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 4.0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기계가 소통하는 사이버물리시스템 주목하라

166호 (2014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운영관리

 

인더스트리 4.0

사이버 물리시스템(물리적 현실 세계에 속한 사람과 센서 및 액추에이터를 인터넷 서비스, 인공지능 시스템, 각종 정보망이 존재하는 사이버 세계와 연결해 주는 매개체) 기반의 유연하고 가벼운 생산 체계.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빅데이터 기술 등을 생산 현장에 접목하면 생산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

인더스트리 4.0으로 가기 위한 준비

1) 센서 포인트 확대 및 표준화 모듈 플랫폼 통해 초연결 시대 대비

2)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대한 투자 통해 지능화 시스템 구축

3) 가상세계와 현실의 동기화 통해 최적의 시스템 설계 지원

 

 

인더스트리 4.0은 무엇인가?

 

인류는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늘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발전을 이뤄왔다. 18세기 증기기관의 탄생과 방적기의 발명으로 노동생산성이 크게 향상돼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이어 19세기에는 컨베이어벨트가 자동차 공장에도 등장하고 증기기관을 대신하는 전기동력이 공장에 도입되면서 분업과 자동화 생산의 개념이 급속히 확산되는 2차 산업혁명을 불러일으켰다. IT와 로봇, 컴퓨터가 생산체계의 핵심요소가 된 오늘날은 자동화 대량 생산체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3차 산업혁명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다음 산업혁명기, ‘4차 산업혁명혹은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은 어떤 기술이 그 기반을 이루게 될까? 시각에 따라 여러 견해가 존재하지만 독일에서는 사이버 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 기반의 유연하고 가벼운 생산체계를 통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이버 물리시스템이란 물리적 현실세계에 속한 사람과 센서 및 액추에이터(입력된 신호에 대응해 작동을 수행하는 장치)를 인터넷 서비스, 인공지능시스템, 각종 정보망이 존재하는 사이버 세계와 연결해주는 매개체를 의미한다. 스마트홈, 스마트그리드 같은 스스로의 동작이나 에너지 효율을 제어할 수 있는 하나의 자율생태계를 지칭한다. 구글의 무인 자율주행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카메라나 레이저 센서 같은 물리적 현실세계의 사물과 날씨, 교통량, 내비게이션 정보 등 사이버 세계의 정보를 수집한 인공지능 체계가 정보분석을 통해 경로를 결정하고, 이를 다시 물리적인 구동장치, 조향장치에 전달해 제어하는 자율생태계가 곧 사이버 물리시스템이다. 인더스트리 4.0에서는 이와 같은 개념을 생산 현장에 적용해 제품과 소재가 공장 내 기기들과 소통하며 스스로의 생산·가공 경로를 결정하고 이동하는 미래형 공장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을 들고 나온 독일의 야심 찬 계획

최근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수출 규모를 자랑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강소기업 미텔스탄트(Mittelstand, 중견기업)와 히든챔피언이 즐비한 독일이인더스트리 4.0’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온 이유는 뭘까. 유럽계 컨설팅회사인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인더스트리 4.0’을 유럽 고유의 브랜드로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투자를 유발해 유럽의 제조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1 현재 유럽의 제조업 비중은 2013년 기준 GDP 대비 15%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2030년까지 향후 15년간 약 1870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제조업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려야 글로벌 시장에서 제조업 강국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국에서 낮은 생산원가를 무기로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제조기반을 흡수한 점, 한국과 중국 등 후발주자의 빠른 기술추격으로 인해 선두주자의 위치를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은 나름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10년 뒤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변화와 소비행태의 변화 또한 간접적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등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기술들이 생산현장에 접목될 경우 생산방식이 근본적으로 뒤흔들리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갈수록 짧아지는 제품수명과 빨라지는 신제품 출시주기,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개인화된 제품의 생산과 신제품을 빠르게 내놓을 수 있는 유연한 생산체계가 필수적이다.

 

개방과 소통을 추구하는 요즘의 혁신생태계도 영향을 미쳤다. 개별 기업이 고유의 역량만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생태계를 조성해 여러 참여자를 유도한 후 시장규모를 키우는 방식은 IT업계에서 흔히 봐왔지만 이제 제조업 분야에서도 이 움직임을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아이튠즈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개방형 생태계를 통해 혁신을 이끌고 시장파이를 키웠듯이 인더스트리 4.0에서도 개방형 표준 플랫폼을 통해 참여자를 늘리고 생태계를 조성해 개별기업 간 경쟁이 아닌 독일만의 더 견고한 제조업 생태계를 조성해 치열한 제조업 각축장에서 경쟁자들을 견제하고자 하는 속내가 있는 것이다.

 

 

생산현장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인더스트리 4.0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지난 4월 독일 하노버 메세(매년 하노버에서 열리는 독일을 대표하는 산업박람회)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독일의 제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 대다수가 인더스트리 4.0 테마를 기획했고 메세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입간판엔인더스트리 4.0’이라는 용어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기존의 틀을 뒤집은 자동차 생산방식을 소개했다. 각종 생산정보가 담긴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칩을 부착한 미완성 자동차 차체가 생산라인을 지나가면서 능동적으로 자신이 받아야 할 가공작업을 주변의 생산기기들에게 요청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다임러벤츠의 라트슈타트 공장에서는 이 방식을 통해 수천 가지에 이르는 소비자 기호가 반영된 개인화 생산을 실현하고 있다. 각각 십여 가지가 넘는 엔진, 인테리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색상 옵션 조합을 하다 보면 자동차는 이미 개인맞춤생산방식(made-to-order)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BMW 라이프치히 공장은 최근 친환경 전기자동차 i3의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느라 생산에 여념이 없다. 이 차는 꿈의 소재라 불리는 탄소섬유 복합재와 알루미늄 드라이브 모듈(배터리, 구동모터를 지지하는 자동차 하부구조물 지칭)을 적용한 것으로 화제가 됐다. 한 번 충전에 130㎞를 주행할 수 있는 용량의 리튬폴리머 전지를 탑재한 새로운 자동차는 생산과정부터 남다르다. 라이프치히 공장 전경을 살펴보면 4기의 거대한 2.5㎿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이 풍력발전기를 통해 생산과정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공급한다. 자동차 외판은 기존 철판이 아닌 고탄성 내열 플라스틱을 이용했는데 이 덕분에 다른 자동차 공장과 달리 라이프치히 공장은 컨베이어벨트를 찾아보기 어렵고 무거운 금형으로 철판을 찍어 누르는 프레스샵이나 차체를 염료에 담그고 도포하는 페인트샵이 사라졌다. 이 덕분에 에너지 사용은 50% 가까이 줄고 물 사용은 70%까지 감소했다. 컨베이어벨트가 사라진 대신 조립된 반제품은 스마트카트를 통해 이동한다. 반쯤 완성된 차체들이 납작한 박스 모양의 카트 위에 올려져 질서정연하게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는데 장애물을 발견하거나 다음 단계의 작업이 지연되면 자리에 멈춰 순서를 기다리는 등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라이프치히 공장 내에는 160대의 로봇이 각기 일당오(一堂五)의 역할을 하는데 차체를 들어올려 선반에 올리는 일은 물론 접착제를 프레임에 도포하고 윈드쉴드를 부착하는 일, 자동차 시트를 집어넣고 조립하는 일 등 과거 한 가지 일을 반복적으로 하던 로봇들과는 대조적이다.

 

 

인더스트리 4.0 내 기술의 변화는 고객주문으로부터 생산, 배달까지의 과정은 물론, 제품을 사용하고 나서 재활용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일어난다. 세계적 제약사인 바이엘은 자사의 제품에 RFID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환자들의 개별 특성에 맞게 주문정보가 RFID에 담겨 개인 맞춤형 제조가 가능해지고 고유식별인자를 부여해 위조나 복제가 불가능해진다. 또한 RFID 메모리에 생산이력, 성분표시, 유통일자 등 유용한 정보가 담겨 소비자가 조회할 수 있고, 초소형 센서까지 부착해 약통의 개봉 여부, 약 투여 시간을 알리는 알람 기능까지 더해 지능화된 스마트 제품을 개발 중이다. 물류 분야에서 DHL은 이미 자사의 스마트 패킷에 온도센서를 부착해 온도에 민감한 제품들을 특별하게 관리하며 배송할 수 있도록 했다. 바다를 건너는 컨테이너에는 충격, 온도, 습도, 압력 센서 등을 부착해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고객들에게 자신의 수하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DHL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높여 고객을 묶어둘 수 있는 역할을 했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스마트메모리의 역할에 따라 독일인공지능연구소(DFKI·Deutsche Forschungs-zentrum Frknstliche Intelligenz)에서는 SemProM(Semantic Product Memory의 약자)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형 스마트메모리 표준을 개발했다. 두 개의 각설탕을 합쳐놓은 크기의 작은 모듈에는 메모리는 물론, 마이크로프로세서, 리눅스 OS와 인터넷 서버가 탑재돼 있으며 유·무선 통신모듈까지 내장돼 있어 하나의 소형 서버 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바코드, QR코드와 RFID의 확산에 이어 수년 내에는 이 SemProM 스마트메모리가 소재와 반제품에 부착, 제품의 완성단계까지 주변의 생산기기들과 소통하는 지능형 생산을 실현할 것이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도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이다. 인더스트리 4.0에서는 현재 제어분야 표준 아키텍처로 자리잡고 있는 수직계층형 아키텍처2 가 무너지고 센서와 액추에이터가 사물인터넷을 통해 스스로를 제어하고 직접 클라우드상의 ERP와 같은 인터넷서비스와 소통하는 방식의 수평분산 제어체계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기기가 사물인터넷에 연결돼 동일한 언어로 소통하기 위한 표준이 핵심이며 DFKI에서도 이를 위해 W3C(World Wide Web Consortium) 같은 국제 표준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기들이 모두 이더넷 기반의 인터넷으로 연결되다 보니 데이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고 이를 의미 있게 처리할 빅데이터 기술이 핵심이 된다. 또한, 산업생산기지를 파괴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침투 등에 대비해 보안 체계의 강화 또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독일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교설에서 매번 제조업을 강조하며 첨단기술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에 맞춰 2011 MIT, UC 버클리, 스탠퍼드 등 대학기관장, 코닝, 다우케미칼 같은 기업의 대표를 모아 대통령에게 제조 분야 직속자문을 하는 AMP(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를 발족했다. 자문단에서는 초기에 MIT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미국 제조업의 현실을 파악하고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과제를 부여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미국의 제조업은 중국과 동남아로의 제조 기반 이탈로 더 이상 자국 내에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혁신은 미국 내에서 일어나지만 제조기반은 결국 저임금 국가에 만들어져 일자리 창출 또한 해외에서 이뤄짐으로써 국가 경제성장이 정체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제조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사물인터넷, 3D프린팅, 사이버 물리시스템을 육성하는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 혹은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유사하게 영국은 FoF(Factory of the Future)라는 키워드 아래 제조업 분야 기술육성을, 일본은 산업재흥플랜, 중국은 12 5개년 계획 내에 전략사업 분야로 첨단장치제조산업과 차세대 통신기술을 포함해 사물인터넷과 사이버 물리시스템 분야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GE기업들 가운데 이러한 미래 제조혁신기술에 대한 비전을 가장 잘 그리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회사다. 최근에는 기술발전의 다음 단계를 제시하는 ‘The NEXT List’를 제시하면서 슈퍼 소재, 마인드 매핑, 전천후 에너지 등을 포함하는 미래기술비전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가는 산업용 사물인터넷(Industrial IOT)은 제조현장 적용 시 효율이 1%만 향상돼도 세계적으로 약 32조 달러 규모의 경제적 이득이 생길 것이라고 한다. GE의 강점 분야인 터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데 항공기 제트엔진에서부터 발전소의 가스터빈까지 터빈이 활용되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전 세계의 터빈을 인터넷에 연결해 지능화만 이뤄도 상당한 효율 개선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GE의 주장이다. 그동안 안정성과 센서의 비용문제로 적용하지 못했던 IT를 최근 급격하게 일어난 기술발전과 가격안정에 따라 단순하게 몇 천 개의 센서포인트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율개선이 일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인더스트리 4.0으로 가기 위한 준비

최근 우리나라도 기간산업인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산업이 주춤하면서 성장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제조기반은 해외로 이전되고 국내에서는 점차 일자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 현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기적인 비전을 그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부터 기울여야 할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수많은 기술 가운데 우리 회사에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지 선별해 내고 단계적 적용방안을 구상해보는 것이 좋다.

 

흔히 제조업 현장을 구성하는 핵심 3요소는 사람, 기기, 프로세스로 정의한다. 인더스트리 4.0 시대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에서는 이 3가지 핵심요소가 한 단계 진화하게 된다. 1) 인터넷 서비스와 사물인터넷, 표준화 플랫폼으로 상호연결되고, 2) 인터넷과 사이버 물리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양질의 노동력, 스스로 의사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는 기기와 시스템을 통해지능화되며, 3) 현실세계의 물리적 장치들과 가상세계의 시스템이 마치 거울처럼 하나로 연결되는가상화가 일어난다. 기업들은 각 3가지 핵심요소를 진화시킬 수 있는 기술적 요인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감으로써 다가오는 제조업 혁명을 대비해 나가야 한다.

 

 

1) 초연결 시대를 향한 대비: Get Connected

생산기기의 효율 향상을 위해 센서 포인트를 확대하는 것은 기업들이 비교적 손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센서 가격이 많이 떨어진데다 기술 수준도 발전해 과거엔 시스템의 출입구간만을 모니터링하는 1차원적 관리만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시스템 내부 곳곳을 비춰볼 수 있는 입체적 관리까지 가능해졌다. 일방향 신호만 보내던 기존 센서와 달리 최근에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Micro-Electric Mechanical Systems) 기술을 통해 소형화, 복합화, 지능화가 가능해지면서 작은 센서칩에 여러 개의 센서는 물론 통신모듈까지 삽입할 수 있게 된 덕택이다.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렵지 않게 갖출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센서 포인트 확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수집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궁극적으로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자율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걸 목표로 삼으면 적은 비용으로도 큰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의 산소공장에 센서 포인트를 크게 늘리고 제어시스템을 개선한 후 상당한 효과를 봤다. 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순수한 산소를 만드는 이 공장은 에너지 소모가 많은데 전력 단가가 낮은 시간대에 공장을 집중 가동하도록 해 비용을 크게 낮췄다. 가장 먼저 철강 생산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그에 따라 필요한 산소량을 실제에 가깝게 예측했다. 센서의 수를 기존 수백 개에서 3000개 이상으로 늘림으로써 단위 설비별 에너지 효율을 좀 더 정교하게 모니터링했고, 이를 통해 에너지 누수가 있는 곳을 능동적으로 제어했다. 사람이 눈으로 모니터링하고 판단해 운전하던 일부 제어장치도 실시간 인공지능 운전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정밀한 수요예측과 에너지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포스코가 거둔 경제적 효과는 연간 60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에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에너지 그리드에 연결, 시간에 따라 크게 두 배까지 차이가 나는 전기를 저렴한 시간에 저장해뒀다가 비싼 시간에 활용해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해 실시간 데이터 수집, 피드백을 주는 것만으로도 시스템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 수()계량기 전문업체인 이트론은 네트워크 전문회사인 시스코와 협업을 통해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수계량기를 개발, 스마트 워터그리드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평균적으로 일반적인 수자원 관리시설에서는 대략 6%, 많게는 20% 이상의 누수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저수조와 파이프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경우 능동적 밸브제어를 통한 실시간 누수차단, 우회송수, 날씨에 따른 저수조 활용 안배가 가능해진다. 수자원 시스템의 전체적인 밸런스도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어 과거에는 누수를 확인하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하던 파이프 파손 구간도 쉽게 찾아 보수가 가능하다. 호주의 칼굴리시는 이트론의 시스템을 도입해 수자원 손실을 10%나 줄였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는 이트론 시스템 도입을 통해 향후 20년간 16억 달러 상당의 수자원 낭비를 줄이게 됐다고 한다.

 

서로 다른 제조회사에서 만든 기기들이 상호 소통하고 물리적으로 연결되고자 하면 통신언어에서부터 연결소켓, 데이터포맷 등이 모두 표준화돼야 한다. 기기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 상호 연결이 어려워지고, 모듈단위로 공정을 나눠 운영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 카이저스라우턴시에선 DFKI가 기업, 연구소, 대학 등 30개가 넘는 단체와 함께 스마트팩토리 시범 공장을 운영하며 이러한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지멘스, 비텐슈타인, 훼스토 등 생산기기 업체들은 표준에 맞춰 자신들의 기기모듈을 만들어와 간단한 소켓 연결만으로도 하나의 공정이 완성될 수 있는 시범공장을 짓고 있다. 2014년 하노버 메세에서는 다섯 번째 시범공장을 선보였는데 생산가동 중에도 하나의 공정모듈을 다른 공정모듈과 바꿔 끼울 수 있는핫스와프(Hot-Swap)’ 기술과 작업 중인 공정모듈에 새로운 임무를 부여해 즉시 다른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플러그 앤 프로듀스(Plug & Produce)’ 개념이다. 쉽게 말해, 레고 블록처럼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는 모듈공정의 조립과 해체를 아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만큼 표준에 의한 상호호환성의 완성도가 높다. 이러한 개념은 인더스트리 4.0의 기본이념인유연하고 가벼운 생산체계구현을 위해 필수적이다.

 

독일은 이미 이러한 개방형 표준화 모듈 플랫폼을 자동차 분야에서 선보인 바 있다. 독일에서는 날이 갈수록 IT가 자동차 산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되자 BMW, 다임러, 보시, 컨티넨털, 폴크스바겐이 연합해 자동차용 표준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AUTOSAR

(AUTomotive Open Software ARchitecture)를 개발했다. 현재 이 표준은 우수성이 입증돼 르노, 포드, 혼다, 현대, 마츠다 등 각국의 기업이 동참하는 프로젝트가 됐으며 글로벌 표준으로도 자리잡을 정도의 위상에 다다랐다. 인더스트리 4.0의 표준 플랫폼도 마찬가지로 독일의 산업계 영향력을 봤을 때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개방형 플랫폼의 장점은 표준개발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이저스라우턴의 스마트팩토리 프로젝트도 현재는 시스코, 존디어 같은 다수의 미국 업체와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대학 연구소가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이상적으로는 우리만의 표준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 좋겠지만 10년 이상 표준을 연구해온 독일의 프로젝트를 눈여겨보고 겸허한 자세로 그들이 일궈낸 개방과 협력의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

 

 

2) 지능화된 사람, 기기, 프로세스: Get Intelligent

글로벌 시스템 엔지니어링 회사 지멘스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하드웨어 사업을 주축으로 하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이 그 비중을 크게 따라잡았다. 지멘스의 연구인력 3만 명 가운데 절반인 15000명 가까이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일 정도다. 부품의 형상을 소프트웨어에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제조공장을 자동으로 설계해주고 견적까지 산출해내는 강력한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이나 TIA(Totally Integrated Automation) 포털 소프트웨어는 고객들이 지멘스를 찾게 만드는 핵심적 상품으로 성장했다. 제어시스템 시장에서 제어장비와 같은 하드웨어는 어느새 많은 기업이 만들 수 있는 범용제품이 됐고 실질적 상품의 차별화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구글이 검색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원인 가운데 하나는 강력한 머신러닝(기계학습) 코드에 있었다. 구글은 이 역량을 활용해 IT업계와는 관계 없을 것 같던 자동차 시장에 진출해 무인주행자동차를 완성했으며 현재는 로봇시장에 진출해 로봇제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구글, 애플, 인텔이 본원적 핵심 사업과 다소 무관해 보이는 로봇산업에 투자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로봇을 구성하는 프로세서와 모터, 센서에 대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게 되면 로봇의 확산에 따라 로봇을 운영하는 운영체계나 기본 플랫폼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제조현장의 로봇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통해 움직이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이러한 트렌드는 인더스트리 4.0 시대에는 더욱 심화돼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통적 굴뚝산업에서도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인재양성이 절실하다. 자동화는 사람을 공장에서 몰아내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역기능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인더스트리 4.0에서는 기존 단순노동을 하던 인력이 교육훈련을 통해 인터넷과 IT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고급 인력으로 전환돼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창의적 융합인재 육성을 위해 일부 기업에서 운영하는 레고 마인드스톰(블록조립 장난감에 모터와 컴퓨터 프로세서를 결합시켜 사용자가 다양한 형태로 움직이는 로봇 제작), 아두이노 교육 프로그램(레고의 로봇 장남감과 오픈소스 기반의 단일보드 마이크로컨트롤러인 아두이노(Arduino)를 활용한 로봇 교육 프로그램) 3D 프린터를 설치해 제품을 설계하고 실질적으로 만들어 실험해 볼 수 있는 제작실험실(Fab Lab)을 참고해볼 필요도 있겠다.

 

 

 

3) 가상세계와 현실의 동기화: Get Virtualized

독일과학기술위원회(Acatech)에서는 인더스트리 4.0 도입을 통해 독일이 제조업 생산효율을 30%가량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방식의 변화를 유도한 것은 결국 소비자의 높아진 요구 수준이다.

 

3D 프린팅 분야 선두기업인 스트라타시스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개인화된 상품, 나만을 위한 상품 15∼20%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소비재 시장에서는 수개월이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소비자의 개인화된 상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가고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커짐에 따라 생산현장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당연히 기업들은 소비자의 니즈에 더욱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인더스트리 4.0의 가볍고 유연한 생산방식이 이러한 개인화 상품 소비시대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유연한 생산현장이 오류 없이 구현되려면 사전에 정확한 설계와 충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산과정이 부드럽게 흘러가지 못하고 잦은 레이아웃 변경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과거에는 이를 위해 축소된 모형을 만들어 검증하기도 하고, 사전에 많은 시간을 계산과 검증에 할애했다. 최근에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복잡한 현실세계에서 일어날 일들을 가상현실 세계에서 현실의 100%에 가깝게 구현해 사전에 테스트해볼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공장의 레이아웃은 물론 제어계통의 설계, 기기의 물리적 동작을 실험해볼 수 있고 작업자의 편의와 안전, 제품의 생산품질까지 컴퓨팅 기술을 통해 현실과 동일한 수준의 검증이 가능하다. 이러한 가상현실의 공장은 실제 공장이 지어지고 나면 현실세계의 생산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실제의 공장을 가상의 공간에서 복제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을 미러링(Mirroring)이라고 하며, 현실의 세계가 사이버 물리시스템이라는 거울을 통해 가상현실의 세계에 동일하게 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실세계의 가상화(Virtualizing)는 최적의 시스템 설계를 돕기도 하며 인터넷상의 서비스와 기기들이 사람의 개입 없이 현실세계의 현상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이해하는 데 이용된다. , 기기 간 통신, 지능화 기기의 자율적 의사결정의 기본 바탕이 된다. 최근 고급 스포츠 전기차 세단을 대량 생산해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의 테슬라 모터스는 가상화 기술을 적극 활용한 기업이다.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이미 그의 우주 왕복선 프로젝트인 스페이스X에서 가상화 기술을 통한 첨단 우주로켓을 개발한 경험이 있었다. 자동차 설계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지닌 로터스 같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짧은 기업역사에도 불구하고 기존 자동차 회사들을 압도하는 자동차를 설계할 수 있었고 생산현장 또한 최적화해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생산 과정 중에도 레이아웃을 변경해 보다 나은 생산성을 실험해볼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유연한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

 

가상화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현실세계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실세계의 현상을 복제하기도 하며, 지나간 사건을 재현해 분석할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다. 기업들은 인더스트리 4.0의 근간이 되는 지능화된 사람, 기기들과 인터넷상의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사이버 물리시스템과 가상화 기술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생산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현재 프로그램가능논리제어장치(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제조실행시스템(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s), 전사적자원관리(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같은 기기제어 하드웨어와 경영정보스템 분야에선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센서와 액추에이터 분야의 기술 수준은 열악한 상황이다. 현재 세계 센서시장은 독일과 미국, 일본이 세계시장의 7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1.6%에 불과하다. 현재 8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시장규모가 2020년에는 14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놓치기 아까운 시장이다. 대표적 액추에이터로 볼 수 있는 산업용 로봇 또한 마찬가지다. 10년 후 로봇시장 규모가 최대 45000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매력적인 시장전망에 비해 정부와 국내 기업의 투자는 미미하기만 하다. 우리 나라 생산현장의 설비와 센서, 로봇이 현재와 같이 외국산 제품이 즐비하고 독자적으로 개발되지 못한다면 비싼 로열티 지불, 운영 노하우 유출, 핵심원천기술 부재, 근본적인 경쟁력 개선이 어려워지고 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 차원에서도 원천기술을 육성해야겠지만 기업들도 센서, 산업용 로봇 등 유망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해야 미래 제조업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다.

 

박형근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hyungkeun.park@posri.re.kr

필자는 한양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했고 KAIST 경영대에서 테크노 MBA 과정을 이수했다. 현대자동차 엔지니어로 시작해 르노삼성, SK이노베이션에서 투자관리업무 및 기술전략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포스코 그룹전략과 미래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관심 연구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자동차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