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과 결점은 성공의 자양분

155호 (2014년 6월 Issue 2)

약자가 강자와 대결할 때 항상 인용되는 이야기가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고대 이스라엘인과 블레셋인(오늘날의 팔레스타인)들이 베들레헴 서쪽의 엘라협곡에서 벌인 전투는다윗과 골리앗스토리 덕분에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전투가 됐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약자가 자신에 비해 터무니없이 강한 상대와 맞붙는 상황에 늘 인용된다. 특히 약자가 기적적인 승리를 일궈내면 흔히 다윗이 골리앗을 꺾었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이 싸움을 두고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같은 이름의 저서 <다윗과 골리앗>에서 재미있는 분석을 시도했다. 그는 우선다윗이 정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나 흔히 생각하듯 다윗이 절대적 약자였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210㎝의 거인 골리앗은 갑옷에 방패 장검을 들고 전투에 나섰다. 반면 양치기소년 다윗은 허름한 목동 옷에 무기라고는 돌팔매가 전부였다. 누가 봐도 싸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윗이 싸움의 틀을 바꾸는 순간 전세가 역전된다.

 

복싱에 비유하면 인파이팅(접근전)에서 골리앗을 난공불락으로 만들었던 그의 거대한 몸과 무기들은 아웃복싱이 되는 순간 약점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몸집이 거대한 만큼 느리고 굼뜬데다 눈까지 침침했던 골리앗은 발 빠르고 돌팔매에 능했던 다윗에게 맞추기 좋은 표적에 불과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에서 역사적으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언더독(약자)들이 승리한 비결을 분석했다. 이 책에 특히 공감이 간 것은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회사의 상황과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업력도 짧고 믿고 의지할 모그룹이 없다는 분명한 약점을 갖고 있었다. 이는 우리를 힘들게 했지만 거꾸로 이 약점들 때문에 우리는 더 치열하게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약점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이다. 또 자체적인 판매조직이 없다는 것도 치명적 약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 취약점은 남들보다 안정적인 운용수익을 올리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유도했다. 경쟁의 틀이 완고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의 문을 남들보다 일찍 두드린 것도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남들과 비슷해서는 살아남기 힘들었던 조건 덕분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차별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정신무장을 하게 됐다. 일요일에 진행된 운용회의, 연간 2000회에 달하는 기업 탐방, 철저한 팀플레이와 혁신 덕분에 우리는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지 5년 만에 국내 주식형 기관일임 1, 주식 수탁고 6, 세계 1, 2위 국부펀드 자금유치 등의 성과를 냈다.

 

사실 도전과 응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언제든지 있어 왔다. 약점과 결점, 헝그리정신이 되레 성공의 자양분이 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친부모로부터 버림받고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언더독이었다. 평발이라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2배 이상 더 뛰었던 박지성 선수도 마찬가지다. 난독증 환자에다 초등학교 때 퇴학당할 정도의 문제소년에서 지금은 골드만삭스의 사장이 된 개리 콘은 언더독의 위대한 승리 사례로 볼 수 있다. 세계 13위의 경제력을 갖춘 한국도 불과 50년 전에는 언더독 중의 언더독이었다.

 

말콤 글래드웰은 모든 종류의 거인과 맞서는 전투에서 필요한 교훈은 강력하고 힘센 것들이 언제나 겉보기와 같지는 않다는 점이라고 설파했다. 골리앗의 거대한 몸집이 ㅔ어느 순간 최대 약점이 된 것처럼 약자의 조건은 그를 강하게 만드는 채찍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언더독들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존 법칙을 거부하고 새로운 룰을 볼 수 있는 창조적 시각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땅의 수많은 언더독들은 불리함으로 가득 차 보이는 현재의 경영환경에 좌절하기보다는 자신의 약점을 비틀어보는 데서 변화의 동력을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기존 틀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까지 더한다면 또 하나의 눈부신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

이성원 부사장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매일경제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주요 경제부서를 두루 거친 뒤 유통경제부장, 정치부장 등을 지냈다. 2012년부터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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