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시장의 도전과 기회

177호 (2015년 5월 Issue 2)

 

 

브라질에서 사업을 하는 주재원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NWH’란 은어가 있다고 합니다. 이는니가(N) 와서(W) 해봐라(H)’는 뜻이라는군요. 현지에서 사업을 하기 무척 힘든 상황인데도 성과를 높이라는 본사의 압력이 심해지면 주재원들은 이런 은어를 쓰면서 심리적 위안을 얻는답니다. 남미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김두영 KOTRA 관장이 쓴 <올댓브라질(매일경제신문, 2013)>이란 책에 소개된 다음 일화는 왜 이런 은어가 유행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게 해줍니다.

 

한 한국 주재원은 브라질에서 근무하는 동안 청소를 도와주는 현지인을 고용했습니다. 이 주재원은 3년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자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현지인에게 500달러의 전별금을 줬다는군요. 그런데 얼마 후 노무 전문 변호사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3년 동안 똑같은 일을 했는데 마지막 해에만 500달러를 더 받았으니 첫 해와 둘째 해에 받지 못한 돈 1000달러를 주지 않으면 고발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적 정서와 관행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브라질에서는 이와 유사한 일이 실제로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브라질 코스트라는 말이 업계에서는 공식화됐습니다. 매우 복잡한 통관 절차와 취약한 물류 기반시설, 큰 비용을 유발하는 행정 및 세무 절차, 서유럽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노무환경 등이 특유의 브라질 코스트를 만든다는 지적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중남미 지역 국가들은 그 거리만큼이나 비즈니스 환경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거대 시장이자 미래의 중요한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례로 10여 년 전 브라질 경제 규모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제는 한국보다 두 배 가까이 큰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려 6억 명에 달하는 소비자를 가진 중남미 지역의 상당수 국가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섰고 젊은 층 인구가 다수의 비중을 차지하는 등 시장 매력도가 무척 높습니다. 게다가 남미 시장을 잘 이해하면 미국 내 핵심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5000만 명 규모의 히스패닉 시장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미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최근 잇따라 중남미 지역을 방문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DBR은 지역 공략 시리즈의 일환으로 이번 호에 중남미 시장 진출 전략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제안을 보면 중남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와 끈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약서 작성에서부터 기업 운영, 인사 관리, 각종 소송에 대한 대응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관행이 너무 달라 사전에 이런 차이를 인식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자동차가 브라질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는 중남미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기업들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음식을 먹는 행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현지의 특성을 감안해 직원 식당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불만 사항을 적극 수용했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현지화를 위해 치열한 노력을 벌인 점 등이 성공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중남미의 낯선 문화에 잘 적응한 성공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현대자동차 사례를 분석한 김동원 고려대 교수 등의 전언입니다.

 

중남미 각국은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 낙후한 인프라 개선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 일본 등 경제 강국은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중남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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