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려면..

165호 (2014년 11월 Issue 2)

2010 5, 일본항공(JAL) 고위 임원들은 한 달 동안 총 17회나 진행되는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라는 통보를 받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실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JAL은 연초 상장폐지에 이어 법정관리 신세가 된데다 두 달 후 예정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 회사 고위 임원들에게는 골치 아픈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교육 내용은 구조조정 실무 같은 당장 필요한 내용도 아니었습니다. 사업을 하는 목적과 의미가 무엇인지와 같은 철학적인 이슈나 용기와 투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등 삶에 대한 태도와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경영과 관련한 주제도 있었지만 현금과 수익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등 원론적인 내용뿐이었습니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쓰러져가는 JAL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후 이처럼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경영 철학과 인생관에 대한 교육을 시켰습니다. 기업이 학교도 아니고, 당장 생존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런 접근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렇게 많은 시간을 교육에 투자하면서도 놀라운 성과를 냈습니다. 고위 임원이 변했고, 이어진 후속 교육을 통해 임원과 중간관리자, 직원들도 변화에 동참했습니다. 조직 간 장벽이 무너지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새로운 JAL의 문화가 형성됐으며, 거대한 공룡 같던 회사는 단기간에 기적적인 회생에 성공했습니다.

 

왜 이런 접근이 효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많은 경영학 교과서들은 변화한 환경에 맞게 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해당 전략에 부합하는 조직의 문화를 갖춰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저는 전략보다 조직의 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비합리성과 제한된 정보 등으로 인해 매번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완벽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건강한 조직 문화를 갖추고 있다면 일시적으로 전략적 판단을 잘못 하더라도 건강한 조직원들이 이를 수정해가며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 문화가 취약하다면 우연히 환경에 잘 부합하는 전략을 실천해 단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냈더라도 장기적으로 이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직 문화는 조직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이며, 이는 행동과 판단의 기준과 원칙을 제공합니다. 조직원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매우 건전하고 바람직하며 열정적인 삶을 유도할 수 있다면 그 조직의 구성원들은 시행착오를 거치긴 하겠지만 결국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행동과 판단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그때그때 달라진다면 마치 서로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저어 산으로 향하는 배처럼 조직은 이리저리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고 말 것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바로 이런 점을 간파하고 조직원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을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정했습니다. 그가 위대한 CEO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 경영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가 바뀌면서 JAL의 조직원들은 더 강해지고 현명해졌습니다. 그리고 변화에 동참하며 놀라운 성과를 창출했습니다. 전략 수립과 실행 부서가 서로 소통하지 않고 현장과 유리된 전략이 수립됐던 과거 관행은 사라졌습니다. 비행기 노선마다 수익 계산이 철저히 이뤄지고 책임자가 정해지면서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이뤄졌고 비효율과 낭비가 사라졌습니다. 이는 조직 문화의 변화 없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던 많은 산업 분야에서 파괴적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의 부상, 엔저에 힘입은 일본 기업의 약진, 파괴적 기술로 인한 산업 구조의 변화 등 심각한 악재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대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등 구체적인 문제의 징후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실적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기업의 CEO로 취임했다면 어떤 일부터 했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동력은 가치와 신념, 철학입니다. 조직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신념 체계인 조직 문화에 대한 관심 없이 큰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경영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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