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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시대, 우리의 유통경쟁력은?

김주영 | 145호 (2014년 1월 Issue 2)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산업을 하나 꼽으라면 아마도유통업일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 만해도 제조업, 특히 수출업에 관심이 쏠려 있던 걸 생각해보면 대단한 변화다. 그런데 유통업은 특정한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기획하고 생산해 수출하거나 판매하는 게 아니다 보니 주로자체의 역할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 일쑤다.

 

한국 사회가 유통업에 바라는 것들을 최근 불거진 논의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대형 유통업과 중소 유통업이 상생하면서상생경제의 모델이 돼야 한다. 새로운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서 해외에 진출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공정한갑을문화를 만들며 한국 사회를공정사회로 만드는 데에도 기여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훌륭한 서비스와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팔라고 한다. 한마디로 슈퍼맨과 같은슈퍼’마켓이 되라는 것 같다.

 

이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강한 압력이 유통업계에 들어오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발전단계일 수도 있다. 마케팅 교과서의 첫 부분에 나오는 마케팅 개념의 발전단계를 한번 살펴보자. 이 발전단계를 간단히 설명하면 유통과정은 처음에는 생산 혹은 제품 자체가 강조되지만 이후에는 판매기법이 중시되고, 그 이후에는 또 마케팅전략이 중요해진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사회적 개념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 제품이 부족하던 시기에는 생산만 하면 성공했는데 그 이후에는 제품품질이 중요해지고, 판매기법이 중요해지다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 전략이 부상하고, 나중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다는 의미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CSV(공유가치 창출)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이제야 진정한 마케팅의 시대,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간 사회적 마케팅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차분하게 유통업의 본질이 무엇이고 유통경쟁력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유통업의 본질부터 생각해보자. 유통이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혹은 제조업이 만든 제품을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다. 앞의 정의는 유통업을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수동적이고 보조적인 것으로 여기는 정의다. 유통과 마케팅 발전 단계에 따라 유통업은 이제 후자의 정의와 같은 제조업의 부수적인 업이 아니라 전자의 정의에 가까운 역할을 해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제일 먼저 파악하고 만족시키기 위해서 전 세계를 뛰어다니며 가장 좋은 제품을 가져오고, 소비자 한 명 한 명의 세밀한 요구사항도 해결해줘야 하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구매 및 사용 서비스를 창조해나가야 한다. 유통업의 본질에 이미미래창조가 들어 있는 셈이다.

 

유통업의 경쟁력은 소비자의 요구와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과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이다. 국내 소비가 줄거나 우리나라 고객들이 해외에서 제품을 직접 사온다면 그것은 유통업의 책임이다. 이미 지난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직접구매에 나선 것이 진짜 유통업 위기의 전조라는 얘기다. 유통업은 자신이 위치한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제조회사에 부탁을 하거나 안 되면 해외 소싱이라도 해서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대형 유통기업이나 중소 유통기업이나 이러한 측면에서는 차이점이 없다.

 

마지막으로 유통업 경쟁력의 본질은 사회 발전 정도에 맞는, 즉 사회적 마케팅 시대에 적합한 전략을 짜는 능력이다. 합법적인 기업, 윤리적인 기업, 사회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기에 유통업도 그러한 기업이 만든 제품을 기획해 판매하고 스스로도 사회적인 기업이 돼야 한다. 사회적 압력에 의해 변할 때에는 이미 늦다.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 주도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압력과 요구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먼저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짜는 게 낫다. 자기가 주도해 만든 판은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소비자를 놓아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은 전략을 사용하도록 사회나 규제기관이 유통업에 강요한다면 관련된 기업들의 피해와 소비자의 혜택 감소가 생길 것이며 제자리를 찾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는 또한 시민이자 국민이므로 그들과의 접점에서 제대로 된 혜택이 제공된다면 오히려 잘못된 규제마저 바꿀 힘이 생길 수도 있다.

 

 

 

 

 

 

 

김주영 한국유통학회 회장(서강대 교수)

김주영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고려대 경영대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미시간대에서 통계학 석사와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민대 경영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서강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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