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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확산, 글로벌 공존의 길!

146호 (2014년 2월 Issue 1)

  

 

최근 새로운 경제 활력소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사회적 자본은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과 제임스 콜먼(James Coleman) 등이 처음 사용했는데사회 구성원 간에 협력을 촉진하는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일체의 무형자산을 의미한다. 오영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은 <신뢰경제의 귀환 : 잃어버린 성장 DNA를 찾는길(메디치미디어, 2013)>에서 사회적 자본에 대해 한 나라의 국부(國富)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법질서의 확립 및 준법의식과 구성원의 신뢰 수준까지 포함하며 이를 바탕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시작돼 현재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사회적 자본에 대한 원형을 2500년 전 <논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국가 경영에 관해 묻자 공자(孔子)가 이렇게 대답한다.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해야 한다.” 다시 말해 충분한 양식, 강력한 군사력, 백성들의 신뢰가 있으면 족하다고 대답한 것이다. 자공이 다시 묻는다. “부득이하게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하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을 버려야 한다.” 자공이 재차 물었다. “또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하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을 버려야 한다. 예부터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백성들로부터 신뢰(信賴)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는 법이다.” 여기서 공자가 말하는 국가 경영의 이치인족식, 족병, 민신은 현대의 경영학에서 말하는 3가지 자본 이론인 물질 자본, 인력 자본, 사회 자본과 일치한다. 군사력은 물질 자본에 해당되고 양식은 국민 생존의 기초이므로 인력 자본에 해당된다. 그런데 공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신뢰인데 이것은 곧 사회적 자본인 것이다.

 

민신과 희생의 유교사상은 사회적 자본의 근간

 

이 책의 저자 오영호 사장은 공자가 말한 민신(民信)과 희생(犧牲)의 유교사상이 일제수탈과 6·25 전쟁 이후 처참해진 한국 경제를 살리는 사회적 자본의 근간이 됐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파견 광부 및 간호사와 베트남 파병이라는 것이다. 큰 희생이 뒤따랐지만 이들이 흘린 피와 땀방울을 종잣돈으로 삼아 한국은 경제개발의 토대를 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지식인 집단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당시 국민적 여론은 값진 희생의 대가를 경제개발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왜 그랬을까? 유교적 충효사상이 뿌리 깊던 한국 사회는 예로부터 나라가 전쟁 등으로 위기에 처하면 기꺼이 몸을 던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광부 파견과 베트남 파병도 그런 경우였다. 너무나 가난했기 때문에 국가와 가족을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을 마땅한 도리로 여겼고 부모 또한 같은 마음으로 자식들을 떠나보냈다. 당시 희망이 없던 농업사회에서 벗어나 산업화의 빗장을 여는 시점에서 국가와 가족을 위해서 해외의 낯선 광산과 전쟁터에서 몸을 바친 광부 및 간호사와 베트남 파병 장병은 국민들에게 경제 재건의 의지를 점화하는 존재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한국은 1977년에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반세기 만에무역 1조 달러, 무역 8고지에 올라섰다. 그리고 선진국 진입의 척도인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으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에 가입했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가 됐다.

 

미래 고용 창출하는 블루오션 찾기가 급선무

 

하지만 위기는 지금부터다. 어느 틈에 현재 한국 경제는 경제 및 소득 양극화 등에 따른 사회갈등이 심화돼 구성원 간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성장이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국내외의 가치평가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한국은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룩하면서 사회적 자본, 즉 상호 간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영호 사장은 국내와 해외의 두 가지 측면에서 해답을 제시한다. 먼저 국내의 사회적 자본 회복을 위해서는 고용 안정, 상생협력의 기업생태계 조성, 사회 전반의 불평등과 차별적인 요인 제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창출이다. 경제라는 용어가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왔듯이 세상을 경영해 국민을 구제한다는 뜻은 경제가 곧 민생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경제가 곧 민생이라면, 민생은 곧 고용이다. 일자리가 없으면 민생해결은 물론 개인성취와 사회발전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신뢰의 첫걸음은 일자리를 나누고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경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와 해외사업 확장을 통한 성장정책에 집중한 탓에고용 없는 성장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제조 부문 대기업들은 1995∼2010 7.3%p의 부가가치 증가와 9.3%p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둔 반면에 고용은 오히려 2.0%p가 감소했다. 해외생산 비율도 2005∼2010 6.7%에서 16.7%로 늘어 국내 경제의 고용률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조 부문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체제가 가속화될수록 해외생산 비율을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고용의 비중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래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블루오션을 찾는 게 급선무다. 오영호 사장은 미래 고용 창출의 블루오션을 서비스 및 중소기업 부문에서 찾고 있다. 이것이 한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나아갈 길인 동시에 고용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먼저 한국이 성장 및 고용창출의 잠재력 면에서 주목할 서비스 분야는 크게 보건의료, 사회복지 서비스, 금융서비스,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부문 등으로 요약된다. 보건의료의 경우 한국은 건강보험 제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GDP 대비 6.9%의 낮은 보건의료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서비스의 품질은 미흡한 점이 많아 이를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또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적 질병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의료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사회복지 서비스도 육아 및 노인요양 문제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역량 강화가 요구된다. 특히 이 분야는 노동집약적인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여성의 고용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서비스 부문의 성장기회로는 MICE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OECD 국가들은 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인 데 비해 한국은 2.5% 수준에 불과하고 비용이 저렴한 단체관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MICE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 인프라 구축 등 투자를 단행하고 이를 통해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 건실한 중소기업의 육성이야말로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뿐만 아니라 고용창출을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다. 중소기업의 고용창출 비중은 약 90%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높지만 낮은 임금 수준 탓에 청년들이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해온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글로벌 사회적 자본을 쌓아야

 

오영호 사장은 국내의 사회적 자본 창출을 위한 대안 제시에서 더 나아가 한국이 글로벌 사회적 자본을 쌓아나갈 것을 주문한다. 개도국들에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한 유일한 나라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에 현재 한국은 개도국의 희망 아이콘이다. 실제 업무를 수행하면서 개도국이 한국에 거는 기대와 희망은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을 초월하고 있어 이제 우리의 성공신화를 공유하고 확산시켜야 하는 책무를 강하게 실감할 수 있다. 그래서 사회적 자본의 국제적인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그 증거로 먼저 페루의 순찰차 수출 사례를 들고 있다. 2012년 오영호 사장이 경찰차 수출 건으로 페루의 오얀타 우말라 대통령을 한국의 관련 기업인들과 함께 만났을 때다. 수량이 많지 않고 순찰차량에 탑재해야 하는 통신장비 등의 특수장치도 많아서 함께 간 한국 기업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더구나 구입 조건으로 페루 측에서는 자동차 관련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AS센터를 겸한 교육훈련센터까지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AS센터를 겸한 교육훈련센터까지 만들어줄 수는 없으니 이웃 나라인 칠레에 있는 AS센터를 이용하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말라 대통령은 정색하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왜 독일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의 자동차를 구입하려고 하겠는가. 당신들이 선진국가들을 따라 배웠던 것처럼 우리와 같은 처지를 겪은 한국의 개발 경험을 전수받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 속담에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개도국을 경험한 한국이 페루를 위해서 진정한 도움을 줬으면 한다. 그리고 페루와 칠레는 이웃 나라이지만 서로 감정이 좋지 않다. 그것은 한국에게 사이가 좋지 않은 일본에 있는 AS센터를 이용하라는 것과 같다.”

 

한국 속담까지 인용하면서 이런 취지의 말을 들으니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결국 페루의 요청대로 계약이 성사됐고, 이를 계기로 경찰차의 수출이 늘고 기술 전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이 반세기에 이룩한 경제성장의 기적은 많은 후발개도국이 따라 배우고 싶어 하는 교범이자 영감을 불어넣는 대상이다. 따라서 진심을 다해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면 국가 간의 신뢰를 높일 뿐만 아니라 상생의 글로벌 공동체를 여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개발경험을 전수받으려는 나라들은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매우 높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전체 인구의 70% 정도가 농촌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개도국들은 새마을운동이 자신들에게 좋은 개발모델이 될 것 같다면서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우리에겐 이미 오래 전의 얘기라 다소 진부한 느낌마저 들지만 개도국 입장에서는 아주 유용한 농촌개발 모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부응해 우리 정부도 일찍이 1990년대부터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을 펼쳐왔으며 그 결과 이미 70여 개 국에 새마을운동이 수출됐다. 한국에서 새마을운동은 1971년에 농촌 근대화를 목표로 범국가적으로 시행돼 지역사회 개발과 국민의식 개혁에 큰 성과를 거뒀다. 그래서 1975년부터 공장 새마을운동으로 확대돼 노사협동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분임조 활동을 통한 품질개선에 일익을 담당했다. 이처럼 새마을운동은 개발연대기에 경제재건의 목표 아래 국민들을 하나로 결집하는 데 상징성을 갖는 대표적인 ‘사회적 자본창출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유엔에서도 새마을운동을 참고해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라는 빈곤 퇴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개도국의 특성에 맞는 새마을운동 모델을 개발하고 현지 상황에 적합한 이론과 실천기법 등을 개발하고 전문가를 양성한다면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빈곤 퇴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유네스코에서 새마을운동이 국가발전의 모델로서 저개발국의 빈곤 퇴치에 성공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해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점도 고무적이다. 새마을운동은 단순히 농촌 환경 등 외부적인 요소를 개량해 근대화를 꾀하고자 했던 운동이 아니다. “잘 살아보세라는 노랫말과근면·자조·협동이라는 용어가 대변하듯이 경제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국민의식을 하나로 결집시킨 범국민 의식개혁 운동이었고 초기 사회적 자본 형성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새마을운동을 저개발국에 전파하는 것은 한국의 개발경험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서려 있는 한국인의 혼을 세계에 퍼뜨리는 것이면서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라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개발경험 전수로 상생해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국의 선진국 진입은 과거 식민지 운영 경험이 없는 조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들에 희망의 근거가 됐다. 그런데 한국인은 외부의 높은 평가에 익숙하지 못하다. 한국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국제사회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순간 한국이 처한 여러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개발경험 전수는 우리의 사회적 자본을 개도국에 전파해 상호 신뢰하면서 함께 발전하는 글로벌 경제를 여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가 성심을 다해 경제개발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주면 개도국들은 시행착오를 줄여 효과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무역이 일방통행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글로벌 상생무역을 추구하면서 개도국과 동반자적인 협력관계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 및 국제기구와 민간기업 간에 원조 및 비즈니스의 수요를 연계해 개도국과 협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한국 기업들이 적극 나선다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해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살펴본 사회적 자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말일 것이다. 정부와 국민이 서로 믿지 못하고,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믿지 못하며, 기업가와 직원이 서로 믿지 못한다면, 그 조직, 그 나라는 계속될 수 없다. 그리고 국내에서의 신뢰에 더해 글로벌 신뢰를 통한 사회적 자본을 쌓아나갈 것을 이 책은 요구하고 있다. 그럼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믿을 만한 사람이 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세계 속에 믿음을 주는 나라인가? 그 답을 찾고 싶을 때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믿을 신(), 그 한 단어에 많은 미래가 걸려 있다. 책 읽고 행복하시길.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8호 Dynamic Workspaces 2021년 0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