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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배우는 공감 5계명

리더가 첫 줄 쓰고 직원이 이어서 詩를 짓자 불만과 불통이 사라진다

황인원 | 156호 (2014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인문학

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공감의 방법은?

① 진정성을 발휘해 대상의 상황과 하나가 되라

②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창의적으로 상상하라

③ 자리에 맡는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라

④ 공감이 가능한 유효기간을 기억하라

⑤ 공동의 시를 만들어보라

황희 정승이 퇴궐 후 가마에 올라 집으로 가던 때였다. 동네 어귀에서 어느 아낙의 서러운 곡소리를 들었다. 황 정승은 가마에서 내려 그 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젊은 아낙이 남편의 시신 앞에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 황 정승은 아낙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슬퍼했다. 그러다가 어쩌다 남편이 죽었는지 물었다. 한참을 대답 없이 울기만 하던 아낙은 사연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아낙은 결혼 후 남편과 행복하게 지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내는 아내이고, 남편은 남편일 뿐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사라졌다. 지금으로 말하면 권태기 같은 시기였으리라. 하지만 이들은 이 시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몰랐다. 서로 데면데면하게 지내면서 잘못된 것만 눈에 들어왔고 상대에 대한 불만이 늘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서로 미워하는 감정까지 생겼다. 이즈음 아낙은 자신에게 곰살맞게 굴던 남자와 마음을 나누게 됐다. 정부(情夫)가 생긴 것이다. 정부는 아낙을 꼬드겼다. ‘우리 사랑에 방해가 되니 네 남편을 죽이자.’ 아낙은 정부의 의견에 따랐다. 그리고 야심한 밤, 잠자는 남편의 배꼽에 돼지꼬리의 뻣뻣한 털(이 털이 돼지 털 중 가장 뻣뻣하고 강하다고 한다)을 꽂았다. 남편은 잠자다 배에 바람이 들어가 꼼짝 못하고 죽었다.

 

남편이 죽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아낙은 자신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깨닫고 후회의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황 정승이 아낙의 집을 찾은 것은 이때였다. 이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온 황희 정승은 밤새 한 잠도 못자고 고민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리라.”

 

아침에 입궐한 황 정승은 임금에게 지난 밤 겪은 일을 고하고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한 번 결혼한 아녀자는 두 번 다시 결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과부가 돼도 다시 결혼할 수 없는과부재가금지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결혼 후 얼마 살지 못하고 남편이 죽어도 평생 시집살이하며 혼자 살아야 하는 여자, 결혼을 약속한 후 남자가 죽어도 이미 결혼한 것으로 여겨져 다시 결혼을 못하는 여자들이 생겼다. 세월이 가면서 여기저기서 청상과부들의 한이 쌓여 산을 이뤘고, 그 기운이 황 정승 집안을 덮쳤다. 청상과부의 한 때문에 황 정승 자손들은 이후 제대로 벼슬을 하지 못했다.

 

필자의 성은 황 씨, 본은 장수다.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방촌 황희 선생은 필자의 선조다. 이 얘기는 필자가 어렸을 때 친할머니에게서 들은 황희 선생의 일화다. 과부재가금지법 전면 시행은 성종 때였고 그 전에는 일부만 시행되거나 논의만 됐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 다른 바 있어 내용의 사실 여부를 따지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이 얘기를 길게 한 이유가 있다. 공감을 말하기 위해서다.

 

공감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기분이다. 여기서자기는 누구일까. 나일 수도 있고 타인일 수도 있다. ㄱ이라는 사람과 ㄴ이라는 사람이 있을 때 ㄱ이 읽어도자기고 ㄴ이 읽어도자기. 말하자면 공감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내가 남의 말에 그렇다고 느끼는 기분일 수도 있고, 남이 내 말이나 감정에 그렇다고 느끼는 기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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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원

    - (현)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및 원장
    - (전) 중앙일보/경향신문 기자
    - (전) 경기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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