게 많은 조직과 사람이 관련돼 있어 의사결정의 프로세스가 복잡하며, 때로는 핵심 인사의 이해가 관건인 경우도 있다. 반면 순수 민간 기업과의 협상은 11 협상 방식을 취한다.

 

7. 약속과 의례적 ‘Yes’

외국인은 흔히 이란 사람들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상대방을 실망시키기 싫어서, 즉 진실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생각할 경우 듣기 좋은 말로 둘러대거나 형식적으로 동의하는 이란인들의 습관을 오해한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란 사람 입장에서는 의례적인 ‘Yes(페르시아어로 Bale)’로 대답했을 뿐인데 외국인이 이를 확실한 ‘Yes’로 인식했을 경우 약속을 어겼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란 사람들의 ‘Bale’에는 수십 가지의 뉘앙스와 말하는 방식이 있다. 그 모두의 어조와 진짜 의미를 구분하는 것은 외국인으로서는 불가능하다.

 

8. 불신과 오랜 친구

불신은 이란 민족의 두드러진 성향 가운데 하나다. 고난의 역사를 국가의 보살핌 없이 스스로 살아내야 했던 경험에서 축적된 특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불신은 내부 집단의 이해만 생각하고 내부 사람들만 믿는연고주의적 특성을 띤다. 이러한 외부 세계에 대한 불신 성향은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에서도 어려울 때 곁에 있고 도와준 오랜 친구를내부자(Inner Circle)’와 비슷하게 취급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뿌리 깊은 불신 문화 덕택에 이란에선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한 광고보다는 가까운 사람의 평을 믿고 사는 구전 마케팅의 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난다.

 

9. 더디게 추진되는 프로젝트

유럽 회사들은 흔히 이란에서 시행한 프로젝트들은 다른 나라에서 보다 3배가량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이야기한다. 경제 제재로 인한 영향도 있었겠으나 이란 특유의 제도적 환경과 의사결정 프로세스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이 수행한 한 프로젝트도 통상 3∼4년이면 끝날 프로젝트가 10년 이상 소요된 적이 있다. 외국 기업 단독으로 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란 기업과 협업을 하고 이란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지연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10. 경영진이 직접 챙기지 않는 이란 비즈니스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란 비즈니스는 기회도 많지만 아직 여러 가지 리스크가 많고 비즈니스 관행도 다른 나라와 많이 다르다. 이란인의 독특한 의식구조와 행동 양식 탓에 실무진은 이란과 자사 경영진의 중간에서샌드위치신세가 될 수도 있다.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책임을 지고 챙기지 않고 실무진에게 맡겨 놓으면 실적에 급급해 리스크를 제대로 못 보거나 리스크가 무서워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하고 책임을 져야 눈앞에 다가온 기회를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이란 경제의 특성과 비즈니스

 

이란 경제는 국가자본주의, 통제경제, 시장경제, 사회주의적 요소들이 뒤섞여 있다. 민영화를 추진하기는 하나 중국처럼국가 자본주의에서사적 자본주의로 전환한다는 뚜렷한 방향성도 보이지 않는다. 이란 경제는 혁명 이념과 현실적 필요성, 정치 파벌의 부침에 따른 핵심 이해 집단의 이해 관계에 따라 그 운영 기조가 바뀌고 있다.

 

석유·가스 산업과 사회간접자본은 물론이고 규모가 큰 제조업, 광업과 항공사, 해운사, 보험회사와 은행, 호텔 등 대부분의 대기업은 국가 소유다. 면세 혜택을 받는 종교자선재단(GDP 20%로 추정되는 경제 활동)도 농업, 호텔, 음료, 자동차 등 제조업, 해운 등 많은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과 경쟁하는 사업도 많다. 건설, 통신, 항만 등을 운영하는 혁명수비대(GDP 25% 이상으로 추정되는 경제 활동) 관련 기업의 활동도 준()공공 부문으로 볼 수 있다.

 

국영기업 이외에 이란 경제에 대한 영향력과 이권 측면에서 팔레비재단의 재산을 물려받은 종교자선재단이 오랜 기간 제일 막강한 기관이었으나 아흐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시절(2005∼2013)에는 혁명수비대가 전성기를 구가했었다. 그러나 정부 교체와 핵 협상 타결 이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운영 판매장에서는 농산물을 시장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빵, 의약품 등 기초 생필품은 아주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에너지, 식품, 생필품 등에 주던 보조금을 없애면서 국민의 70%에게 현금 보조금을 주고 있다.

 

민영화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소유권이 국가에서 준공공 조직으로 바뀌는무늬만 민영화인 경우가 많아 민영화가 늘어나도 비효율과 공공 부문의 국가 경제 지배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많은 기업이 형식상 민영화(실제로는 이란 국영석유화학회사(NPC)가 콘트롤)돼 신규 프로젝트에 정부 보증을 받을 수 없다. 우리 언론에도 가끔이란 증시 활황등의 외신 인용 기사가 보도되지만 테헤란 증권거래소의 순수 민간 보유 지분은 5%에 불과하며 외국인 지분은 2% 정도다.

 

 

좋은 현지 파트너 선정이 성공의 열쇠

 

이란은 1000개 유력 가문이 지배한다는 설이 있다. 이들 가문은 카자르 왕조(1779∼1925)의 봉건 귀족에서 시작됐으며 대지주, 상인 자본가, 성직자들이 대부분이다. 이 가문들은 200여 년의 세월 동안 온갖 정치적 격변에서도 살아남았다. 이들은 대립되는 양쪽에 내기 돈을 건다. 첫째 아들은 상인, 둘째는 성직자, 셋째는 정치인을 시키는 방식으로 가문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혼인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한다. 이슬람혁명 이후에도 혁명 엘리트들이 새로운 가문으로 추가됐을 뿐 기존 가문들은 그대로 살아남았다. 이러한 가문의 존재는 강경 보수파인 아흐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신흥 자본가와 전통적 1000개 가문의 생존자들이 대중을 약탈한다는 주장에서도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중 평판이 좋은 가문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은 불확실성이 높은 이란에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생산 기지로서의 이란

 

이란의 지리적 이점을 살린 지역 생산기지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란이 제품 판매만 하는 한국 업체에 제조업 투자를 요청하는데다 제조업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 이란에서 생산을 해 주변국에 수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품목에 따라서는 이란 정부가 원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어 이점이 있을 수도 있고 높은 관세 등 시장 보호로 정책적인 시장 확보 지원 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 투자를 위해서는 살펴봐야 할 요인들이 많다. 투자환경이 하위 수준(세계은행 조사 189개국 중 118)인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란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이 아니어서메이드 인 이란(Made in Iran)’ 제품의 목표 수출국 수입 관세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베트남이 WTO에 가입하기까지 11, 러시아가 18년 걸렸음을 감안하면 이란도 가까운 시일 내에는 WTO 가입이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란의 제조업은 잉여 인력 과다 고용 등 만성적 비효율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부 보조와 지대 추구로 연명하고 있는 산업이 많아 이러한 구조에서 탈피하는 것이 가능한지, 보조를 받는 현지 기업과 경쟁이 가능한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종업원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는네슬레 이란’(합작법인으로 시작해 단독 투자로 변경)의 책임자는 필자에게 이란에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직원 관리가 가장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환율 변동 리스크 대비해야

 

이란의 경제 제재가 심화되면서 2013년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이란 리알화 가치가 갑자기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율 변동은 경제 제재 탓만은 아니다. 실용주의 정책을 취했던 1990년대에도 그랬고, 개혁과 개방의 시기였던 2000년대에도 갑작스럽고 급격한 환율 상승을 겪었다. 이는 이란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가격 변동이 심한 원유 수출이 외화 수입의 대부분인 점과 만성적 재정 적자와 화폐 증발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축적이 주 원인이다. 이란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다.

 

투자 환경에 대해

 

세계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의하면 이란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금액은 2000년대 들어 매년 20∼30억 달러에 불과해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것도 1990년대 수천만 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2002년 외국인투자법을 개정하고 난 뒤에 늘어난 것이 그렇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이란의 2016년 투자 환경 순위는 189개국 중 118위로 여전히 하위권이나 2012 144위에 비하면 상당히 나아졌다.

 

이란 투자 시 과실 송금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데 이는 외국인투자법에 외국인 투자기업의 과실 송금은 재무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재무성은 세금, 임금 등의 지불 체크 후 승인하도록 돼 있다. 1990년대 중반 이란이 외환 부족 사태를 겪을 때에는 예외적으로 과실 송금이 어려웠던 적이 있었지만 실제 외국인 투자기업의 과실 송금이 문제된 사례는 별반 없었다. 네슬레 이란 CEO 역시 이 점에 대해서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필자에게 확인해 준 바 있다. 문제는 이란 기업들의 회계 관행이다. 이란 기업과의 합작 투자 시 이들의 회계 관행이 글로벌 표준에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네슬레는 처음에 합작투자로 진출했지만 추후 합작사의 지분을 인수해 단독 운영을 하고 있다.

 

결론

 

이처럼 이란의 외국인 투자 환경은 아직까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먼저 진출한 기업들의 사례로부터 배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초기 시장 선점의 이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란은 에너지를 수입하고 오일머니로 발주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상품을 수출하던 단순한 시장에서, 투자가 동반된 자원 개발, 자금 조달과 투자가 필수적인 프로젝트 수주, 투자와 현지 사업체 운영이 동반된 복합적 시장으로 변모되고 있다. 현지 문화와 정치, 경제 구조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필수적이지 않고 표면적 접촉만으로도 교류가 가능하던 시장에서, 현지인과 동고동락을 해야 함에 따라 현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기회의 땅 이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가는 개척 정신과 이란의 경제 구조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DBR mini box

 

 

이란 경제 특징 및 구조적 문제점

 

● 국가의 경제 지배: 포괄적 국가 예산은 GDP 60%. 종교재단까지 포함할 경우 70% 초과.

● 과도한 석유 의존 경제: 원유 수출수입이 외화 수입의 80% 수준. 정부 예산의 4분의 3 이상이 에너지 수입에서 나옴. 원유 가격에 따라 경제 침체와 회복 반복.

● 내부 지향 경제: 정치적 독립을 위한 자급이 주요 정책 목표(요즘은저항 경제로 칭함). 전 세계의 1% 인구와 7%의 자원을 가지고 있으나 수출은 0.4%에 불과. 평균 관세율은 30%로 세계에서 11번째로 관세율이 높은 나라. 높은 관세로 밀수 성행. 광물자원도 적극적 수출보다 내수 공급 우선.

● 광범위한 정부 규제: 헤리티지재단의 정부 경제간섭지수 조사에서 155개국 중 148.

● 낮은 조세 부과율: 세금은 국가 수입의 25%. 조세 수입이 GDP 6%로 세계 최저 수준. GDP 50% 면세. 항상 재정 적자 상태이며 적자는 화폐 발행으로 메워짐.

● 과도한 보조금 지급: 가계와 기업에 보조금 지급. 2010년 보조금 개혁으로 개선.

● 세계 시장 경쟁력 부족: 제조업은 낮은 자본과 노동 생산성, 자체 기술 결여. 민간 기관 추정에 의하면 공무원 절반, 공기업 고용원의 3분의 1이 잉여 인력. 시장은 공정하지 않고 투명하지 않음. 공기업 경영 능력 부족과 투명성 결여. 공기업 절반 정도만 흑자.

● 만성적 고()인플레이션: 혁명 이후 몇 해를 제외하고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 부동산, 금 등 실물 자산과 외화 자산 선호.

● 만성적 고()실업: 공식 실업률은 항상 10%, 청년 실업률 30%대로 사회 문제화.

 

 

 

 

Tips for Practitioners

 

 

● 이란은 시장 경제도, 사회주의 경제도 아닌 국가 자본주의 성격이 강한 경제 체제지만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자립을 지향하면서도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런 이란의 독특한 경제 구조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이란과의 협상 및 거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 한국과 이란은 상호 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산업 발전 단계상 이란이 필요로 하는 많은 것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경제 침체로 새로운 활로 모색이 어려운 한국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이란인의 협상 방식은 장기적 신뢰 구축을 중요시하는 동아시아 협상 방식과 거리가 있다. 그들은 협상이 길어질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연고주의적 특성을 띤 불신문화를 가진 이란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보다 가까운 사람의 평을 믿는 구전 마케팅이 더 효과가 크다.

 

● 이란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지역 생산기지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투자 환경 수준이 낮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이 아니며, △잉여 인력 과다 고용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리스크도 있다.

 

 

 

임인택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chunglym@gmail.com

 

필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무역을 전공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36년을 근무했다. KOTRA 북방정책과장을 지내고 개방 전후 비엔나무역관에서 근무하면서 러시아, 동구, 중국, 베트남 등 구() 공산권 업무를 담당했으며, 북한 관련 업무를 맡는 등 특수 지역 업무를 다년간 수행하기도 했다. 더불어 유럽, 동남아, 중동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17년간 생활하면서 각기 다른 문화들의 차이를 경험했다. 이란에서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테헤란무역관장으로 근무했으며 2010년부터 금융결제가 중단되는 등 극심한 경제 제재를 경험한 바 있다. 저서로 <이란 문화와 비즈니스>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