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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거울

스파르타를 타락시킨 리산드로스, 로마의 학살자보다 더 나쁜 악당

김상근 | 175호 (2015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인문학

 

스파르타의 리산드로스와 로마의 술라는 둘 다 천하의 악당들이었다. 플루타르코스는 이 두 악당들의 생애를 통해 누구의 악행이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짚는다. 그리고 정작 본인은 청렴하게 살았을지언정 스파르타인들에게 황금만능주의를 심어준 리산드로스를 더 나쁜 악당으로 규정한다. 로마의 독재관을 자처하며 양민을 학살하고 부정부패를 일삼았던 탐욕의 화신 술라보다돈을 맛을 보게 해 조국을눈먼 자들의 도시로 만든 리산드로스가 더 나쁜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돈의 소유가 행복의 기준이 되는 순간, 사람들은황금의 병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 병의 말기 증상은 많이 가진 사람을 혐오하고 그들이 당하는 불행을 고소해 하는 증상으로 이어진다. 

 

편집자주

고전의 지혜와 통찰은 현대의 지성인들에게 여전히 큰 교훈을 줍니다. 메디치가문의 창조 경영 리더십과 마키아벨리 연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상근 연세대 교수가군주의 거울을 연재합니다. 인문학 고전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깊은 통찰력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시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성인(聖人)에게 과거가 있기 마련이듯 이 세상 모든 악인(惡人)에게도 미래가 있다(Every saint has a past, and every sinner has a future).”

 

참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본받지 말아야 할 나쁜 인간을악당이나죄인으로 부르며 경계하지만 그렇다고 모든악당이나죄인들이 무가치한 존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게도 개선될 수 있는 미래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밤의 어둠이 짙어야만 낮의 태양이 더 찬란하게 빛나고 지옥이 있어야 천국의 소중함을 알 수 있듯이 죄인이 있어야만 성인의 가치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그런데 누가 성인이고, 누가 죄인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습니까? 어떤 기준으로 선과 악의 기준을 내려야 합니까? 인류의 역사는 주로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됐기 때문에 패자는 늘 죄인이 됐고, 승자는 늘 성인으로 추대돼 왔습니다. 페르시아를 정벌했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성인으로 간주됐고, 패배했던 페르시아의 황제 다리우스 3세는 역사의 패배자이자 죄인으로 단죄됐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성인이 맞습니다. 자기편이니까요. 그러나 침략을 당했던 페르시아인의 입장에서 볼 때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지옥으로 가야 마땅할 역사의 죄인이자 철천지원수입니다. 평화로운 자기 조국 페르시아를 유린했던 외부의 침략자였기 때문입니다.

 

로마시대의 역사가 플루타르코스도 이 문제를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권력 투쟁에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역사의 승자가 된 성인이 진짜 훌륭한 영웅인지, 아니면 역사의 패배자로 낙인찍혀 악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무조건 악당으로 불러도 되는지에 대해서 고민한 것입니다. 역사의 패배자가 돼 악인으로 몰렸던 인물에게서는 배울 점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요? <영웅전>에서 탁월함을 과시한 영웅들의 모습을 짝을 지어 비교해 오던 플루타르코스는 집필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뤘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글에 소개할리산드로스 VS. 술라 편 <영웅전>에서 아주 예외적인 부분입니다. 이 두 사람의 비교 부분은 <영웅전>이 아니라 <악당전>으로 불러야 적절할 것입니다. 스파르타의 리산드로스와 로마의 술라는 둘 다 천하의 악당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두 악당들의 생애를 통해서 누구의 악행이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 배우게 됩니다. 누가 더 큰 역사의 죄를 지었을까? 그리고 그 악행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바로 이것이 플루타르코스가 제기한리산드로스 VS. 술라 편의 핵심 질문입니다.

 

BC 510년부터 38년까지 사용된 아테네의 동전(Tetradrachm). 앞면에는 아테나가, 뒷면에는 올리브 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부엉이가 새겨졌다. 리산드로스가 이 동전을 처음으로 스파르타에 유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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