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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사랑이 증오로 바뀔 때

이방실 | 150호 (2014년 4월 Issue 1)

 

 

올해 초 KB국민·NH농협·롯데카드 등 카드 3사에서 1억 건이 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소비자들이 분노했다. 2차 피해는 없다던 정부 발표와 달리 8000만 건이 넘는 고객 정보가 대출 중개업자 등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지난 2012 8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냈던 KT 12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또 털렸다. SK텔레콤에서는 보안 사고는 아니지만 이달 들어서만 통신 장애가 두 차례 발생했다.

 

최근 논란을 일으킨 카드사, 통신사들 가운데고객 만족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보고 이들 기업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소비자의 권력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발달 덕택이다. 단 한 사람의 목소리도 소셜미디어를 거치면 순식간에 집단적 움직임으로 바뀔 수 있다. 불만과 분노의 강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는 건 물론이다.

 

고객의 분노는 해당 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보복 행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캐나다의 한 음악가가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유나이티드에선 기타를 망가뜨린다네(United Breaks Guitars)’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좋은 예다. 수하물 담당자의 부주의로 자신의 기타가 파손된 데 대해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에 수차례 배상을 요청했지만 항공사가 끝까지 배상을 거부하자 이에 분노한 음악가 승객이 자신의 경험담을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전 세계에 공개했다. 2009년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 유나이티드항공은 비난 여론과 함께 주가 급락으로 큰 곤혹을 치렀다.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된 건 말할 것도 없다.

 

성난 고객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특정 회사의 서비스가 엉망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트위터 광고 상품(Promoted Tweet)을 직접 사는 이들도 있고, 심지어 소비자들의 불만 표출을 도와주는 전문 사이트(www.microsoftsucks.org, www.starbucked.com )까지 나왔다. 고객들의 분노와 이에 따른 공격적 행위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적극적인 관심과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주립대 그레고어 교수와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피셔 교수가 2008년에 발표한 연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특정 기업과 높은 관계 품질(relationship quality, 고객이 서비스 제공자에 대해 갖는 신뢰, 만족감 등의 심리적 유대)을 갖는 고객이 배신감을 느끼면 고객의 사랑은 증오로 바뀌어 그 기업을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응징하려 한다. 이는 고객 충성도가 높을수록 기업의 잘못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관대해진다는 기존의 연구와 사뭇 다른 결과다. 단순히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서비스 실패를 접한 고객들의 분노에 적절히 대응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주는 연구 결과다.

 

그렇다면 고객은 언제 배신감을 느낄까? 그레고어와 피셔 교수는 이를 공정성(fairness 혹은 justice) 훼손 차원에서 분석했다. , 자기 자신이 받은 보상이나 대우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그 결과 해당 기업에 대한 보복 욕구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미국 벤틀리대의 베크와티 교수와 럿거스대 모린 교수는 2003년 발표한 연구를 통해 보복에 대한 고객의욕구가 실제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배적 정의(distributional justice, 환불, 가격 할인 등의 보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됐는지 여부)보다 상호작용 측면의 정의(interactional justice,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고객을 제대로 대우했는지 여부)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을 때라고 분석했다. 서비스 실패 발생 시 고객 불만을 최초로 접하는 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성난 고객들이 보복하려는마음을 가졌다 해도 회사 직원들이 성심성의껏 친절하게 대해준다면 실제 보복행위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직원들의 진심이 전해지면 오히려 위기 상황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고의 고객도 한순간에 최악의 적군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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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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