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은 평범한 것에서 나온다

157호 (2014년 7월 Issue 2)

외국인으로서 필자는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일궈낸 한국인의 저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그에 상응하는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급격한 산업화의 유산인빨리빨리문화는 안전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했고, 이는 한국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대형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곳곳에 대형 사고의 위험이 잠재해 있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빨리빨리문화에 대한 반성과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빨리빨리문화는 한국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이 문화를 배척하기보다는 안전과 성장이 상충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업무를 빨리빨리 추진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확보할 수 있도록 원칙을 지켜나가자는 얘기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기업들이안전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위기의식 아래 사업장의 안전 실태를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재난대응훈련을 실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필자는 지난 수십 년간 방재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에게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일반론 차원에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정리해보자. 첫째, 최고경영자가 직접 안전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안전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임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상세한 안전 절차와 설비에 관한 사항들을 매뉴얼화하고 필요한 부분은 매년 1회 이상 리뷰하고 수정하면서 항상 최신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둘째, 안전 관련 정책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안전담당자를 지정하고 담당자가 안전 위반 사항을 최고경영자에게 수시로 보고하면서 개선해야 한다. 셋째, 모든 사업장에서는 화재 및 비상 재난 상황에 대비해 주기적 비상대응훈련을 실시해야 하며 반드시 소방서나 관련 정부 기관과 함께 훈련을 해야 한다. 이 모두를 위해서는 안전 관련 시설의 투자와 훈련에 필요한 충분한 예산이 책정돼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결국 안전관리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에서 확인된다. 안전관리에 대한 종업원의 인식과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도 적절한 예산의 배정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미국은 9·11 테러 사태 이후 잠재적인 대규모 충격에 대한 미국 기업의 대응활동 수준을 조사했다. 그 결과 외부 충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지 못한 기업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예외적으로 과거에 중대 사고를 겪었던 회사들은 이미 9·11 이전에도 충격에 대한 대비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고,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과거에 특별히 피해를 입은 경험이 없는 기업들은 막연한 걱정만 하고 있었다.

재앙을 기회로 생각하고 재난에 대한 준비를 통해 탄력성을 높이는 것이야 말로 레몬으로부터 레모네이드를 만드는(‘Making Lemonade from Lemons’ , 화를 복으로 만드는)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을 위한 보안조치를 강화하면 취약한 부분 없이 프로세스를 긴밀히 할 수 있고 공급망(Supply Chain)의 탄력성을 높이게 되면 기업은 탄력성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높일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된다. 위기 대응 탄력성은 그 어떤 충격에도 회복할 수 있는 성질이기 때문에 기업의 일상적인 유연성이 증가할수록 빠르게 변하고 불확실해져 가는 세상에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경쟁력은 거창하거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된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평범한 데서 생긴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성공은 우리가 잘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단순한 펀더멘털 위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장에서부터 안전문화를 바꾸고 모든 국민이 안전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빈센트 디조르지오 삼성화재 Global Loss Control Center 소장

빈센트 디조르지오(Vincent A. DEGIORGIO) 소장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Charlotte)를 졸업하고 우스터대에서 방재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FM Global, TRC Service, Arup Risk Consulting 등을 거친 뒤 FM Global에서 반도체 및 정보통신 방재 부문을 총괄했다. 미국방재협회(NFPA)에서 반도체 및 관련 산업 기술위원회 의장을 지냈으며 현재 삼성화재 Global Loss Control Center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