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논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비시장전략

151호 (2014년 4월 Issue 2)

최근 1000년 동안 인류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꾼 최고의 사건으로 단연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이 꼽힙니다. 하지만 당시 기술 수준을 감안했을 때 금속으로 활자를 만드는 기술 자체는 그다지 혁신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미 정교한 주화 제조가 가능한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 미디어 분야로 들어오면서 엄청난 변화가 촉발됐습니다. 지식과 정보의 대량 유포가 가능해지면서 성경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촉발됐으며 새로운 사상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 중세시대가 끝났고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습니다.

 

이에 못지않은, 아니 이보다 폭발력이 큰 변화가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구텐베르크 시절 지식 및 정보의 공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B2C(Business to Consumer)’ 모델에 가깝습니다. 지식이나 정보의 생산자는 여전히 소수였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과 SNS 덕분에 ‘C2C(Consumer to Consumer)’ 모델이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에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대중들이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에서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동시에 소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는 소위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이란 변화를 가져왔고 이는 폭발적인 생산성 증가와 불확실성 증폭이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초연결 시대에는 소수 공급자 위주의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혁신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해졌습니다. 대규모 협업으로 혁신을 이룬 위키피디아나 앱스토어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기회의 또 다른 이면엔 위기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거대 연결망 속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금융위기처럼 한 곳에서 발생한 위기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전파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찰스 페로 예일대 교수가 말한예고된 참사(normal accident,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할 수 없는 재앙)’의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기업 전략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과거 기업 전략은 시장에서의 효율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내부 역량을 축적해 경쟁자를 제압하고 고객 가치를 높이며 공급업체 등과 효과적으로 협력하거나 진입장벽 등을 높이는 방법이 최고의 대안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기업이 과거보다 훨씬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표적인 분야가 비시장 영역입니다. 정부, 시민단체, 언론 등 비시장 주체들은 시장 참가자(고객, 공급업체, 경쟁자 등)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드는 효율적 기업이 승리합니다. 하지만 비시장 영역에서는 효율성 높은 기업이 오히려 대중에게 얄밉게 보일 수 있어 더 불리합니다. 비시장 영역에서의 핵심 논리는 효율성이 아니라 대의나 명분, 시대정신, 여론, 정당성 등입니다.

 

이처럼 시장과 비시장 영역 간 근본적으로 다른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개개인 모두가 신문사·방송사를 보유한 것이나 다름없는 초연결 시대에예고된 참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강화되는 금융사에 대한 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나 대형마트 영업 제한 등 수많은 비시장 요인들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시대에 비시장 영역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접근은 기업의 장기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비시장전략과 관련한 지혜와 솔루션을 모았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비시장전략의 원칙은 일관성입니다. 비시장전략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다양한 기업 활동에 일관성을 부여한다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시장전략과 비시장전략을 통합 관장하는 조직과 인력을 갖춰야 합니다. 시장과 비시장전략이 통합적으로 추진돼야 성과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수의 규제 정책 입안자만 관리하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과거 B2C 패러다임에 익숙해져 있는 기업은 빨리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초연결 시대에 이해관계자에 대한 시야가 이전보다 훨씬 넓어져야 합니다. 또 사회적 이슈를 성장의 계기로 만드는 CSV(공유가치 창출)적 관점으로 시각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복잡해진 세상에 대처하기 위한 효과적인 비시장전략 아이디어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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