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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업무와 일상업무, 조직부터 분리해야 지속 가능하다 外

주재우 | 203호 (2016년 6월 lssue 2)

Marketing

 

혁신업무와 일상업무, 조직부터 분리해야 지속 가능하다

 

Moreau, C. Page and Marit Gundersen Engeset (2016), “The Downstream Consequences of Problem-Solving Mindsets: How Playing with LEGO Influences Creativity,”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53 (February), 18-30.

 

무엇을 왜 연구했나?

 

2010년에 전 세계 1500명의 CEO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 신의나 국제적 감각보다 창의성이 뽑혔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술과 교육은 실험적이고 탐험이 가득한 창의성을 북돋우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구글과 같은 인터넷 검색 엔진은 어떤 질문이든 즉각적으로 대답해주고,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시험을 대비한 교육을 한다. 영국의 교육학자 켄 로빈슨이 TED에서 발표한 유명한 영상인 ‘Schools Kill Creativity(학교가 창의성을 죽인다)’는 정답만을 가르치는 교육의 문제점을 강조한다.

 

특히 레고(LEGO)는 이런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오래 전의 레고는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장난감 블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포장 박스에 그려진 성이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포함된 설명서를 차근차근 따라해야 하는키트가 됐다. 다양한 키트의 성공적인 판매에 힘입어 레고는 최근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레고 키트를 사서 조립하는 것이 창의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까? 저자들은 오히려 창의성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또한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문제를 선택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실험을 수행하기 전에 잘 정의된(well-defined) 문제와 잘 정의되지 않은(ill-defined) 문제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문제는 (1) 출발점, (2) 출발점에서 도착점으로 가는 데 필요한 도구, (3) 도착점이라는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각각의 요소가 분명하게 알려지면 잘 정의된 문제이고 그렇지 않으면 잘 정의되지 않은 문제이다.

 

잘 정의된 문제의 예는 곱하기 산수 문제나 조각 퍼즐 맞추기이다. 분명한 출발점이 있고(곱해져야 하는 2개의 숫자; 맞추어져야 하는 퍼즐 조각), 출발점에서 도착점으로 가는 데 필요한 도구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으며(첫 자리 숫자를 곱한 뒤 10이 넘으면 앞자리에 1을 더한다; 가장자리부터 퍼즐 조각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이미 결정된 도착점이 존재한다(곱셈의 정답; 퍼즐 박스에 그려진 그림과 맞추어 보는 것). 이에 반해서 잘 정의되지 않은 문제의 예는 “어떻게 하면 쓰레기 재활용을 증진시킬 수 있는가?”이다. 이 문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출발점이 분명하지 않고(가정에서의 노력? 동네의 노력? 국가의 노력? 재활용 물질에 따른 문제?), 출발점에서 도착점에 가는 데 필요한 도구가 다양하며(관찰? 인터뷰? 제품 개발? 설득? 선거?), 마지막으로 분명한 도착점이 존재하지 않는다(재활용의 자유화? 전 국민의 재활용 의무화? 재활용 물질의 폐기?). 이에 따라 저자들은 레고 키트를 완성하는 것은 잘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보았고, 레고 블록을 가지고 미리 정해지지 않은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것은 잘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들은 크게 2개의 실험을 통해서 잘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창의적 문제 해결에는 방해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를 총 6개의 그룹(사전 문제에 따른 3개 분류 X 사후 문제에 따른 2개 분류)으로 나눴다. 먼저, 사전 문제가 주어지지 않은 그룹, 사전 문제가 잘 정의된 문제로 주어진 그룹(37개 블록이 들어 있는 레고 달 탐사선 키트 완성하기), 그리고 사전 문제가 잘 정의되지 않은 문제로 주어진 그룹(달 탐사선 키트에 쓰이는 37개 블록으로 자유롭게무언가만들기)으로 나누어졌다. 그러고 나서 모든 참가자들은 두 가지 사후 문제 중 하나에 배정됐다. 잘 정의된 사후 문제는 MAT(Miller Analogy Test)라는 것으로 고위직 지원자의 선발과 승진에 사용되는 논리 능력 검증이었다. 잘 정의되지 않은 사후 문제는토란스 테스트라는 것으로, 그림의 일부만 주어진 상태에서 완성하는 것이다. 이는 얼마나 독특하고 추상적이고 디테일을 표현했는지를 측정한다.

 

이렇게 3 X 2로 설계된 실험을 수행한 결과, 사후 문제가 잘 정의된 경우에는 사전에 어떠한 문제를 풀었는지가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사후 문제가 잘 정의되지 않은 경우에는(토란스 테스트) 어떤 사전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영향을 줬다. 사전 문제가 주어지지 않았거나 레고로무언가를 만든(잘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한) 경우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지만 레고로 달 탐사선 키트를 완성한(잘 정의된 문제를 해결한) 경우에는 토란스 테스트에서 나타나는 그림의 독특성과 추상성이 크게 떨어졌다. , 잘 정의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곧이어 잘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때는 방해가 된 것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를 사전 문제에 따라서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잘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고,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잘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 다음 2개의 레고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하나는 앞선 실험에서 사용한 달 탐사선 키트였고, 다른 하나는 무작위로 레고 블록이 들어 있는 가방이었다. 실험 결과, 잘 정의된 문제를 해결한 참가자들은 67%가 달 탐사선 키트를 골랐고, 잘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한 참가자들은 44%만이 달 탐사선 키트를 선택했다. 참고로, 실험에 참가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물었을 때는 오직 39%만이 달 탐사선 키트를 골랐다. 다시 말해 잘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창의적인 문제 자체를 선택하지 않도록 방해하는 경향이 있음이 드러났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결과는 혁신적인 결과를 원하는 기업은 조직 문화를 분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속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디즈니는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직원(테마파크의 캐스트)과 상상력이 필요한 일을 하는 직원(고객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구분해서 고용하고 관리하며, 두 가지 종류의 일을 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MW도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일반 사무직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도록 분리시켜 뒀으며, Alessi도 새로운 콘셉트는 외부의 전문가를 통해서 수혈을 받고 일상적 업무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잘 정의된 문제와 잘 정의되지 않은 문제는 전혀 다른 생각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의 기업 내에 직종을 구분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또한 본 연구 결과는 판매하는 제품의 성격에 따라서 소비자들의 마음 상태를 알아맞히려는 노력이 필요함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조립 순서가 차근차근 설명된 설명서가 포함된 이케아의 가구를 판매할 때는 소비자가 사전에 잘 정의된 문제를 해결한 상태(주말보다는 회사일을 하는 주중)가 효과적일 것이다. 반대로, 요리나 셀프 인테리어 등 자유도가 높은 DIY(Do-It-Yourself)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때는 소비자가 사전에 잘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판매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캐나다 Univer-sity of Toronto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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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우

    주재우designmarketinglab@gmail.com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공감에 기반한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직관을 위배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활용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설계한다. 현재 국민대 경영대학과 테크노디자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마케팅과 경험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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