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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Manners

중화사상, 무시할 수 없다면 이용하라

박영실 | 144호 (2014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과학화된 최신 경영기법과 최첨단 IT 솔루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지금 시대에도 결국 거래를 성사시키는 건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요즘에는 각국과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비즈니스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고객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비즈니스 매너를 연구하고 강의해 온 박영실 박사가 국가별 비즈니스 매너를 연재합니다.

 

“일본이 몇 개의 도시를 점령한 건 한 섬의 콩을 늘어놓은 멍석에서 겨우 콩 몇 개를 주워 든 것에 불과하다.” (국공합작 대일 전쟁 당시 국민당 장제스)

 

“진짜 가짜임을 증명함.” (중국 어느짝퉁판매점 푯말)

 

“중국의 3대 발명품인 종이, 화약, 나침반을 1000년간 사용한 것에 대해 서양 여러 나라들은 로열티를 지불했는가?” (로열티를 내지 않고 가품을 만들어 파는 것에 대한 비난을 들은 어느 중국인의 반론)

 

이해하기 어려운 화법과 사고방식, 중국인 특유의 여유와 자신감까지. 서구식 합리성은 물론이고 같은 동양권인 한국이나 일본의 문화로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중화주의라는 중국인들 특유의 사상을 살펴보면 이처럼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상황과 어법을 이해하기가 쉽다.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명실상부한 G2 국가가 된 중국에서 중화주의는 더욱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는 향후 중국인과의 비즈니스나 협상에 임할 때 이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중화사상: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

 

중국은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이 국민당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본토를 장악한 이후대약진 운동’ ‘문화혁명등 참담한 정치경제적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뤄내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회복한 중국은 2000년대 이후에는 그간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중화주의와중화민족 부흥의 꿈을 다시 꺼내 들었다.

 

2012, 시진핑은 중국의 국가박물관에 전시된부흥의 길을 둘러 본 후 “1840(아편전쟁) 이래, 중화민족은 줄기차게 고난의 길을 극복한 결과위대한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목표에 근접했다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애국주의·중화민족주의의 기초하에 전 국민이 공산당을 중심으로 단결해소강사회진입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A4 용지 36줄 분량의 짧은 연설 가운데 무려 여섯 번에 걸쳐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다시 말해 중화주의는 중국이 가장 선진적인 문명을 갖고 있던 수백, 수천 년 전의 사상이 아니라 21세기 G2 시대 중국을 설명할 수 있는살아 있는 사상이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활한 중화사상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존의 서구적 합리성, 미국식 협상과 거래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에 기반한 이른바압박 협상이다. 다음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중국은 2009 220억 달러를 투자해 호주 광산업체 지분을 사들이려 했으나 호주 정부와 여론의 반대로 무산됐다. 곧이어 세계 3대 광산업체인 리오틴토사로부터 철광석을 사들이기 위해 가격협상을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결렬됐다. 이후 중국은 다른 나라나 기업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벌인다. 리오틴토사 직원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체포해버린 것이다. 사실상의 보복조치였다. 일련의 조치로 결국 호주와의 철광석 가격협상에서 중국은 주도권을 쥐게 됐다.

 

그동안 비즈니스 세계에서 통용되던 협상의 원칙,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무시된 전혀 새로운 방식의 압박이자 협상이다. ‘국력을 등에 업고 벌이는 자국중심주의와중국과 중국민이 세계 최고라는 중화주의를 빼고는 설명하기가 어려운 현상이다.

 

이 같은 중국의 압박협상은 우리 기업인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이미 대중국 교역이 전체 무역의 25%를 차지한다. 중화사상과 그에 기반한 압박협상 전략에 대한 대처가 절실하다. 중국인들은 협상에서 어떠한 속내도 보이지 않을뿐더러웃으면서 목을 죄는방식 등 다양한 협상전략 및 전술을 활용한다. 또한 물품거래 협상 등의 경우 미국인이나 일본인은 협상재량권의 귀속이 명확한 데 비해 중국인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사전 준비도 쉽지 않다. 협상진행도 매우 느긋하게 이끌면서 표면적인 협상은 시간확보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만찬, 연회, 관광 등의 스케줄만 잔뜩 마련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인의 배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 즉 중화사상으로 인해 자기 식으로 협상하려는 태도도 강하게 나타난다.

 

중화주의를 역이용하라

 

중화사상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면 이를 불편해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차라리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핑퐁외교를 진행하던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1969 2월 외교교서에서 ‘Communist China(중공)’ ‘People’s Republic of China(중화인민공화국)’로 호칭했다. 냉전이 한창 중이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존심을 은근하게 세워줌으로써 소련과 중국을 한 발 떼어놓는 외교적 성과와 미국시민의 중국여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실속을 챙겼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2013 7월 베이징의 명문 칭화대(淸華大)에서 연설을 하면서역지사지(易地思之), 관포지교(管鮑之交), 삼고초려(三顧草廬) 같은 중국 고사성어들은 한국 사람들도 일반생활에서 흔히 쓴다며 한중 문화의 친근성을 강조했다. 그와 동시에 중국의 자존심도 세워줬다. 박 대통령은 이어 신뢰를 기반으로 한중 관계 형성을 강조하면서군자의 도는 멀리 가고자 하면 가까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높이 오르고자 하면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중용(中庸)의 구절을 인용했다. 중국인의 인문학적 감성에 호소하면서새로운 동북아라는 한중 공동의 비전을 되새기고 경제적인 실리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두 정치 지도자들의 방식은 지금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 특히 일본의 침략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경험, 한때소중화라 불릴 정도로 중국문화를 받아들여 자체적으로 꽃 피웠던 역사 등을 중국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조건에 있다. 어차피 외교적으로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라면그들의 중화주의에 편승하는()사대주의적인 접근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본래 중국에 대한 사대외교 역시 조선이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는 점을 되새겨볼 만하다.

 

‘중화주의’가 중국 전체에 퍼져 있는 것처럼 중국의 신흥 부유층들 역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체면과시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부자가 되는 것은 영예로운 일이다라는 덩샤오핑의 말이 중국 경제개혁의 도화선이 된 이후로 중국에는 갑자기 오른 부동산이나 인맥을 통해 얻은 막대한 이권을 챙긴 졸부들이 많다. 이들은 전통문화 및 관습을 세련되게 익힌 부자들과는 달리 경박한 매너를 가진 경우가 많다. 또한 그나마 절제력 있는 소박한 재벌 1세에서푸얼다이’라고 불리는 재벌 2세로 중국의 부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 새롭게 등장한 중화주의와 이들의 자부심이 결합하면서 당황스러울 정도의 거만함이나 비상식적인 행동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그들의 부와 비즈니스, 중국의 대단함 등에 대해 언급하며 자존심을 살려주는 순간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때로는 당장에 자존심이 조금 상하더라도 상대가 가장 민감해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집중 조명한 후 실리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비즈니스에서는실리가 곧자존심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 비즈니스 매너를 다루는 마지막 회인 이 글에서 필자는 현재의 중국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부활한 중화주의에 주목했다. 신중화주의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중국적 현상과 문화적 관습들을 충분히 연구하면서 중국 기업, 중국 정부, 중국인과의 비즈니스에 나서길 바란다.

 

박영실 PSPA(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CEO osil0928@pspa.co.kr

필자는 연세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숙명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분야는 고객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매너 등이다. 삼성에버랜드 경영지원실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호텔신라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 숙명여대 취업능력개발원 자문위원 및 멘토 교수를 맡고 있다.

  • 박영실 | - (현)PSPA(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CEO
    - (현)숙명여대 취업능력개발원 자문위원 및 멘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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