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ASEAN 시장의 매력

김남국 | 155호 (2014년 6월 Issue 2)

지역 경제 통합을 추진하는 다양한 움직임들이 있지만 ASEAN(동남아국가연합)은 이 가운데 상당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제 블록입니다. ASEAN에 포함된 국가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미얀마나 캄보디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도 되지 않는 반면, 브루나이는 4만 달러, 싱가포르는 5만 달러에 육박합니다. 정치 체제도 다양해서 민주주의 국가도 있지만 전제 군주, 내각제, 군사 독재, 1당 독재 등 천차만별입니다.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등장한 다양한 정치 체제가 총망라돼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또 불교나 이슬람교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도 있지만 종교 자체를 적대시하는 공산주의 국가, 선진국처럼 종교 자유가 보장된 나라까지 다양합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처럼 역사적으로 회원국 간 교류가 많았던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역 주민들의 ASEAN에 대한 정체성은 대단히 높습니다. 지난 2005 ASEAN 지역 6개 언론사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나는 ASEAN 시민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응답이 76.8%에 달했습니다. ‘ASEAN 회원국 자격이 우리 국가에 이익이다라는 응답은 무려 88.5%나 됐습니다.

지역경제 통합은 참가 국가들에 여러 이점을 주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있습니다. 통합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개별 국가의 주권이 훼손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ASEAN은 오히려 내정 불간섭과 주권 존중이란 방침을 유지하면서 지역 통합 의식을 높였다는 점에서 독특한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서구 열강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후 지역 통합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 정치 지도자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ASEAN은 지금보다 경제 통합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아세안경제공동체(AEC·ASEAN Economic Community)를 추진 중입니다. 주권 존중이란 기존 방침을 유지할 경우 지역 통합에 걸림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런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됩니다.

ASEAN이 현명한 해법을 찾아 한 단계 진전된 통합을 이뤄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관심도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6억 명의 인구와 평균 연령 30세의 젊은 인구구조, 높은 출산율(가구당 2.8), 풍부한 천연자원, 5%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 등은 시장 매력도를 높이는 주 요인입니다. 선진국 시장 대부분은 저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브릭스(BRICs) 지역의 성장세도 한풀 꺾이면서 ASEAN은 가장 주목받는 성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저성장 구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로 동남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DBR은 지난해 말 경영 전문가들과 함께 향후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화두 중 하나로 ASEAN시장을 선정했습니다. 서구에 비해 동남아 지역은 우리와 문화적 유사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시장 매력도나 성장성도 크기 때문에 많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구체적인 공략 전략과 사례를 담은 스페셜 리포트를 제작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 담긴 ASEAN 시장에서의 경험과 통찰들을 모아보면 현지 주민 및 노동자들과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HR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성공의 요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목표를 공유하고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개도국 특유의제도적 공백(institutional void)’ 및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시위대가 공장을 습격할 때 현지 직원들이 나서서 직장을 방어하는 문화를 구축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한다는 생생한 경험담이 이런 접근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반면, 단순 저원가 생산기지로 ASEAN을 활용하거나 단기적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 앞선 기술력과 자본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현지화 노력을 게을리한 기업들은 대체로 실패했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개도국에 머물렀던 한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윗선과 얘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거나 중앙정부와 합의하면 모든 게 풀린다는 생각도 매우 위험합니다. 동남아 특유의 정치 및 사회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기회의 땅에서 실패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ASEAN 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의 수준을 높이고 효과적인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